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논문 계획서 발표가 있었어요. 논문을 쓰다보면 눈과 마음에 걸리는 글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요. 서론, 이론적 배경, 교육프로그램 설계……서론을 머리말, 이론적 배경을 바탕이론 같이 바꿔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요. 참고논문들, 인용하는 글들도 바꾸기 쉽지 않구요. 연구할 속살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뜻을 잠시 접었죠. 천천히 다시 보며 고쳐봐야겠어요. 쉽지는 않을 듯 하구요. 김수업 교수님도 우리말로 학문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래요.

 

 

 오늘 이야기까지 색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빛깔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최종규님 답장과 누리사랑방,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책들을 살펴봤어요. 먼저 우리가 빛깔을 보며 [진하다, 연하다, 선명하다, 탁하다]라고 하는 말부터 잘 가려 써야겠어요. 우리말을 한자말로 바꾼 말들이죠. 이런 말들도 우리말이 있을까 생각해요. 늘 그렇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어요. 아, 그렇구나. 있구나. 없어서 못 쓰는게 아니고, 몰라서 아니 알아차리지 못해서 못 쓰는 거구나.

 

*진(津)하다 → 짙다.
*연(軟)하다 → 옅다.
*선명(宣明)하다 → 맑다.
*탁(濁)하다 → 흐리다.

 

 빛깔을 보면 짙거나 옅지요. 이런 짙은 빛깔이나 옅은 빛깔을 가를 적에 우리는 흔히 농도(濃度)나 농담(農談)이라는 말을 써요. 지난 글에 마음결, 물결 이야기하며 ‘바탕의 상태나 무늬’가 ‘결’이라고 했죠. 짙거나 옅은 느낌도 ‘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바꿀 수 있겠죠.  

 
*농도(濃度), 농담(農談) → 빛껼

 

 지난 글에 주황(감빛), 연두(옅은 풀빛), 녹색(풀빛), 청록(짙은 풀빛), 남색(쪽빛, 짙은 파랑),  자주(자주빛) 빛깔을 말해보았어요. 이번 글에는 다른 빛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아이가 쓰는 크레파스를 뒤져보니 서른 여섯 가지 빛깔 크레파스가 있어요. 여기에 나온 빛깔을 견주어보며 하나씩 말해볼께요. 최종규님 책과 누리사랑방 글, 국어말집과 누리집들에서 살펴봤어요. 제가 이야기하는 빛깔이 답은 아니예요. 오히려 더 알쏭달쏭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크레파스를 꺼내보세요. 더 뒤죽박죽이랍니다. 찬찬히 빛깔을 하나씩 찾아봅니다.

 

 

 

*빨강 → 핏빛, 알빛(열매빛), 동백꽃빛, 장미꽃빛, 딸기알빛, 앵두알빛, 능금알빛, 말랑감빛(홍시빛깔)
*다홍(주홍) → 짙은 감빛, 단감빛
*귤색 → 옅은 감빛, 귤빛
*연주황 → 살구빛

 

 찾아본 노랑 빛깔 크레파스는 짙은 순으로 보면 개나리색, 노랑, 레몬색, 상아색 순이예요. 레몬색은 원래 맑은 노랑으로 개나리색과 가까운데 크레파스는 옅은 노랑을 띄죠. 잘못 만들어진 것 같아요. 상아색은 아이보리라고 불리기도 해요. 아주 옅은 노랑이죠. 이보다 조금 짙은 베이지, 크림색도 있어요. 노랑을 가운데 두고 이름을 불러도 좋고 꽃과 열매로 이름 붙여도 좋겠어요.

 

*개나리색 → 짙은 노랑, 개나리빛, 유채꽃빛
*노랑 → 노랑, 병아리빛, 민들레꽃빛, 원추리꽃빛
*레몬색 → 맑은 노랑
*상아색 → 흰 노랑
*베이지, 크림색 → 흐린 노랑

 

 

 

 우리가 잘못 쓰는 빛깔 가운데 ‘갈색(褐色)’도 있어요. 영어로는 브라운(brown)이라고 하죠. 국어말집에는 ‘검은 빛을 띤 주홍색’이라고 나와요. 다색(茶色)이라고도 하구요. 한자 ‘褐’은 ‘굵은 베’나 ‘털옷’이나 ‘다색’을 가리킨다고 하지만 무슨 빛깔인지 통 모르겠어요. 이렇게 바꾸어 봅니다.

 

 

*고동색 → 짙은 흙빛, 짙은 밤빛
*갈색 → 흙빛, 밤빛, 도토리빛, 상수리빛, 호두빛, 가을잎빛, 가랑잎빛
*황갈색 → 된장빛
*황토색 → 누런 흙빛

 

 

 

보라, 연보라, 홍매색(핑크), 검정, 회색, 어두운 회색, 금색, 은색은 어떻게 바꿀까요?

 

 

*보라 → 도라지꽃빛, 제비꽃빛
*연보라 → 등나무꽃빛
*홍매색, 분홍색 (핑크) → 꽃잔디빛, 패랭이꽃빛
*검정 → 능금씨빛, 배씨빛, 나팔꽃씨빛, 깨알씨빛, 그림자빛, 그늘빛
*회색 → 잿빛
*어두운 회색 → 짙은 잿빛
*금색 → 금빛
*은색 → 은빛

 

 우리 둘레 수많은 빛깔을 어떻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겠어요. 미술시간 크레파스와 물감이 아닌 이런 아름다운 빛깔을 숲에서 찾아봐야 겠어요. 아름다운 우리말이 담긴 <숲에서 살려낸 우리 말>도 읽어보면 참 좋구요. 최종규님 누리사랑방에 올리신 빛깔 이야기를 보시면 더 자세히 나와 있어요. 꼭 들러보세요.

(2015.05.11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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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5-24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보면, 어른들부터 빛깔을 제대로 모르니
규격에 맞도록 세운 말을 그저
외워서 쓰기만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