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축적, 구제, 공급사슬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허먼 멜빌 <모비 딕>
자유…
번역기계
얽힘

2부 진보 이후에: 구제 축적
4 가장자리를 작업하기

그러나 공급사슬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대목중 하나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노동이나 원료를 합리화하지 않고도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리화하는 대신에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공간을 가로질러서 번역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나는 그러한 공간을 생태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빌려 ‘패치‘라고부르겠다. 사쓰카 시호에 따르면, 번역은 하나의 세계만들기 프로 - P118

젝트를 또 다른 세계만들기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번역이라는 말 때문에 언어에 주목하게 되지만, 이는 부분적인 조율이일어나는 다양한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차이가 존재하는 장소를 교차하며 행해지는 번역이 바로 자본주의다. 그러한 번역이 행해져야만 투자자는 부를 축적할 수 있다. - P119

자본주의적 농장은 부를 모으기 위해 생태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살아 있는 존재들을 끌어들인다. 나는 이를 ‘구제 salvage‘라고 부르는데, 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생산된 가치를 써먹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에 사용되는 많은 원료는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석탄과 석유를 생각해보라). 또한 자본가들은 ‘노동‘
전제 조건인 인간 생명을 생산할 수 없다. ‘구제 축적‘은 선두기업이 상품 생산 조건을 통제하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구제는 통상적인 자본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수적인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의 한 가지 특징이다. - P120

‘공급사슬‘이란 가치가 선두 기업을 위한 이익으로 번역되는 상품사슬이다. 비자본주의 가치 체계와 자본주의 가치 체계 사이의 번역은 이 공급사슬을 통해이루어진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제 축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전의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구제 축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조지프 콘래드JosephConrad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에 서술된 바 있는, 중앙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19세기의 상아 공급사슬을 생각해보자. - P121

이 꼬리표의 한쪽 면에는 검고 흰 막대기들이 인쇄되어 있어 상품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반대쪽 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 P123

것도 없는 면은 월마트가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왜냐하면 가치는 회계를 통해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마트는 공급자들에게 계속해서 상품을 더 싸게 생산하도록 강요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야만적인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를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야만savage과 구제salvage는 종종 쌍둥이와 같다. 구제는 폭력과 오염을 이윤으로 번역한다.
재고품을 통제할수록, 노동과 원료를 통제할 필요는 줄어든다. 공급사슬은 꽤 다양한 상황에서 생산된 가치를 자본주의의 재고품으로 번역하면서 가치를 생산한다. - P124

6 전쟁 이야기

헹에게 사슴 사냥꾼에 대해 물어본 날, 이 사실을 알게되고 깜짝 놀랐다. 그날 오후 나는 혼자서 버섯을 채집하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웠다.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헹에게 물어보았다. "달리지마!" 그는 말했다. "달려간다는 건 두려워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 나라면 절대 달리지 않을 거야. 그게 내가 지도자인 이유야." 숲은여전히 전쟁으로 가득 차 있고, 사냥은 이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거의 모든 사냥꾼이 백인이며 그들이 동양인을 경멸하는 경향이있다는 사실 때문에, 숲과 전쟁이 평행선을 이룬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러한 주제는 몽계 채집인에게는 더욱 중요했는데, 대부분의 캄보디아인과 달리 그들은 스스로를 사냥꾼임과 동시에 사냥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P169

이 두 집단의 이러한 차이점을 알게 되자 나는 전쟁이 어떤방식으로 문화적 영역에 개입해 백인 참전용사와 캄보디아, 몽계, 라오계 난민들이 실천하는 자유의 모양새를 빚어내고 있는지 더욱연구하고 싶어졌다. 참전용사와 난민은 자유를 지지하고 실천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둘러싸고 협상한다. 군사주의는 자유의 실천을 통해 내재화되고,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채집 전략과 기업가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오리건주의 상업적 송이버섯 채집인들에게 자유란 ‘경계물boundary objects‘, 즉 의미하는 바가 많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공유하는 관심사다. - P178

7 국가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두 종류의 아시아계 미국인

또 다른 비교를 해보자. 개종의 (안으로 회전하는) 구심성 논리는 나의 가족과 일본계 미국인 친구들을 동화를 통한 미국화를지향하는 포용적이면서 확장적인 미국으로 끌어 들였다. 개종의(밖으로 회전하는) 원심성 논리는 단 한가지의 경계물인 자유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고, 오픈티켓의 동남아시아 난민을 형성했다. 이 두 종류의 개종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시민권 정치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역사적 물결에 휩쓸렸다. - P195

8 달러화와 엔화 사이에서

동남아시아에서의 벌목은 일본 무역 회사들 덕택에 가능해졌다. 그들은 다른 상품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빴다." 어떻게 이러한 제도가 발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위의 공급사슬 방식이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돌아가보자. 일본에서 출발한 첫 번째 전후 공급사슬의 일부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인한국과의 연결을 활용했다. 그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나라였고, 모든 국가가 자국의 제품을 수출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 P213

목적지였다. 그러한 미국은 일본산 수입 상품에 엄격한 할당량 제도를 적용했다. 역사학자 로버트 캐스틀리Robert Castley는 일본이 미16국의 수입 할당량 제한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한국의 경제 건설을도왔는지 설명한다. 일본의 무역업자들은 경공업을 한국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에 좀 더 많은 상품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은 일본의 직접 투자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래서일본은 캐스틀리가 ‘내놓기putting-out‘ 방식이라고 부른 것을 도입했다. "그 방식은 상인(또는 기업)이 하청업체가 상품을 생산하거나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대출, 신용, 기계류 또는 장비를 조달하고, 그렇게 생산된 상품을 상인(또는 기업)이 멀리 떨어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캐스틀리는 이 전략에서 무역업자와 은행가가 갖는 권력에 대해 언급한다. "일본인 상인, 기업은해외 공급자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자원 개발에 자주 자금을대출해주었다.""그는 이러한 확장 방식을 통해 일본은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추구했다고 주장한다. - P214

9 선물에서 상픔으로, 그리고 그 반대로

생산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이 팔리면서 공장 노동자가 자신이 만드는 사물로부터 소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물도 그것을 만들고 교환하는 사람에게서 소외된다. 사물은 홀로 존재하는 물건이 되어 이용되고 교환된다. 그 사물은 그것을 생산하고 배치한 사람들의 관계망과 어떤 관련도 맺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쿨라를 공부하고 나면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쿨라에서 사물과 사람은 함께 형성되는데, 선물을 통해 사물은 사람의 연장extension이 되고 사람은 사물의 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쿨라환의 귀중품들은 그것들이 형성하는 개인 간의 관계를 통해 알려진다. 유명인들 또한 자신들이 주고받은 쿨라 선물을 통해 알려진다. 그리하여 사물은 사용되거나 상품으로 교환될 때만 가치를가지는 것이 아니다. 사물은 그것들이 일부를 담당하는 사회관계와 명성을 통해 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 P227

10 구제 리듬: 교란되고 있는 비즈니스

구제 리듬을 통해 생각하면 우리의 시야가 바뀐다. 산업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생계 방식은 다양하며, 대충 꿰맞춰져 있고, 종종 일시적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생활하게 되며, 20세기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임금과혜택으로 이루어진 패키지를 제공받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나는 생계의 패치들이 배치로서 생성되는 과정을 지켜보자고 제안해왔다. 참가자는 세계만들기 프로젝트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다양한 안건을 가지고 참여한다. 오픈티켓의 버섯사냥꾼이 가져온 안건 중 하나는 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살아남고 미국 시민권과 계속해서 협상하는 것이다. 채집인이 ‘버섯 열 - P243

병‘을 좇아서 숲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적인 채집이 가동된다. 프로젝트들 간에 차이가 내재함에도, 경계물 특히 채집인이 자유라고 부르는 것에 전념하는 일이 생겨난다. 이러한 상상의 공통 기반을 통해 상업 채집은 하나의 현장으로서 일관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채집은 하나의 사건happening이된다. 채집의 창발하는 속성들을 통해 다각적인 역사가 가능해진다. 상의하달식 top-down 규율이나 동기화synchronization 없이, 그리고진보에 대한 기대 없이, 생계 방식의 패치들은 글로벌 정치경제를구성하는 데 기여한다. - P244

이 책에 담긴 나의 생각 중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소외는 자본주의적 자산이 형성될 수 있는, 얽힘이 풀린 disentanglement형태다. 자본주의 상품은 다음 단계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발판으로 사용되기 위해 생활-세계에서 제거된다. 그 결과 중 하나는무한한 필요다. 다시 말해서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의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 따라서 소외는 축적, 즉 투자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한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관심사다. 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소유를 권력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와 생태계를 전복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는 통약성commensuration이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가치 형태들은 차이의 거대한순환 회로를 가로지르면서도 번창한다. 돈은 투자 자본이 되고, 이는 더 많은 돈을 낳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 및 비인간의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생계 방식으로부터 자본을 생산하기 위해 작동하는 번역 기계다. - P245

대부분의 상품은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전에 자본주의적 형성 과정 안팎을 넘나들며 여행한다. 휴대폰을 생각해보자. 전기회로망 깊숙한 곳에는 콜탄Coltan‘이 있는데, 이는 임금이나 복지 혜택을 따지지 않고 어두운 구멍으로 앞다투어 들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포함된 아프리카 광부들이 캐낸 것이다. 어떤 회사도 그들을그곳으로 보내지 않는다. 그들은 내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주, 환경 악화로 인해 다른 생계 수단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전문가가 자본주의적 노동이라고 상상할 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들의 생산물은자본주의 상품으로서 우리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에 포함된다.‘ 구제 축적은 번역 장치를 써서 그들이 캐낸 광물을 자본주의적 상업에서 알아볼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시킨다. 그리고 내 컴퓨터는또 어떠한가? 짧고 유용한 삶이 끝나면 (좀 더 최신 모델로 바꿔야 - P246

만 하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자선 단체에 내 컴퓨터를 기부할 것이다. 기부된 컴퓨터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들은 부품으로 쓸 만한것들을 얻기 위해 불에 태워지고, 실제로 구제 리듬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구리와 다른 금속을 분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상품은 종종 구제 축적을 거쳐서 자본주의에 이용되기 위해 다시 벌충된후 다른 상품을 만드는 구제 작업에서 생을 마감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생계 활동과 관련된 ‘경제 체제‘에 관한 이론을원한다면 이러한 구제 리듬에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248

인터루드: 추적하기

많은 사람이 곰팡이가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동물에 더 가깝다. 곰팡이는 식물처럼 햇빛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지않는다. 동물과 같이 곰팡이는 먹을 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곰팡이의 섭식은 종종 너그러워서 다른 이들을 위한 세계를 만든다. 이것은 곰팡이가 세포외 소화를 하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소화를 돕는 산을 체외로 배출해 먹이를 영양분으로 분해한다. 마치위를 밖으로 뒤집어서 몸 안이 아니라 몸 밖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것과 같다. 영양분은 그 후 세포에 흡수되어 곰팡이의 몸뿐아니라 다른 생물종의 몸도 자라게 한다. 물에서만이 아니라 마른땅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이유는 지구의 역사가 펼쳐지는 동안 곰팡이가 바위를 소화하면서 식물이 섭취할 영양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와 함께 곰팡이는 식물이 자라는 흙을 만들었다. - P252

처음으로 얻는 이로운 박테리아 없이는 음식을 소화할 수 없다. 인간 신체의 세포를 이루는 90퍼센트는 박테리아다. 박테리아 없이우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생물학자 스콧 길버트scott Gilbert와 그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이 적는다. "거의 모든 발달은 공동 발달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동발달이란 한 생물종의 세포가 다른 생물종 신체의 정상적인 구성을 지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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