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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ㅣ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평점 :
행복은 무얼까? 난 행복한 느낌이 들때가 언제일까?
우선 편안하고 기분좋은 느낌이 들때다. 이런 느낌은 몸상태가 좋을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 새로운 곳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다. 가장 본능에 충실한 느낌이다. 이것부터 채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쓴이가 말한 사회가 나를 보호해주는 '안정'과 의지할 수 있는 '이웃', 깨끗한 '환경'이 필요하다.
다음은 내가 무언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때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어떤 직업이든 자부심을 갖고 인생을 사는 '평등'이 필요하다. 인정과 자아실현 욕구, 그리고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과 느낌을 가질 때 바로 행복을 느낀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물음을 던지며 책을 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행복하자. 그래서 찾아보자. 그러면 해보자.'다.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절망을 이야기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대강과 자원외교에 수십조원을 날리고, 지금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다. 바닥까지 쳤다 생각하지만 또 다시 곤두박질친다. 어디까지 떨어질까 이제는 두렵다. 사람들은 정치를 믿지 않고, 그렇다고 책임있게 참여하지도 않는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있을까?
요사이 돌아가는 사회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책을 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지만 부러움과 설레는 마음을 함께 느끼며 한숨에 읽었다. 과연 우리나라도 덴마크 같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무조건 절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린 아직 깜깜하다. 그렇다고 주저 앉을 수 없지 않은가? 덴마크도 처음부터 그런 사회가 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덮어놓고 막연한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생각이 들었다. 그 몇 개를 들어본다.
첫째,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덴마크 사회 탄탄하게 자리 잡은 시민들의 바른 생각들이 큰 힘이다.
덴마크에는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는 의식이 잡혀있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이 말뿐인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의사를 존경하고 신뢰하지만 특별히 부러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택시기사는 그 직업을 즐기며 자부심을 느끼고 사람들은 이를 존중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특별한 직업이 있고, 특별한 사람이 있으며, 그 특별함이 힘이 되는 사회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생각에는 평등의식과 겸손함, 그리고 당당함이 있었다.
또 하나 남과 비교하지 않고 여유롭게 삶을 즐긴다. 이는 오랫동안 쌓아온 문화적 특성, 느긋한 인종 특성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평등한 사회조건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삶입니다. 친구가 있고, 지붕이 있는 집이 있고, 그 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죠. 나뿐 아니라 덴마크인들의 생활은 대체로 안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무료예요. 대학등록금이 무료고 병원비가 무료입니다. 덴마크인들은 길거리에 내쫓기는 신세가 되는 일이 없어요. 직장을 잃어도 정부가 2년간 실업보조금을 주고, 직업 훈련을 시켜서 다른 회사에 취직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그러니 생활하는 데 큰 걱정이 별로 없어요." (38쪽)
돈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 그 사회가 바로 덴마크다. 우리나라는 연봉, 아파트 평수, 더 멋진 자가용을 비교하며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다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을 느끼는 사회. 이런 모습이 어디서 부터 온걸까? 아마도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 짧은 기간동안 경제를 일으키며 힘있는 직업을 갖거나 돈을 많이 버는게 성공, 그게 곧 행복이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지 않나 싶다.
덴마트도 결코 평탄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덴마크는 1814년 노르웨이 땅을 잃고 1894년에는 영토의 3분의 1이 독일로 넘어간다. 특유의 긍정하는 민족성으로 밖에서 잃을 것을 안에서 찾는다. 덴마크 정신 기둥인 그룬트비가 주도한 '깨어있는 농민되기'운동, 협동조합 운동, 달가스의 '국토 개간 운동'으로 행복사회 씨앗을 뿌린다.
정치 역사도 재밌다. 덴마크 정당은 우파 중심 벤스트레, 좌파 중심 사회민주당이 있다. 하지만 1901년 이후 한 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없다고 한다. 서로 사안마다 연합을 하며 정권을 잡는다. 우파가 정권을 잡는다고 정책이 확 바뀌는게 아니고 큰 틀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 바탕에는 뿌리깊게 자리잡힌 사회적 연대와 평등의식이 있었다. 좌 우로 흔들리며 정권 성향에 따라 나라 정책이 극으로 치닫는 우리 모습, 타협과 토론없이 대립만 하는 우리 정당 모습과 너무 달랐다.
사민당이 공산당과 경쟁을 한 모습도 인상깊었다. 공산당을 누르고 탄압해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공산당이 주장하는 사회불평등 요소들을 없애며 노동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방식으로 지지를 얻는다. 그리하여 공산당에게 없는 자유와 공산당이 바라는 평등을 한꺼번에 잡는다. 우리나라 정치는 비판이 아닌 비난, 대안없는 깎아내리기, 토론없는 막장으로 국민을 힘들게한다. 서로 함께 보다 나은 길로 가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둘째, 행복한 삶을 배우는 학교다. 지식 습득 교육이 아닌 어떤 인생을 살지 스스로 찾는 교육, 경쟁보다 협력으로 행복을 찾는 교육, 교사, 학부모, 교장 모두 학교의 주인이 되며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 학교에서 여유있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우는 교육을 펼친다. 수업에서 노래 부르기와 '살아있는 말'을 강조하며, 국어.영어.수학 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더 중시하고, 비판과 토론을 통해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덴마크 학제는 9학년까지 초등학교(우리나라로 따지면 초중학교가 합쳐짐), 11학년부터 고등학교다. 중간 1년이 비는데 이때 에프터스콜레(인생설계학교)를 다닌다. 원하면 근처학교에서 10학년까지 마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기숙학교 형태 에프터스콜레를 선택한다. 대부분 사립이지만 절반정도는 정부에서 부담해 대부분 에프터스콜레에서 1년을 보낸다고 한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1년동안 공동생활하면서 인생도 설계하고 단체생활 속에서 함께 사는 법도 배우는 거다. 우리나라도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를 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 속상한 사실도 있다. 먼저 대학교 등록금이 없고 생활비까지 지원해준다. 그러니 돈 걱정없이 원하는 공부를 하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대학 역시 서열화되어 있지 않다. 학교마다 장점이 있는 학교가 있을뿐이다. 예를 들어 로스킬레 대학은 인문학 사회학이 강하며, 코펜하겐 대학은 자연과학과 법학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인생 종착역인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오로지 수능만을 향해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또다시 알바에 학자금대출에 허덕인다. 수백개 이력서를 써내도 취업을 못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참 불쌍해진다. 한편으로 마음도 무거워진다.
덴마크 사회를 알려면 '그룬트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룬트비 정신에 의해 1844년에 세워진 뢰딩 호이스콜레(시민 자유학교)에서 나온 '깨어 있는 농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리더가 되고, 협동조합 운동이 일어나며, 오늘날 덴마크를 행복사회로 만든 기틀을 세웠다고 한다. 학교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는 바뀌지 않는다? 물론 서로 함께 바꾸어나가야 맞다. 하지만, 덴마크 모습을 보면 한 나라를 바꾸는데 교육과 교육철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지금 불고 있는 학교혁신 바람도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교육철학에서 새로운 사회 씨앗이 들어있다.
마지막은,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대학교까지 전액 학비,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며, 개인별 주치의가 있어 사는 곳에서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 조직율은 70%가 넘고 노사간 믿음이 두터워 불합리한 해고, 막무가내 투쟁은 하지 않는다. 실직을 해도 2년동안 기본 월급 90%이상을 받고, 2년이 지나도 70퍼센트에 해당되는 생활 자금을 지원해준다.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떳떳히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가 바로 덴마크다.
그렇게 지원해주면 누가 일하겠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진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냥 놀지만은 않을꺼다. 그렇게 사회가 탄탄하게 믿고 지원해주니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지 않는다. 실직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찾으며 행복을 찾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게 행복의 첫걸음 아닐까?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엄청난 세금을 낸다. 소득의 50-60%를 세금으로 내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쁘게 세금을 낸다. 왜냐하면 그만큼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받고 돌려받으니 불만이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금을 조금만 올려도 거센 저항이 생긴다. 그것은 국민들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라문제다. 사대강, 자원외교, 방사청 무기수입 문제처럼 수도 없는 정부 잘못에서 수십조를 펑펑 낭비했다. 생각해보니 대통령을 잘못 뽑은 국민들 문제도 있다. 제대로 세금이 걷히고 제대로 쓰인다면 국민들도 얼마든지 낼꺼다. 그게 아니니 문제다.
덴마크 사회가 유토피아는 아니다. 그래도 지금 우리사회에서 배울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고, 과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의심도 든다. 그래도 희망을 느끼고 설렜던 사실은 덴마크 행복사회도 교실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혁신학교가 한때 유행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경쟁과 지식중심 교육에서 더불어 함께 삶을 배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삶을 배우는 즐거운 학교'에서 '더불어 사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자랄때 우리사회도 희망이 있다. 행복사회를 위한 첫걸음을 우리도 기꺼이 내딛어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