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목숨은 모름지기 가장 밑바닥에서 엉망진창으로 견뎌봐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로 알게 된단다. 똥통에 들어가 보지 못하면 똥통 같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겠니? 그리고 이 더럽고 흉측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겠느냐? 너희는 그렇게 모질고 야무져야 한다." (19쪽)
따뜻한 동화 오랫만에 읽는다. 남편을 죽인 원수를 갚기 위해 늑대할머니는 사람이 되고 깊은 산골에 산다. 함께 할 아이를 만들기 위해 달걀을 정성스럽게 키워 밥데기, 죽데기를 만들고 서울로 원수를 찾아나선다. 늑대할머니를 알아본 황새아저씨와 함께 남편을 죽인 원수를 찾지만 이 할아버지 역시 불쌍하게 살아온 과거를 알고 용서해준다. 이 할아버지를 도와준 할머니 딸은 원폭피해자로 깜깜한 방에 오십년을 넘게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유언으로 삼층 할머니를 도와달라고 한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신대 피해자다. 할머니는 결심한다. 황새아저씨, 밥데기, 죽데기 똥을 갖고 똥떡을 만들어 주문을 외고 가루를 만든다. 이를 서울하늘에 힘껏 날아 뿌리니 도시에 있는 달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고 평화가 찾아온다. 힘을 다 쓴 할머니는 죽음을 맞는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가 오히려 흥미와 재미를 준다. 마지막 똥떡을 만들어 금가루를 뿌리는 장면은 이 동화에서 큰 울림을 준다. 곳곳에서 우리네 아픈 역사가 나온다. 늑대할머니도 복수를 벼르며 원수를 찾아나서지만 결국 모두 용서하고 사랑으로 삶을 끝낸다. 평화, 사랑, 그리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동화. 아이들과 함께 읽고, 권정생 선생님 동화를 더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