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더러움에서 오염까지
성스러움의 두 얼굴
성스러움이라는 것, 두 얼굴을 지닌 채 다양한 변이를 이루는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성스러움의 한 면은, 살해 행위와 속죄 행위가 그것이 투사하는 모든 종류의 기제들과 강박관념적인 의식들과 더불어 만들어 내는 사회적 관계 자체이다. 다른 한 면은 안쪽의 좀더 내밀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며 드러나지도 않는 곳으로, 고대적 이원론에서 본다면 융합이 가능할 듯하면서도 동시에 위협하는 존재인, 취약성과 불안정한 동일성의 불확실한 공간을 향해 선회하는 부분이다. 그와 같은 성스러움의 내면은 주체/대상의 비분리를 향한다. 언어가 주체/대상의 비분리를 그린다면, 그것은 공포와 혐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되지 않을까? 방어와 사회화 과정이라는 한 면과 공포와 무관심의 과정이라는 반대면, 프로이트가 종교와 강박신경증 사이의 닮은 점으로 지적한 얼굴은 성스러움의방어적인 얼굴로 간주되어진다. 그와는 다른 주관적인 경제성에 비추어 볼 때, 성스러움의 방어적인 얼굴은 후퇴 없이 접근해야 할신경증으로 향하는 공포증 같은 것이다. -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