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한 정경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마치 짐승이 새끼를 품듯 감상이나 의지와는 무관한 본능적인 애정으로 목이 메이면서도 가끔 아이에 대해 이상할 만큼 차가워지는 자신에 당황하곤 했다.
아이가 차츰 우리를 배반해갈 동안 우리는 아이로 인해 다투고 절망하고 화해하게 되리라. - P191

정옥이 아이를 이처럼 남의 아이 보듯 멀게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짧은 반바지에 깃 없는 셔츠를 입고 무구하게 뛰노는 아이는 누구인가. 배태하기 전부터 그토록 자주 꿈속에서, 욕망 속에서, 사유 속에서 만나던 아이인가.
정옥은 아이를 갖기 전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마음속에 어떤 특정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배를 빌려 태어날 아이는, 미래로부터 그녀에게로 냉담히 또는 팔 벌리고 즐겁게 달려오는 아이들 중 그 누구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나의 아이는 누구인가.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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