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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일기 1 :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ㅣ 이오덕 일기 1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13년 6월
평점 :
도서관에서 빌려 서둘러 읽어보다 책을 사고 찬찬히 다시 읽는다. 1권은 1962년부터 1977년까지 일기다. 마치 그때로 돌아가 이오덕 선생님과 함께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각종 공문 보고로 힘들어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며 괴로워하는 선생님 마음, 부패한 교육현장 모습들을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놀라운 건 내가 선생이 된 후 느낀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두고 두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 아이들을 키워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세계에 파고들어 가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15쪽)
선생님은 늘 고민하셨다.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속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애쓰셨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실망도 하고 화도 내신다. 소풍에서 아이들에게 점심밥을 얻어먹는 마음도 걸리고, 교실로 들어온 참새를 보고 "그럼, 모두 나가 주자!"라고 외친 아이들을 보며 뿌듯해 하시기도 한다.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지내는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이라 더 깊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시는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생활의 표현이어야 하고, 소박하고 현실적인 감동으로 쓰여야 하는 것이다."(26쪽)
"백일장 대회를 데리고 나와 엉터리 주제를 보고 걱정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냇가에 가서 놀았다. 글짓기고 시 짓기고 그 까짓 것이 다 뭘까? 천진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시가 어디 있는가?" (41쪽)
요즘 학교도 다르지 않다. 교사가 대신 써서 대회에 보내기도 하고, 모범작품을 보고 그럴싸하게 쓰는 연습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철마다 흡연예방, 과학의 날, 가정의 달, 화재예방, 각종 관공서에서 쏟아져오는 글쓰기대회가 셀 수 없다. 삶이 담겨있지 않은 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직접 자기들에게 개인적으로 손해가 나면 그때는 꿈틀거린다. 그리고 저보다 약한 자에게 무섭게 덤빈다. 그러면서 일단 개인을 떠나 사회 전체, 국가 민족 전체가 해를 입을 경우는 나 모른다는 태도다. 철두철미 이기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을 받아 온 20대, 30대의 젊은이들, 이들이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28쪽)
갈수록 그렇다. 일베를 보면 그렇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을 봐도 그렇다.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과 학교폭력에서도 '남'은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어른들, 사회, 그리고 교육이 이렇게 만든게 아닐까 싶다.
"아침 출근이 괴롭다. ... 교장, 교감의 찡그린 어룰 결코 진실이라고 할 수 없는 거짓 교육의 강요 때문이다. ...우선 아이들에게 정이 안붙는다. ...학습이고 생활이고 아이들의 세계가 너무 황폐되어 있다. " (131~132쪽)
맞다. 선생들 요즘 참 힘들다. 아이도, 학부모도, 수업도, 학교도, 관리자들도 모두 다 힘들다. 무엇보다 가르치고, 아이들을 만나며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그러기 힘들다. 어떤 선생님은 방학이 끝나자마자 방학을 기다리는 웃지 못할 모습도 있다.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이 아이들에게 정이 안 붙고, 학교가 힘들다면 어찌할까? 그래서 나도 아둥바둥 공부하고 길을 찾으려 애쓴다. 이오덕 선생님도 괴로웠다. '이오덕 선생님도 참 힘드셨구나.'하고 위로받으며 힘을 낸다.
"또 장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진정 교육을 위해서 '1교1사육'같은 것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다." (207쪽)
이 책에서 가장 와 닿는 말이다. 교육은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아이들은 없고 실적만 있다. 나도 그런 유혹에 잘 빠진다. 남들에게 내가 잘 교육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일들 많았다. 거기에는 아이들은 없었다. 돌아보면 씁쓸하다.
"그까짓 교육장들 비위 맞춰 동네 사람들 등지는 것보다 교육장 꾸중 들어도 지방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것이 마음 편한 것이다. 학교는 교육장이 주인이 아니다.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주인이어야 하니까.(330쪽)"
학교 주인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있다. 수업은 안하고 쓸데없는 공문처리하는 모습, 무턱대고 비판만 하는 수업협의회, 각종 지시 명령, 통계보고 등은 요즘 학교와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없고 행정만 있는 학교, 이제 바꿔야 한다. 혁신학교가 이런 흐름을 바꾸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먼 길 같다. 충남은 이제 막 내딛고 있다. 마지막 일제고사 시험을 보며 한탄하는 선생님 모습이 떠오른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2015.04.15 민들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