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 사이에 낀 것 치고 멈추는 것은 없다. 모두 흔들리고 끊임없이 흐른다. ‘수’도 바뀌고 물질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 톨로 뭉치고 결을 이루어 풀리는 뭇 것들 모두가 움직인다. 살아 춤춘다. 수학 공식도 물리법칙도 함께 널뛴다. 어떤 눈금이 새겨진 잣대를 들이대도 그 잣대가 잴 수 있는 것은 수의 얼굴을 지닌, 법칙의 탈을쓴 나머지일 뿐이다. - P151
나는 <철학을 다시 쓴다》에서 동일률이 어디에서 어떻게 깨지는지 밝히는 데 힘을 쏟았다. 함과 됨으로 드러나는 힘은 우리 눈에 톨의 움직임으로 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눈보다는 귀가 조금 더 밝아서 결의 움직임을 받아들이지만, 그것도 어디에서 어디까지, 얼마에서 얼마까지라는 틈새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느끼고(감각), 알 수 있는(지각) 것은 얼마나 적은가. 작아질수록 그리고 커질수록 사람의 헤아림에서 그만큼 벗어나는 앎의 테두리가 좁아진다. 미시세계(작은 것), 거시세계(큰 것)에서 드러나는 티끌 같은 조약돌 하나 집어 들고 그것을 앎의 모두인 것처럼 뽐내고, 자랑하고, 떠들어대고, 기리는 모습은 ‘알음알이 놀이‘(지적유희)와 진배없어 보인다. -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