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예요. 대학교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참 보기 좋아요. 기숙사 넘어 작은 언덕에도 '봄까지꽃'이 화사하게 피었지요. 저는 이 꽃이 '개불알꽃'인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일제강점기에 일본 식물학자가 붙인 이름을 한국학자가 그대로 옮긴 이름이더라구요.

 

 

 

 이 꽃은 겨울이 저물고 봄이 될 때에 처음 피고, 봄이 저물 무렵까지 펴요. 이름 그대로 '봄까지' 피고 지는 꽃이죠. 이렇게 이쁜 이름을 두고 왜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같은 더 어처구니 없는 일본말 뿌리 꽃이름도 있다고 해요.

 

 저는 풀, 꽃, 나무 이름을 잘 몰라요. 시골에 살지않아 그러기도 하지만 외우려고 애써도 금새 까먹고 이게 저 꽃같고 저게 이 꽃같고 그래요. 엉터리 꽃이름을 외우느니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름을 붙여 보는게 낫겠어요. 꽃을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겠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사랑스럽게 부르면 사랑스러운 이름이 튀어나올꺼라 믿어요.

 

 꽃을 한참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동장 앞에 붙여진 현수막이 눈에 띄였어요.

 

 

"내 머릿속엔 국어, 실습, 성공적."

 

 이건 뭐지? 사람들에게 궁금함을 주긴 했죠. 아마도 국어과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실습을 잘 다녀오라는 뜻 같았어요. 저번주 '적'을 공부해서 더 마음이 쓰였지요. 그래서, '적'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려구요.

 

 저번 이야기에 우리말 이끄미 '최종규'님이 댓글로 이런 말을 남겨주셨어요. '적' 앞에는 '한자말'이 거의 붙는다고, '적'을 쓰고 안쓰는게 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쉬운 우리말을 쓸지, 아이들과 어떤 말을 나누어야 아름다울까 살피는게 먼저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저번에 살핀 보기를 한 번 더 바꿔보려고 해요.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도 몇 가지 추려봤어요.

 

<지난주 보기>
1. 철수 엄마는 무조건적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2. 철수 엄마는 조건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3. 철수 엄마는 아낌없이 펼치는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1. 그래도 순종적인 학생이 좋다.
2. 그래도 순종하는 학생이 좋다.
3. 그래도 고분고분한(상냥한, 얌전한, 다소곳한) 학생이 좋다.

 

1. 권위적인 교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모였다.
2. 권위에 갇힌 교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모였다.
3. 차가운(딱딱한, 우악스러운) 교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모였다.

 

<책-'자발성과 협력의 프레네교육학'에서>
1. 학교가 결코 사회적 진보의 선두에 서 있지 않다.
2. 학교가 결코 사회 진보 선두에 서 있지 않다.
3. 학교가 결코 세상을 바꾸는 맨 앞에 서 있지 않다.
(또는 학교가 결코 새길을 여는 맨 앞에 서 있지 않다.)

 

1. 실제적으로 학교의 성숙은 매우 직접적으로 가정, 사회, 정치적 환경에 의해 조건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 실제로 학교의 성숙은 매우 바로 가정, 사회, 정치 환경에 의해 조건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 참으로 학교가 크는 것은 가정과 사회, 정치 환경 탓이 매우 크다.

 

1. 평등적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프랑스 학교는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이원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2. 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프랑스 학교는 오랫동안 역사로 보면 서로 다른 체제를 갖추고 있다.
3. 평등 민주주의를 펴는 프랑스 학교는 지난날을 살피면 서로 다른 틀을 갖추고 있다.
(또는 고루 스스로 주인이 되는 프랑스 학교는 지난날을 살피면 서로 다른 틀을 갖추고 있다.)

 

<누리사랑방>
1. 내가 그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나 보겠다.
2. 내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 보겠다.
3. 내가 그 사람을 바로(몸소) 만나 보겠다.

 

1. 역사적으로 보면 이 지역은 매우 의미있는 곳이다.
2. 역사를 살피면 이 지역은 매우 의미있는 곳이다.
3. 오랫동안 이 땅은 매우 뜻깊은 곳이다.

 

 쉽지는 않죠. 그래도 애써보자구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좋은 글 아닐까요? 배운 사람, 특히 학자들 글을 보면 너무 어려워요. 아이들을 만나는 우리들부터 쉬운 말, 글을 써봐요.

 

 제가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스스로 깨닫고 배우기 위해서예요. 제가 많이 알아 이런 글을 쓰는 게 결코 아니지요. 위에 나온 보기들이 어색하기도 해요. 한 번 더 생각해보는거죠. 더 좋은 말, 보기가 있거나 다른 생각들도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함께 배우고 깨달아 말삶을 가꾸어 보려구요. 하나 둘 쌓여 바탕이 된다면 아이들과도 아름다운 말을 즐거이 나눌 수 있겠지요?

 

(2015.04.12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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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4-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등적 민주주의`는 참으로 딱딱하게 굳은 생각으로 나온 말이지 싶어요.
이런 말로는 아이들한테 아무것도 못 가르치리라 느껴요.
아이들이 알아듣도록 하자면 ˝다 함께 민주˝가 되어야 할 테고,
아이한테는 `민주`도 어려우니 ˝다 함께 주인이 되는˝이 되어야 하는데
`주인`도 쉽지 않을 수 있고, 이 한자말은 말뿌리에서 그리 아름답지 않은 뜻이 있기에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이나 ˝다 함께 어우러지는˝으로 더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모두 주인이라면
주인이 없다는 말이기에
`평등`과 `민주`는 알고 보면 같은 말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말만 붙잡으면
생각도 말도 뻗지 못하고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