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분단 - 아시아를 방법으로 박현채를 다시 읽다
연광석 지음 / 나름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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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80년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회고적으로 재현되는 신화적 시공간과, 바로 그 때의 주역들이 장악하고 있는 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풍경 사이의 기묘한 대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 차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가 부재하다는 것이야말로, 실로 반지성주의의 극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상사적 전통이라는 것이 부재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다른 어떤 공간보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철저히 유린당한 대학, 혹은 아카데미라는 공간에서 이러한 물음들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전향성명서 하나 없이 이루어진 '집단 전향'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터부시되어 온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90년대 세대인 이 저자가 박현채라는 유령을 소환하여 던지는 물음은 꽤 묵직한 것이다..

 

물론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 많은 무리수가 있고, 또 비약들도 많이 발견되지만..

또 결론부는 역시 많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저 80년대를 신화로 남기고 싶어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 속에서..

당신들이 뜨거웠다고 이야기하는 그 언어는 무엇이었고..

그 언어는 과연 그 시대를 이해하는 유의미한 언어였는지..

그리고 그 언어는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되었는지..

 

끝까지 주시해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제기는 투박하지만, 진정한 울림이 있다..

지지와 격려의 납함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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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공원 대산세계문학총서 104
천잉전 지음, 주재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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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타이완을 우리는 자유중국이라고 불렀다. 부루마불의 기억. 냉전 치하의 형제국가. 그리고 독재와 계엄령, 민주화라는 비슷한 현대사 경험. 하지만 정작 타이완 현대사를 다룬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훌륭한 소설이다. 전작인 <백색테러 시리즈>, <워싱턴빌딩 시리즈>도 빨리 번역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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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항쟁 - 1946년 10월 대구, 봉인된 시간 속으로
김상숙 지음 / 돌베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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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구라는 도시에 덧씌어진 ‘낙인‘들을 벗겨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1946년 10월의 현장으로 결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수구주의자들에게 빼앗겼던 이 도시의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책이 너무 늦게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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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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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대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오는 아기를 맞아들이는 것뿐이랍니다˝ 사소한 진리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하다. 오에의 소설은 언제나 용기를 준다. 그것은 나락으로 떨어진, 그리고 거기서 홀로 기어올라온 자가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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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을유세계문학전집 51
로렌스 스턴 지음, 김정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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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이긴 했지만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렇게 힘겨웠던 적은 처음이다. 아마 한가롭고 여유로운 노년에(그런 날이 올까?) 난롯가 앞에서 읽었다면, 섄디즘에 동조하며 낄낄대고 웃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어렵고 험난한 시절에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정말 사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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