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아직 지구도 없던 때, 세상에는 차갑고 희박한 기체만 있었다. 기체는 원자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원자인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졌다. 기체는 차츰 중력에 서로 이끌려서 구름을 이루었고, 구름은 빙글빙글 돌면서 차츰 평평해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 P336

100년 넘게 흐른 지금도 마리 퀴리가 남긴 공책들과 요리책들은 그가 발견했던 방사능으로 은은히 빛난다. 1906년, 피에르 퀴리가 마차에 치여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리 퀴리는 이후 28년 더 살면서 연구하다가 66세에 재생 불량성 빈혈로 죽었는데, 아마도 방사능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었던 탓일 것이다. - P342

아인슈타인은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라고 불릴 미국의 향후 원자 폭탄 개발 계획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원자핵이 전쟁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통령에게 경고하기는 했다. 마지못해 서명하는 그의 손이 잠시 떨렸다.
전쟁이 끝난 뒤, 아인슈타인은 어느 기자에게 만일 독일이 원자 폭탄 개 - P351

발에 실패하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자신은 그 편지에 결코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P353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실라르드가 런던 산책 중 처음 떠올렸던 연쇄 핵반응을 개시할 화학적 도화선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자신들이 유례없는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만드는 것은 그것보다 더 위중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자신들의 정부는 믿을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나라 정부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정부는 그런 무기를 선제 공격에 쓰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그 과학자들은 핵무기를 핵전쟁의 억지 수단으로 보는 관점을 처음 채택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원자 폭탄을 가진 히틀러에 대한 공포를 자신들의 일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독일이 항복하고 히틀러가 죽은 뒤, 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수천 명의 연합국 과학자 중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은 한명뿐이었다. - P355

지금 우리를 이루는 원자들은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곳에 있었던 별들에서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우리의 기원을 탐색하다 보면 자연히 우리 시대와 우리 세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고, 나머지 우주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를 이루는 물질은 우주의 불길에서 탄생했다. - P367

그리고 비극적이게도 우리의 혈통에는 광기가 흐른다.
이 악몽을 개시한 것은 과학자들이 쓴 세 통의 편지였다. 그런데 1955년에 또 다른 편지가 작성되었다. 이 편지는 인류에게 우리가 갖게 된 새로운 물리학 지식에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 서로의 다툼을 잊지 못해서 죽음을 택할 것입니까? 인간 대 인간으로 호소합니다. 여러분이 모두 한 인류라는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어 주십시오. 이 선언문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 쓰고, 조지프 로트블랫이 발표하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서명한 것이었다. 그 위대한 과학자가 공개적으로 지지한 최후의 성명서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선언이 있고 며칠 후 죽었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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