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이 아이를 이처럼 남의 아이 보듯 멀게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짧은 반바지에 깃 없는 셔츠를 입고 무구하게 뛰노는 아이는 누구인가. 배태하기 전부터 그토록 자주 꿈속에서, 욕망 속에서, 사유 속에서 만나던 아이인가.
정옥은 아이를 갖기 전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마음속에 어떤 특정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배를 빌려 태어날 아이는, 미래로부터 그녀에게로 냉담히 또는 팔 벌리고 즐겁게 달려오는 아이들 중 그 누구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나의 아이는 누구인가. - P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