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체파리의 비법 팁트리 주니어 걸작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오래 전 산 책임에도, 계속 책장 한 구석에 모셔져 있던 책을, 10일간의 연휴가 주는 해방감 때문에 다시 꺼냈다. 깜깜한 밤을 달리는 기차에서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를 읽다가, 한방 먹은 느낌이다. 인류학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자가 역시 이수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터 벤야민 : 화재경보 -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읽기
미카엘 뢰비 지음, 양창렬 옮김 / 난장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무엇보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의 악명 높은 기존 번역본들에 비해 가독성을 한껏 높여준 역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미 어느 정도 연구가 축적된 현재, 뢰비의 해석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았다. 하지만 간결하고 가독성 있게 주석을 다는 것 역시 상당한 고수가 아니면 어려운 작업이다..

 

일단 그의 두 테제를 적어둔다..

 

 

테제 6: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어떤 위험의 순간에 번득이는 어떤 기억을 제 것으로 삼는다는 것을 뜻한다. 위험의 순간에 역사적 주체에게 느닷없이 주어지는 과거의 이미지를 꼭 붙드는 것은 역사적 유물론의 과제이다. 그 위험은 전통의 존속만큼이나 그 전통의 수용자도 위협한다. 둘 모두에게 그 위험은 지배계급에게 도구로 넘어갈 위험이다. 어느 시대에나 전통을 제압하려는 타협주의로부터 그 전통을 다시 뽑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메시아는 구원자로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메시아는 적그리스도를 극복하는 자로서도 오는 것이다.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일으키는 재능은 적이 승리한다면 죽은 자들도 그 적 앞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완벽히 확신하는 역사가에게만 주어진다. 그리고 이 적은 승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테제 9: [파울] 클레가 그린 새로운 천사라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의 천사는 자기가 꼼짝 않고 응시하던 어떤 것에서 멀어지는 듯 묘사되어 있다. 그 천사는 눈을 부릅뜨고 있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날개는 펼쳐져 있다. 역사의 천사는 필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 천사의 얼굴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우리에게 일련의 사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로 그 곳에서 천사는 잔해 위에 또 잔해를 쉼 없이 쌓아올리고 또 이 잔해를 자기 발 앞에 던지는 단 하나의 파국만을 본다. 천사는 머물고 싶어 하고 죽은 자들을 깨우고 또 산산이 부서진 것을 모아서 다시 결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낙원에서 폭풍이 자신의 날개를 꼼짝 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이 폭풍은, 천사가 등을 돌리고 있는 미래 쪽을 향해 저항할 수 없이 천사를 떠밀고 있으며, 반면 천사의 앞에 쌓이는 잔해의 더미는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런 폭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목탄
나카가미 겐지 지음, 허호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나카가미와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은 끝났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런 흙냄새와 포크너적 어둠이 물씬 배어나는 작품은 실로 오랜만이다. 나카가미는 또 하나의 요크나파토파를 만들어냈다. 그 치열함이 사라질 때 근대문학은 끝나는 것이라면 애당초 우리에겐 그 자리가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 민음사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정된 사료를 가지고 이 정도로 셰익스피어와 그의 시대를 재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대가의 솜씨다. 특히 셰익스피어 비극의 본질은 설명되지 않는 불투명성(opacity)을 전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으며 그 불투명성이 기존의 논리적 설명이 속박하고 있던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지적은 실로 탁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속패전론 - 전후 일본의 핵심
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옮김 / 이숲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이 있는 사유를 담은 책은 아니다. 많은 논자들이 이미 제기한 논의들을 깔끔히 정리한 책. 아마 3.11이라는 파국 이후 자신들의 사회/국가는 무엇(이었)인가라는 간절한 물음이 이 책으로 사람들을 쏠리게 한 하나의 이유일 듯. 다만 이런 정치평론이라는 장르가 유행할 수 있는 풍토는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