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한 당신"은 트랜스젠더의 건강권을 본격적으로 조사한 국내 유일무이한 연구보고서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한번도 시행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삶과 건강에 대한 설문조사 및 인터뷰, 국내외 자료조사, 관련 의료인 인터뷰 등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차별없는 삶을 살고 차별없는 의료 접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언한다.


얼마 전에 팟캐스트에서 듣은 휠체어 위의 유투-바 '구르님 김지우'님의 장애인 '오줌권'에 대한 얘기와 이 책의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접근 문제가 겹친다. 구르님도 장애인 화장실이 없거나, 있더라도 접근이 쉽지 않다며 기본적인 '오줌권'에 대해 강조했는데, 트랜스젠더도 역시 화장실을 편하게 가지 못한다. 트랜스남성이든 트랜스여성이든. 남자 화장실을 갈 수도, 여자 화장실을 갈 수도 없다. 당사자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화장실을 참거나, 사람들이 없을 틈을 타서 급하게 다녀온다. 화장실도 맘 편히 갈 수 없는 삶이란. 젠더중립화장실, 가족화장실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정신과 상담, 호르몬 요법, 성전환 수술(제거 및 재건 수술) 어느 것 하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해서는 성전환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기 형성 수술 뿐만 아니라 성기 제거 수술까지 되어야 성별 정정이 이루어져 사실상 트렌스젠더의 몸을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이지만 수술까지는 원하지 않는 경우, 성기 형성 수술은 원하지만 성기 제거 수술까지는 원하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법적 성별을 일치키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김승섭 교수님과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의 노력으로 아마도 작년에 대학병원 최초로 고려대안암병원에 젠더 클리닉이 생기는 좋은 변화가 이루어진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추혜인 원장님의 살림의원이나 녹색병원 이외에도 더 많은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병원이 생겨야 한다.


그 동안 의과대학에서 의대생을 위한 성소수자, 트렌스젠더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고 언급되었는데, 얼마 전 휴머니스트에서 출판된 "차별 없는 병원"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개설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를 바탕으로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를 담은 책이다. 이제 더 많은 의대에서 관련 강좌가 생겨나야 한다. 의대 차원에서, 학회 차원에서 이런 논의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소수자의 건강권에 대해 계속 연구, 조사하고 있는 김승섭 교수님 및 그 팀을 응원하며,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다른 책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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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2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수자들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싸우고 주장하고 해야 얻을 수 있다는게 안타깝네요. 이런 책들이 많이 읽히고 문제제기 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이 모두에게 좀 더 편해져야 할텐데 말이죠. 사실 트렌스젠더 분들이 화장실 가기가 어렵다는건 저도 얼마전에야 알았거든요. 관심이 없으니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거겠죠. 반성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08-22 17:39   좋아요 1 | URL
이 책 서두에도 ˝연구를 하며 가장 자주 떠올린 단어는 ‘무지‘였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저도 이 책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관련 책을 보면서 취업 같은 큰 문제 뿐만 아니라 화장실 가는 문제, 은행이나 관공서 등 신분 조회가 필요한 상황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조차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요... 계속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