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만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잠을 못 잔 날도 많았다. 잠을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며 깬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대가 되는 만큼 두려움도 많았던 것이다. 기대감이 앞설 때는 미소가 지어졌고 두려움이 커질 때는 울상이 지어졌다.
그래서였을까, 내 독백이 끝나자마자 무대가 떠나갈 만큼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믿기지 않았다. 터질 거라고 생각 못 했던박수였는데 관객들은 나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난 알고 있다. 그것은 내가 잘해서도 아니고, 내가 독백을 잘 써서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십 대인 내가 꿈을 갖고 용기 내어 대중들 앞에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이 진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며, 그리고 나 같은 소년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것이다. - P71

여의도, 한국말로 ‘너섬‘이라는 이 섬에는 여러 지역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모인다. 첫 번째로 여의도, 그다음이 마포, 다음은 신길동, 대방동, 그리고 문래동, 당산동도 섞여 있다. 너섬이라는 섬에서 멀어질수록 학생들의 집안 환경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소재도 우리들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을 다 섞어 보기로 했다. 부익부빈익빈만이 아닌, 환경의 차이로 시작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따돌림, 그리고 입시제도에 갇혀 개인주의 성향을 갖는 청소년들. 이러한 개인주의 때문에 집단 따돌림을 직접 나서서 막지 못하고 지켜만 보게 되는 문제들을 얘기해 보자고 했다. 어느새 우린 이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때 문수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 P101

어쩌면 선생님은 처음부터 극장 후원을 허락해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공연을 하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보는 눈을 넓힐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선생님이 말씀해 주지 않았다면 우린 개인적 영역 안에서만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문학의 밤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밤새도록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극장 대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음 미팅 때까지 잘 준비한다면 분명 극장을 빌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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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0-03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101쪽이나 가서 ‘너섬‘ 지명 유래가 나오나봐요?^^
101쪽 몇 문장을 보아도, 작가가 어떤 경험을 했을지 조금 상상이 되네요

햇살과함께 2023-10-03 07:4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예전에 여의도 사시는 분한테서 여의도 학교가 출신별로 계급(?) 차이가 있다는 얘기 들은 적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