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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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주는,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책 띠지에는 '감동 판타지'라고 적혀있었지만 엄밀히 말해 판타지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 그러니까 펭귄이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건 판타지스럽지만 충분히 현실적인 설명이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감동적인 이야기였다고는 생각한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는 빨간 머리의 역무원과 펭귄이 함께 있는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를 중심으로 그 곳에 물건을 찾으러 온 네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항상 지니고 다니던 유골단지를 찾으러 온 교코의 이야기가 담긴 '고양이와 운명', 어릴적 받았던 러브레터를 찾으러 온 겐의 이야기가 담긴 '팡파르가 들린다', 문구점에서 산 것을 잃어버린 지에의 이야기가 담긴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 마지막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준페이의 이야기가 담긴 '스위트 메모리스', 이렇게 총 네 편이다.

각 단편의 주인공은 뭔가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그들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로 오게 되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과정에서 인연이 연결되고, 결국 잃어버렸던 '마음'까지 되찾게 된다.


"운명에 자기 인생을 맡기면 편하겠지만 인생이 아까워." (p.73)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교코는 분실물센터에서 만난 이와미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스스로의 과거도 떨쳐낸다. 좋아했던 사람을 놓쳤던 과거가 자신이 그의 운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그 탓을 고양이에게 돌렸다는 죄책감. 그녀는 앞으로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내가 있을 자리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홀가분하고, 마음으로 이어진 누군가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혼자가 아닌 거야." (p.169)


두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등교를 거부하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는 겐이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에서 만난 '히사메'와의 거래를 위해 집밖으로 나오게 되고, 러브레터를 잃어버렸다 찾게 되는 과정에서 예전에 그 러브레터를 준 마히로를 만나게 된다. 둘이 함께 '히사메'가 부탁한 일을 하고나서, 겐은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지지만 역무원 소헤이의 이 말을 듣고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도록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결정할 수 있을까? 불안이 밀려든다. 항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선택지 앞에 서는 것조차 피해왔다. 누군가가 적당한 미래를 내 손에 건네주길 항상 멍하니 기다렸다. 왜 난 선택하지 못할까? (p.241)


세번째는 거짓말을 해버리게 되는 지에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그다지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서 살아온 인생이었다. 결국 그녀는 깨닫는다. 그건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결국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다른 사람의 권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해온 것들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펭귄철도 분실물센터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준페이가 펭귄을 쫓아 수족관을 헤매는 부분에서, 그는 3편의 주인공 커플, 2편의 주인공과 '히사메', 1편의 주인공과 그녀의 친구 미치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앞서 나온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구성 자체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순서가 '거꾸로'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결국 준페이는 그 여정을 통해 자신이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펭귄이 그를 '안내'하는 느낌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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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월동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다하여 다녀왔습니다!
1층에는 음반과 굿즈코너가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놀랐던 것은 중고음반 뿐 아니라 새 음반을 구매할 수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음반과 블루레이 둘다 새것을 구매할 수 있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해외중고음반 코너도 있었는데 나중에 이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장 한켠에 음반 전시가 되어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2층에는 책이 가득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분야별로 책이 나눠져 있습니다. 추리미스터리 코너를 봤는데 생각보다 책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분야 책들이 많이 있는 것이겠죠? 책 읽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 책의 공간과 어른들의 공간에 각각 마련되어 있었어요. 아이들 공간은 책을 놓고 읽기 좋게 가운데가 높게 되어 있더라고요. 어른들 공간에서는 위의 조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앉아서 책읽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책 속 글 이미지가 있는 조명이라 신기했어요.

알라딘 중고서점 구월점은 다른 중고서점과 다른 색다른 장점이 있어 흥미로운 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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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출간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3
루이스 캐롤 지음, 김양미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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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더욱 아름다워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디고에서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라는 이름의 전집을 출간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너무 아름다운 일러스트들로 읽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 그리고 책꽂이에 진열해두는 즐거움까지 더해주는 시리즈!

이 시리즈가 10주년을 맞이하여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간했다.

첫번째로 나온 것이 <빨간 머리 앤>이었고, 그다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왔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가운데에 앨리스의 일러스트가 있고, 트럼프 카드 하트를 연상케하는 이미지로 둘레가 꾸며져 있었다. '하트여왕'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표지의 색감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거기에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에 걸맞게 10주년 문구와 책 제목이 금박으로 되어 있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교해 보면 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일러스트부터 바뀌었고, 책 크기도 다르다. 이번에 나온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일반 단행본과 크기가 비슷하다.

두 일러스트는 다르지만 둘다 예쁘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버전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라는 느낌이 더 잘 다가오는 것 같다.

책 속을 봐도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전체적인 책 크기가 다르다 보니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쪽이 좀더 글씨가 크고 여백이 있는 느낌이다.

 

"제 모험은, 그러니까 오늘 아침부터였다고 할 수 있어요. 어제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전 어제의 제가 아니거든요." (p.16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몇 번을 읽어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롭다.

전에는 흘려 읽었던 부분들이 선명하게 다가와서일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읽을 당시에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깊이 다가왔다가, 또 멀어졌다가 한다.

거기에 책 속에 실린 다양한 이야기와 시는 여전히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알쏭달쏭한 즐거움을 준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마지막 부분이 제일 좋았다.

앨리스의 언니가 앨리스의 모험 이야기를 생각하다 현실로 돌아오는 부분.

아마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독자와 같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과 이전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또 영문판까지 세 권을 쌓아보았다.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의 책등에도 금박 글씨로 책 제목이 쓰여 있다. 여러모로 디자인에 신경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더욱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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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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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보다 훨씬 즐겁게 읽은, 노생거 수도원


읽기도 전에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을, <노생거 수도원>을 읽으며 한 번 더 생각했다.

이번에 시공사에서 제인 오스틴 전집을 구매하기 전, 새로 번역된 <레이디 수전 외>에 실려 있던 단편과 미완성 작품을 제외하고 국내에 번역된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모두 약간이라도 접한 상태였따.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맨스필드 파크>는 일찌감치 완독했었고, 나머지는 줄거리를 읽고 살짝 훑어본 정도.

<노생거 수도원>은 그렇게 언뜻 줄거리만 봤을 땐 전혀 내 흥미를 끌지 못했었다. <설득>이나 <엠마>는 책장을 넘겨보기라도 했었는데 <노생거 수도원>은 '고딕소설'이라는 이야기에 조금 망설여졌다.

이왕 전집을 구매했으니 읽어두자 싶어서 비교적 분량이 적어 보이는 <노생거 수도원>을 읽었는데 푹 빠지게 될 줄이야. <오만과 편견>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곧 <오만과 편견> 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주인공 캐서린에게 마음이 갔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내가 여주인공에게 '공감'한 것이 아니라 '호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캐서린의 순수함과 솔직한 표현에 끌렸다. 헨리 틸니가 그랬던 것처럼. <오만과 편견>에서 남주인공 다아시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과는 반대되는 사례다. <노생거 수도원>의 남주인공 헨리 틸니의 매력은 캐서린의 매력만큼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또 주변의 검은 속내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오만과 편견>에서의 제인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래도 캐서린은 제인보다는 적극적인데다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타입이라 다른 것 같다.

등장인물에 호감을 가지면 푹 빠져드는 나이기에, <노생거 수도원>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등장인물들도 좋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좋았다. 작가가 화자로 등장해 기존 소설작품들의 클리셰를 비트는 내용으로 전개해 가는 것, 등장인물들이 소설과 그 외 책에 관해, 사회의 관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흥미로웠다.

읽기 전에 걱정했던 고딕소설과 유사한 부분은 극히 적었던데다가 딱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서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설득>과 <엠마>도 기대하게 되잖아. <맨스필드 파크>와 <이성과 감성>도 재독해야 하나 고민스럽고!

고민하고 있지만 즐겁다. 정말 두근두근하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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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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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읽는 게 좋았을까?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아마도 아스파라거스>는 저자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새로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묘하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이건 뭐지 했더니만 예전에 나온 책의 new edition이라고 한다. 어떤 단편이 예전에 있었고 어떤 단편이 새로 추가된 건지는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읽은 듯한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건 '목성의 마지막 오후'라는 단편이었다. 질문을 하는 여자와 그 질문에 답을 하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어쩐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두 이야기의 내용은 좀 다른 것 같다. 그런 느낌이다.

책 속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미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실제로 일어날 법 하지 않은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한 편으로는 현실에 맞닿아 있다. 그래서 뭔가 '애매하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없었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는 어려웠지만 매력있는 부분들은 많았다. 곱씹어 보게 되는 글귀들도 많았다. 이야기에는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장면에, 어떤 순간에는 확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두 번째를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도 않잖아."

그러니까 너는 여전히 죽을 것처럼 벅찬 사랑과 죽을 것처럼 공허한 이별 사이에 있는 거야. (책속에서,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자,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미래를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다. 아니 미래 그 자체가 아니라, 미래가 가져다주는 모든 변화를 그녀는 두려워했다. 그리하여 현재의 시간을 고정시키고, 그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세계가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봐, 그래서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바. 그리하여 그녀 자신이 영원한 외로움 속에 남게 될까 봐.

그러나 어쩌면 가장 외로운 순간은 언제나 지금이었을지도 몰라. (책속에서, 'be my muse')


"발견하기 전까지는 어떤 신호인지 몰라. 하지만 신호를 보는 순간, 그게 신호라는 걸 알게 돼."

(중략)

그런가. 신호란 원래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입을 다문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보는 순간 알게 되는 것. (책속에서, '국경의 크리스마스')


마지막의 단편들은 '국경'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붙어서 이어지는 일종의 연작이었다.

레스토랑, 음악회, 로즈가든, 가면무도회, 크리스마스, 웨이터가 뒤에 붙는 여섯 편으로 이어졌는데, '국경'이라는 공간으로 인한 신비감이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환상 속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다 나온 것만 같았다.

예전에 일본 소설을 읽을 때 자주 경험했던 기분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기분. 책 속에 녹아든 분위기가 강렬한 이야기.

환상과 어우러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헤쳐나가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어쩌면 한번에 쭉 읽는 것보다 단편 하나하나 천천히 읽는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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