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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 연수때 만났던 탁동철 선생님, 바로 책 제목에 나오는 탁샘이다. 화려한 말솜씨는 아니지만 소박하게 말을 이어가던 모습이 생각난다. 처음 들으면 무슨 얘기인지 모르다가도 듣다보면 빠져든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말꽃이 되고 끝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 책은 탁샘이 아이들과 보낸 시골학교 이야기다. 탁샘은 아이들과 마을조사하기, 산을 돌아다니며 똥찾기, 저녁에 고기잡기, 김장재료 조사하기 등을 한다. 흔히 하는 교실수업이 아니다. 틀에 박힌 교과서 수업이 아닌 살아있는 교육이었다. 자연은 좋은 교과서이자 그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었다. 시골에 살았던 탁샘은 그러한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아이들과 자연의 모습을 탁샘은 놓치지 않았다. 오래보고 찬찬히 보며 그리고 사랑했다. 그게 바로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로 꽃을 피웠다. 그렇다. 써보라고 해서 아이들은 쓰지 않는다. 탁샘은 아이들이 마음 속에 들어온 것을 잡아 글로 시로 쓰게 했다. 더 나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인간적인 탁샘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또 갖아도 교실에 들어서면 화가 불끈불끈 나는게 선생이다. 탁샘은 그런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청소를 안하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보고 쓰레기통을 뒤집어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아이스크림을 자기들만 사먹고 있다고 분노하기도 한다. 출장갈때 계단청소를 부탁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자 속이 상한다. 탁샘도 사람이기에 그렇게 솔직하게 아이들을 만난다. 인간적인 탁샘의 모습을 보며 웃고 또 웃으며 마음을 함께 했다.
뒷부분에 나오는 글쓰기, 시 지도 과정도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생각이 아닌 본 대로 쓰자. 마음 속에 들어온 것을 자세히 쓰자. 그리고 정성들여 읽어주자. 좋은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속에서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탁샘이 던져준 말들이 귓가에 맴돌아 적어본다. 흉내내지 말고 삶으로 살아내자.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엇을 보고 듣고 마음이 움직일 때까 있으면 글을 써 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다 공부거리가 될 수 있어. 작은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
"글쓰기는 한 사람을 바꾸는 거야. 또 정직하고 바른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거나, 살아가면서 쓸거리를 찾는 사람은 바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나는 어떻게 해야 너네들이 글을 잘 쓰게 되는지 몰라. 그러니 글쓰기를 가르쳐 주고 싶어도 못 가르쳐. 그런데 니네가 쓴 글은 정성껏 읽어 줄 수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