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서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여섯 개의 폭력>

언어는 무의식을 일깨운다. 그대는 이미 나. 이것의 결핍은 추구가 나를 쓰게 한 동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산다는 것은 힘든 사업이다. 고통과 상실은 우리를 피해가지 않고 혼자 남은 밤은 길다. - P7

사람과 책과 글쓰기가 주는 힘의 최대 수혜자인 나는, 수업 첫날 "살려고 왔다"고 자기소개를 하는 이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안다. 어떤 글쓰기는 사람을 살린다. 적어도 쓰는 동안은 삶을 붙든다. - P10

오늘의 살림을 마무리해야 내일의 생활이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밥‘이라는 마감을 매일 해온 사람에겐 원고 마감을 지키는 일이 괴로워도 어렵지는 않았다. 퇴로없는 삶에 복종해온 탓이다. 인생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엄마로 살면서 길러진 낙타의 근면함과 수동성이 나를 쓰는 자리에 데려다놓았고 나는 ‘그래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 P13

너도 나도 쓰고 말하고 듣고 생의 경험을 교환하다보면 사적인 고민은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일상에 먼지처럼숨어 있는 억압의 기제와 해방의 잠재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혹자의 지적대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할 능력은 없지만 비난할 능력은 있는 사람만을 양산하는 척박한 현실에서, 책과 글쓰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 이해의 심층에 도달할 수 있을까. - P16

"글을 못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P19

그렇습니다. 혼자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 없이 쓰는 것이며 독자의 반응을 초월해서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쓴 책 《글쓰기에 대하여》에 독자와 작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독자는 거대한 미지의 존재라고 말하면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소개하죠.

일나는 무명인이에요, 당신은 누군가요?
당신도 무명인인가요?
그러면 우리는 잘 어울리는군요!
말하지 마요! 그들이 떠들고 다닐 거예요, 알잖아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되는 건!
얼마나 눈에 띌까요, 개구리처럼
6월 내내, 흠모하는 늪지를 향해
자기 이름을 불러대는 것은! - P30

사물과 현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는 눈을 지닐 때 가능한 ‘생활의 발견‘이 글 쓰는 의미와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는 건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 혹은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 - P38

저도 글쓰기가 경쟁이 아니고 나눔이라서 여럿이 함께 10년 이상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가 경쟁이었으면 저는 진즉에 병들었을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요. - P61

자기 글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합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좋은 평가도 나쁜 평가도 아닙니다.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이런저런 말이 지나간, 그래서 말들의 풍파를 겪어낸 글을 쓰는 단단한 몸을 얻는 거죠. 쓰는 존재로서 체급을 기르는 겁니다. 그러니 일희일비를 충분히 하셔서 글 쓰는 신체를 단련하시길 바랍니다. - P66

사람이 쉽게 안 바뀌듯이 글도 쉽게 안 바뀌거든요. 쉽게 바뀐 건 금방 원상태로 돌아오고요. 그래니까 기분 전환하시고 힘을 비축해서 다시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 P67

자기 경험을 쓴다는 것은 아프기만 한 것 같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일인데, 자기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쓰지 못하고어떤 시늉과 가식으로 문장을 채워서 가공한다면, 우리가 힘겹게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나에게 힘을 준 글이 남에게도 힘을 준다는 것, 용기도 전염된다는 것을 되새기며 주저하던 ‘그것‘을 꼭 한번 써보시길 바랍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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