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쓰기 16 – 접(接)하다 (우리말을 잡아먹는 한자말-1)
요즘 한자병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높아진다는 말을 해요.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한자가 우리말을 잡아먹는 경우가 참 많아요.
먼저 이름씨(명사)로 우리말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어요. ‘달걀’을 ‘계란’, ‘옷’을 ‘의복’, ‘아기’를 ‘유아’라고 말하는 거죠.
어찌씨(부사)로 잡아먹기도 하죠. ‘차차’를 ‘점차’, ‘서로’를 ‘상호’, ‘천천히’를 ‘서서히’처럼 쓰며 우리말을 사라지게 하죠.
움직씨(동사)와 그림씨(형용사)가 붙어 잡아먹기도 해요. 보통 중국글자말에 ‘~한다’ 또는 ‘~하다’가 붙어요. ‘일한다’를 ‘노동한다’, ‘빈다’를 ‘기도한다’, ‘나선다’를 ‘출발한다’처럼 말이죠.
이런 말들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뜻을 흐리게 만들어요. 그 가운데 ‘접(接)하다’라는 말을 살펴보려고 해요.
국어말집에서 뜻을 살펴보면
(1) 소식이나 명령 따위를 듣거나 받다.
<보기> 사고 보도를 접하다.
(2) 귀신을 받아들여 신통력을 가지다.
<보기> 그야 신을 접하게 되는데 쉽게 될 수야 없지요.
(3) 이어서 닿다.
<보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
(4) 가까이 대하다.
<보기> 나는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람마다 다른 개성을 발견했다.
(5) 직선 또는 곡선이 다른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다.
<보기> 원과 직선은 접하다.
모자를 쓰고, 시계와 허리띠를 차고, 목걸이를 걸고, 겉옷을 입고, 신발을 신습니다. 이걸 모두 ‘착용한다’로 바꿔볼까요? 모자를 착용하고, 시계와 허리띠를 착용하고, 목걸이를 착용하고, 겉옷을 착용하고, 신발을 착용합니다.
어떠신가요? 어느 말이 뜻을 더 또렷이 전하고 있나요? ‘접하다’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잡아먹고 있어요. 접하다 대신 어떤 말을 써야하는지 살펴볼까요?
가) (이야기나 소식을) 듣다. 보다. 읽다.
- 소식을 텔레비전으로 접했다. (들었다. 보았다.)
- 신문으로 그 내용을 다시 접하니 (보니, 읽으니)
- 많은 자리에서 접했던 질문이다. (들었던, 듣던)
<둘레 글 보기>
*이렇듯 많은 광고를 접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기가인터넷이 무엇인가 궁금증을...(보니, 들으니, 읽으니) - 한국금융신문. 2015.07.11.
*매일 신문을 접하다 보면 선거 공약마다 주장하던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는...(날마다 신문을 읽다보면) - 국제신문. 2015.7.11
*가끔 신문과 라디오, TV광고를 접하다보면 호텔 객실을 분양한다는...(보면, 듣다보면) -금강일보 2015.6.25.
*젊은층들이 SNS를 통해 여러 소문들을 쉽게 접하다보니 공포심이 커진 탓으로 보입니다. (듣다보니, 보니) - TV조선. 2015.6.9.
*소비자 피해 사례를 접하다 보면 소비자나 해당 기업이나 그 누구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듣다) - 국제신문
*집단폭행을 당하고 돈을 털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직장에 갔다. (보고, 듣고) -한겨레 1991.
*그런 광고를 자주 접하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성형유혹을 억제하기 힘들 것이다. (없앰, 듣다) - 중부일보. 2015.5.26
*이런 뉴스를 접하다 보면 플라스마는 인류에게 해로운 것 같다. (없앰, 듣다) - 매일경제. 2015.5.11
*이렇게 주로 해외 난민 문제를 우리가 접하다 보니까 (듣다) - YTN라디오. 2015.6.19
*사망자가 추가되는 뉴스를 접하다보니 아무래도 불안하다. (보니) -부산일보. 2015.6.18
*곰을 사육하는 광경을 TV를 통하여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TV로 보고) - 조선일보
나)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나다
- 늘 아이들과 접하면서 (만나면서, 부대끼면서, 어울리면서)
- 한국 사람을 가까이 접하고 (가까이하고, 가까이 두고, 가까이 어울리고, 가까이 만나고, 가까이 사귀고)
- 나와는 다른 사람을 접하면서 (만나면서, 겪으면서, 부대끼면서)
<둘레 글 보기>
*인생의 전환점, 미국을 접하다. (만나다. 미국에 가다) - 제주일보 2015.6.12.
*박 교장이 ‘그분’을 접한 것은 지난해 3월 중순 (만난) - 중앙일보
*예술가와의 대담을 통해 예술을 접하다. (만나다) - 제민일보. 2015.3.31.
*요즘 아이들을 접하다 보면 웃어른에 대한 예의와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나다) - 인터넷글
*간질 환자들을 접하다 보면 유소아 환자의 경우 심폐 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만나면) –뉴스1. 2015.5.6.
다) (~을) 보다
-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풍경을 접하게 된다. (본다. 만난다. 마주한다)
- 자연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볼 수 있다. 만날 수 있다.)
- 아이들은 단순하게(꾸밈없이, 티없이) 자연을 접해야 한다. (만나야, 느껴야)
<둘레 글 보기>
*교장선생님은 “아침마다 학생들과 자주 얼굴을 접하다 보니 멀리서도 교장선생님을 부르며 반가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 대구신문
*이런 희귀한 사진을 접한 손씨는 목이 메어 그 사연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본)
라) (~을) 먹다. 맛보다. 마시다.
- 이 음식은 처음 접했다. (먹었다. 맛보았다.)
*그는 “미국에서 멕시코 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재미교포들은 자연스럽게...” (맛, 먹다) - 세계일보 2015.5.30.
*가봉에서 절대 접할 수 없는 음식 (맛볼 수, 먹을 수) - MBC 무한도전, 2015.8.21.
*와인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런 점들을 감안하며... (마시다) - 주간동아. 2015.5.4.
*한 번, 두 번 접하다 보면 특유의 깊고 시원한 맛에 푹 빠지곤 한다. (맛보다, 먹다) - 영남일보
마) (~에) 닿다
- 외부의 미생물과 접하지 않도록 (닿지 않도록)
- 도로와 접해 있는 논 (길과 닿은 논, 길에 붙은 논, 길과 가까이 있는 논, 길가에 있는 논)
<둘레 글 보기>
*해안가의 완만한 평지에 접하다 보니 1996년 이후로만 일곱 번의 귀순 사건이 발생해...(닿다 보니, 닿으니) - 서울신문. 2015.6.22.
*잦은 봄나들이로 꽃가루를 자주 접하다 보니 증세가 심해진 겁니다. (에 자주 닿다 보니) - MBC뉴스. 2015.5.5
바) (~을) 알게 된
- 노찾사를 처음 접하게 된 해 (안, 만난, 들은)
- 기타를 처음 접한 대학교 때 (알게 된, 배운)
<둘레 글 보기>
*네팔 히밀라야 커피를 접하다. (만나다. 알게 되다.) - 블로그 글
*골프를 치지 않는 일반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학문을 접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알게 되면, 공부하면) - 매일경제 2015.6.10
사) (무슨 일을) 겪다
- ~명상을 처음 접하면 (겪으면, 하면)
- 새로운 환경에 접해도 (~놓여도)
<둘레 글 보기>
*양식 문화를 접하다 우연히 한식의 매력을 알게 돼 한식으로 전향하게...(겪다) - MTN 2015.6.17.
*여성들의 실제 삶의 현장을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겪을) - 한겨레
*인문학을 접하다 보면 협소한 사고가 확장되고 환기되는 변화를 경험한다. (겪다, 공부하다) - 서울신문. 2015.5.21.
*토론 후의 평가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접하다 보면... (겪다, 공부하다) - 경기일보 2015.5.21
아) (~을) 읽다. 보다. 누리다. 듣다.
- 책을 접하다. (책을 읽다)
- 영화를 접하다. (영화를 보다)
- 문화를 접하다. (문화를 만나다. 누리다)
- 대중음악을 접하다. (대중음악을 듣다)
<둘레 글 보기>
*좋은 작품을 자주 접하다 보면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추리소설이 인기장르로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읽다) - 한국일보 2015.7.6.
*점점 더 방대한 지식과 서적을 접하다 보니 현대에서 이 학문들을...(점점 더 넓은 지식과 책을 읽다보니) - 서울경제 2015.6.14
*1970년대 대중음악을 접하다 보니 (듣다) - 매일신문. 2015.5.13
*민중작가 이기원 작품을 접하다. (만나다. 보다) - 아시아투데이. 2015.6.9
(민들레처럼. 2015.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