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어떤 말을 쓰고 살았을까요? 글쓰기회 겨울배움터에서 우리 말 공부를 시작하고 공부하다 우연히 최종규님을 만났습니다. 누리사랑방에서 이오덕 선생님 책 갈무리한 글을 읽었지요. 쉽고 아름답게 읽히는 글에 빠져들었고 깊이 있는 글에 또 한번 놀랐어요. 누리사랑방에 있는 우리말 바로쓰기 글들도 보았지요. 이것 말고도 아이 키우는 이야기, 사진이야기, 헌책방 이야기 등 곳곳에 읽을거리가 많았어요. 하루 아침에 쓴 글은 아니었지요. 아마도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차곡차곡 쓰고 모아둔 듯 싶어요. 그도 그랬지요.

 

한 걸음씩입니다. 꼭 한 걸음씩입니다. 아주 더디다고 할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좀 느린 듯 보일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아직 모자라거나 엉성할지라도 한 걸음씩입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지만 한 걸음씩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 70-

 

 나도 한 걸음 내딛어보렵니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을 돌아보고 말결을 천천히 다듬어 보렵니다. 나는 꿈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세상이 더 나아지는데 내가 보탬이 되는거지요. 그런데 내 말투 하나 바꾸지 못하는데 어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거창하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말을 바로 써야겠다는 마음은 크지 않았어요.

 

 요즘 우리말을 쓰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딸 소율이와 이야기할 때입니다. 차안에서 늘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만 떼쓰는 딸에게 아내는 김동률 노래를 켜고 이렇게 말했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야. 이 가수 노래 좋지?”

엄마, 가수가 뭐야?”

, 노래하는 사람.”

, 그렇구나.”

 

 네 살 딸아이에게 어려운 한자말을 쓰면 다시 풀어 말해줘야 합니다. 두 번 이야기 안하려면 아주 쉬운 우리말로 얘기해줘야 하지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말을 쓰면 아이들은 꼭 다시 물어보죠.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가르치미)이기에 쉬운 말을 써야 돼요. 처음에는 어려운 한자말을 자꾸 써야 어휘도 늘고 좋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찌 그리 어려운 말을 쓰려했을까요.

 

 어려운 한자말,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요즘은 처방전을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막 휘갈겨 썼죠. 그런 처방전을 보면 의사가 전문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내용이 궁금할 때가 많아요. 말은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 자랑하는 수단이 아니죠. 한글이 있기 전 어려운 한문을 배운 일부만이 지배층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던 아픈 역사가 우리에게도 있어요. 말은 못 배운 시골 할머니도 많이 배운 대학 교수도 서로 통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그리해야 서로 더불어 살며 마음이 어우러지는 그런 세상이 되겠죠. 배운 사람, 돈 있는 사람만의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쉬운 우리말을 살려 써야겠어요.

 

 한자말이 우리말을 풍부하게 했다지요. 나도 그리 믿었지만 아닙니다. 되려 한자말은 우리말을 잡아먹었어요. ()이라는 말은 뫼, , 갓이라는 토박이말 셋을 잡아 먹었지요. 어떤 사람은 너절한 말들을 또렷하게 만들었다고 좋아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런 을 지키는 사람을 갓지기라고도 불렀죠. ‘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를 말하지요.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습니다. ‘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하지요.

 

 옛 우리 조상들은 붉은 빛을 띠는 말이 참 많았어요. 붉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죽죽하다. 불그레하다. 발그레하다. 그런데 적색(赤色)이 이 말들을 다 잡아 먹었지요. 우리 겨레의 아주 작은 마음결과 숨결까지 빼앗긴거죠.

 

 촌스럽게 왜 그래. 글로벌 시대에 우리말을 꼭 써야해? 말은 도구일 뿐 편하게 쓰면 되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지요. 영어, 한자말을 쓰지 말자는 말은 아닙니다. 꼭 써야 할 때 쓰자는 말이예요. 영어와 한자말은 외국사람과 대화할 때 쓰면 됩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우리말을 쓰면 되지요. 어렵고 아리송한 한자말 대신 쉬운 우리말을 쓰자는 얘기예요. 우리말을 다 잡아 먹은 잘못된 말투를 바로잡자는 것이구요.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우리말은 우리 겨레의 얼과 혼, 문화가 담겨있어요.

 

 이렇게 우리말을 살려 바로 써야 하는 이유를 써 보았어요. 나도 내 생각이 부족해 글로 적바림해봅니다. 내 삶부터 잘 가꾸고 잘못된 말투부터 배우고 고쳐야 겠어요. 그러면 말결, 삶결도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그리하여 세상도 그리 나아지겠지요.

 

말 한 마디 자그마한 구석을 알뜰히 가구는 동안 우리 삶 모두 알뜰히 가꾸게 되고, 말 한 마디 자그마한 대목이라고 업신여기며 내팽개치면 우리 삶 모두 대충대충이 되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업신여기는 셈입니다.” -생각하는 글쓰기 35-

 

(민들레처럼.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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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2-2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어야 스스로 배워요. 스스로 첫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스스로 배울 수 없어요. 저도 이를 두고두고 느끼면서 깨달아요.

곰곰이 살피면,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도구)이 맞아요. 다만, 생각을 담는 그릇은 아무렇게나 다루거나 엉터리로 쓰면 제대로 `말`을 부리지 못할 테고, 내 생각을 말에 옳게 실어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생각을 담는 그릇`인 말을 제대로 바라보고 살펴서 제대로 쓰고 사랑할 때에, 내 생각을 제대로 밝힐 수 있으니, 우리는 말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룰 때에 비로소 생각도 삶도 제대로 선다고 할 수 있어요.

연장(도구)은 `편하게` 써야 하지 않고 `제대로` 써야 한다고 느껴요. 제대로 쓰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잘` 쓸 테고, 잘 쓰는 모습이 바로 `편하게` 쓰는 모습이 될 테지요. 처음부터 제대로 쓰려 하지 않고 엉성하게 쓰거나 엉터리로 쓰니까, 잘모된 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엉터리가 되고 말지 싶어요.

언제나 즐겁게 한 걸음씩 힘차게 내딛으시리라 믿어요. 즐겁게 이 길을 걸어 보셔요~

저도 아이들한테는 `가수`라는 말은 안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 쓰는데, 큰아이가 이제 여덟 살이다 보니, 동영상에 나오는 `가수`라는 말을 듣고는 ˝아, 가수가 노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로구나.˝ 하고 알아채더군요 ^^

민들레처럼 2015-02-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제대로 써야지요. 제가 아직 아는 게 없어요. 글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지요. 모자란 글과 생각 살펴주셔요. 많은 도움과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천천히 즐겁게 이 길 걸어보지요. ^^
 
거꾸로교실 - 진짜 배움으로 가는 길
존 버그만 외 지음, 정찬필 외 옮김, 이혁규 감수 / 에듀니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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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교육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그 흐름은 바로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도 그렇고 거꾸로 교실도 마찬가지다. 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지식의 전달자였다. 그렇게 가르쳤던 이유는 핑계일 수 있지만, 나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교육이 산업사회를 이끈 큰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식은 널리고 넘쳐있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때가 왔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지식의 양'이 아닌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일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온 것이다.

 

 전에도 스마트교육, 사이버가정학습 등 많은 교육이 시도됐다. 하지만, 거꾸로교실은 다르다. 거꾸로배움은 교육론도, 교육철학도 아니다. 거꾸로 배움은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적절한 기법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과 마주하는 수업시간을 잘 활용할지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전달위주 수업을 동영상 강의로 제공하고 그 나머지 시간을 수업시간에 개별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으로 쓰는 것이다.

 

"거꾸로교실과 거꾸로배움에서 핵심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74쪽)

 

 그렇다. 거꾸로교실을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딱 막힌 벽을 쾅 하고 부쉈다. 부서진 벽돌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가기는 쉽지 않다. 여러 문제가 떠오른다. 영상을 안보는 아이들의 문제, 영상을 어떻게 확인할지 문제, 영상을 본 후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문제 등 수도 없다. 문제가 보이고 떠오르는 것은 좋다. 그 문제를 하나씩 고민하다보면 부서진 벽돌이 하나씩 없어질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준비 못한 내 탓, 아이들의 배움의 열정이 부족하다는 아이 탓만 했었다. 그 큰 벽에 부딪치고 부딪쳐 머리만 아팠다.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 그러면 실패가 너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140쪽)

 

 유행처럼 번지는 교육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르침에서 배움의 철학으로 바뀌는 교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꼭 가르치고 싶은 내용들은 담뿍 영상으로 담아놓고 나머지 어떻게 아이들이 의미있는 배움을 이끌어낼지 고민하면 된다. 앞 말처럼 빨리, 자주 실패하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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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2-1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서로 즐겁게 배우면 다 이루어지리라 느껴요.
기쁘게 걸어가셔요~

민들레처럼 2015-02-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잘 봤어요. 다음 책 보고 있는데 늘 깨닫고 배웁니다. 요즘 글들도 묶어 책으로 내시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글과 삶...보며 배울께요~^^
 
배달말 가르치기
김수업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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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수업 선생님의 두번째 책이다. 찬찬히 공부하며 읽어 시간이 오래 걸린 책이다. 우리말 이야기인줄 알고 고른 책인데 아니다. '국어교육개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덕분에 국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돌아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보다 중고등학교에 맞춰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됐다.

 

 먼저 말이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말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묶어 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가 깊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새로워지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 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 것이므로 결국은 말이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55쪽)

 

 "사람은 말로써 살아간다. 사랑도 말로써 하고, 싸움도 말로써 하고, 놀이도 말로써 하고, 잔치도 말로써 한다. 교육도 말로써 하고, 정치도...그러므로 말과 삶, 삶과 말은 떨어지루 수 없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다. 말이 고우면 삶이 고와지고, 말이 거칠면 삶이 거칠어진다. 말이 쉬우면 삶이 쉬어서 편안해지고, 말이 어려우면 삶이 어려워 고달파진다. 말이 곧 삶이다." (55~56쪽)

 

 김수업 선생님을 만나뵙고 말씀을 들을때도 우리 겨레 큰 힘을 말하셨다. 중국 황하 유역 청동기 문화보다 우리 청동기 문화가 앞서 있다는 것, 황제에 앞서 불을 쓰게 하고 농사를 가르쳐 중원을 다스린 염제와 신농이 우리 겨레이며, 주나라에 앞서 글자를 만들어 중원 문명의 터전을 닦은 은나라를 세우고 다스린 사람들이 우리 겨레라고 한다. 그런 우리 겨레가 어찌 이리 되었을까? 바로 우리네 느낌과 생각을 제대로 적을 수 있는 글말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우리 글말이 없어 중국 한문을 빌리게 되고 이는 지배 계층의 글말로 자리잡아 우리 겨레의 힘이 쪼개진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지배계층은 아랫사람까지 고루 세상을 이롭게 할 마음이 없었다. 지배체제를 굳건히 지키며 자신들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배달은 우리 겨레를 뜻한다. '배'는 '할아버지'요 '달'은 '빛난다'로 하늘 할아버지의 빛이 천하를 비춘다는 뜻이다. 단군시절에는 '단(檀)'을 '배달'이라 불렀다고 한다. 처음 배달말이 뭘까 싶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어'를 말한다. 국어(國語)는 나라말이라는 뜻이라 중국말도 국어, 영국말도 국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어라고 해야 하나? 북한말은? 그래서 우리 겨레의 말을 아우러 '배달말'이라고 한다. 굳이 '국어'를 '배달말'로 바꿔써야 할까 싶었지만 그 뜻을 살펴보니 마음에 들어온다. 우리 겨레말을 가르치는 '국어'라는 말부터 바꾸는 일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떤 배달말이 있어야 할까?

 

 첫째, 입말과 글말과 전자말이 하나로 어우러 지는 것이다. 온 겨레가 글 쓰듯이 말하고, 말하듯이 글 쓰고, 말하며 글 쓰듯이 보이는 것이 '있어야 할 배달말'의 첫째 모습이다.
 둘째, 토박이말을 배달말의 알맹이로 살려 쓰는 것이다.
 셋째, 사투리와 대중말(표준어)을 함께 일으키고 드높일 일이다. 
 그리고, 쉬운 말, 또렷한 말, 올바른 말, 아름다운 말이다. (103~107쪽)

 

 그런 배달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바로 둘째 길에서 말해주고 있다. 목표(과녁), 내용(속살), 방법(솜씨), 평가로 나누어 국어교육의 길을 찾는다.

 

 먼저 과녁(목표)이다. 국어교육을 왜 할까?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목표를 정하고 있다.  

 

 국어 활동과 국어와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국어 활동의 맥락을 고려하여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국어를 사랑하고 국어 문화를 누리면서 국어의 창의적 발전과 국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

가. 국어 활동과 국어와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다.
나. 다양한 유형의 담화와 글을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생산한다.
다. 국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어 생활을 능동적으로 하는 태도를 기른다.

 

 여기서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는 국어를 도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도구로서 의미를 넘어 '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국어교육의 목표는 배달말(국어)을 더욱 잘 '알게'하고, 더욱 잘 '살게'하는 일이다. 이 속뜻은 지금 알고 있으며 살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국어교육의 목표는 무얼까? 쉽지 않다.

 

 나를 온전히 비추고, 남을 바로 살피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 귀, 마음을 닦아 삶을 아름답게 가꾼다.

 

 다음은 속살(내용)이다. 어떤 속살로 가르쳐야 할까? 국가교육과정에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나뉘며 지식, 기능, 태도, 실제 틀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언어사용 목적(정보전달, 설득, 친교 및 정서표현)에 따라 억지로 나눠진다. 이 책에서는 일상국어(말), 예술국어(말꽃)으로 크게 나누고, 다시 삶과 앎으로 나누어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말의 삶'이다.

 

 '말의 삶'을 가르친다는 것은 삶에서 주고 받는 배달말을 더욱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마음을 열고 정신을 차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듣기>

 아름답게 내 생각을 또렷이 말하고 <말하기>

 글말을 바로 읽고(소리읽기) 글말 속의 알맹이를 찾아 받아들이며(뜻읽기)  <읽기>

 말하기를 고스란히 닮아 쓰며 삶을 가꾼다.  <쓰기>

 

 여기에 덧붙여 전자말의 삶이 있다. 전자말은 컴퓨터, 방송 등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을 뜻한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매체교육을 각 영역별로 쪼개서 넣어놓았다. 갈수록 전자말 삶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보이기(말하면서 쓰는 것): 손전화 예절, 메신저나 블로그(누리사랑방) 글쓰기 등 

 보기(들으면서 읽는 것): 방송 말 듣기, 누리방 글 읽기 등 > 영상, 글 함께 보기 때문에 감각과 활동량이 커짐.

 

 다음은 '말의 앎'이다. 이는 말이 무엇인지 더욱 잘 아는 것이다. 말이 무엇인지 아는 철학,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문법,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지만 국어 얼거리를 알 수 있는 공부를 조금씩 한다. 이는 책에 나온 내용처럼 깊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재미있게 말을 알아가는 속살이 필요할 듯 싶다. 모르는 속살이 많아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다음은 '말꽃의 삶'이다. 말의 의사소통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배달말로 예술을 체험하여 마음을 넉넉하고 따스히 만들어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문학 수업이다. 시, 소설, 수필 등으로 갈래를 나눠 가르치는게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갈래가 없이 하나였다고 보는게 맞다. 말꽃의 삶은 다음과 같다.

 

 입말꽃으로 서로 노래하고 이야기하기-옛이야기, 최불암시리즈 등 <말꽃 말하기>

 말꽃 말하기 판에서 재미있게 듣기-연극판, 탈춤판 <말꽃 듣기>

 어떤 작품을 읽게 할까? <말꽃 읽기>

 글말꽃을 스스로 쓰고 읽고 즐기기 <말꽃 쓰기>

 전자말꽃(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인터넷소설 등) 올바르게 드러내고 보기 <말꽃 보이기, 보기>

 

 다음은 '말꽃의 앎'이다. 말꽃을 알고 삶을 알아가며, 사람과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말꽃들을 찬찬히 살피며 아이들 눈높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다.    

 

 다음은 솜씨(방법)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앞부분은 교사, 교육현실, 교육과정, 교재 등의 어려움을 짚고 있다. 솜씨는 가르치며 부단히 고민하고 바꾸고 만들어가는 부분이다. 크게는 지금 교육과정처럼 의미없이 나눠있는 공부를 큰 덩어리로 묶어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여기에 나온 몇 가지 의미있는 활동을 적어보면

 

 ㄱ. 아이들의 입말을 살펴보기 위해 녹음을 해보고 듣는다.

 ㄴ. 교사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일기쓰기, 책 읽기 등)

 ㄷ. 아이들 삶 속 글과 노래가 곧 말꽃이 된다.

 ㄹ.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한다.

 ㅁ. 놀이하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평가다. 견주어 남보다 높이 오르는 것이 값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삶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다. 저마다 갖고 있는 꽃을 어여삐 피우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삶이다. 지금처럼 정답을 찾아내는 객관식 평가, 줄세우기 평가가 아닌 속살을 알아보는 평가가 되야 한다. 조금씩 그리 바뀌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요즘 내가 가르쳤던 교과를 하나씩 돌아본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왜 가르쳤는지, 이 교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본다. 이 책을 통해 국어교과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직도 아홉 과목이 남았지만 찬찬히 살펴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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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 우리말 지킴이 최종규가 들려주는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5
최종규 지음, 호연 그림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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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풀무학교에서 '화장실' 앞에 '개운방'이라는 팻말을 보았다. '해우소', '화장실', '뒷간'이라는 말보다 얼마나 정겨운가? 내 마음마저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 아는 분이 겪은 일이다. 어느날 깊은 산속 절에 갔는데, 막다른 길에 와서 팻말을 보았다. 으레 '출입금지'라고 써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대 발길을 돌리는 곳'. 얼마나 아름다운가? 즐거이 웃으며 돌아설 수 있는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우리가 쓰는 말, 아름답게 가꾸면 그 말 한마디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우연히 이오덕 선생님 책 갈무리한 글을 보고 함께살기(최종규님)을 알게되었다. 글 하나하나가 너무 따뜻해 찾아본 첫 책이다. 이 책은 10대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보면 좋겠다. 말결을 아름답게 가꾸는 이야기가 담뿍 담겨있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살린 글들은 한겨울 차갑게 흐르는 깊은 산골 샘물처럼 시리도록 맑고 깨끗하다. 갈무리해 배우고 싶은 글들이다.

 

"말을 가꾸는 일이란 삶을 가꾸는 일이고, 삶을 가꿀 때에 바야흐로 빛나는 말 하나 알뜰살뜰 얻어요. 글을 읽구는 일이란 삶을 일구는 일이고, 삶을 일굴 때에 비로소 알찬 글 하나 기쁘게 얻습니다." (48쪽)

 

 그렇다. 말을 가꾸는 일은 삶을 가꾸는 일이다. 처음에는 말은 그냥 편하게 쓰면 되는거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말하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하고 그 생각은 내 머리에서 나온다. 머리는 삶을 만들어가는 얼과 뿌리다. 사람은 생각한대로 살아가지 않나? 

 

 입이 험한 아이들 때문에 교실에서 밥을 가지고 실험한 적이 있다. 하나는 아이들이 늘 사랑해 좋은 말만 하고, 다른 하나는 욕을 했었다. 결과는 욕을 한 밥이 더 심하게 썩었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눈으로 몸으로 느낀 경험이었다.

 

 

 내가 그동안 쓴 말을 돌아보면 잘 못 쓴말들이 너무 많았다.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힘들 것 같다. 지금 보고 있는 '우리글 바로 쓰기(이오덕)'와 살아가며 잘못 쓰는 말들을 모아 하나씩 적바림해야겠다. 꾸준히 하다보면 내 말결도 삶결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에도 잘못쓰는 우리말이 참 많이 나온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본다.

 

 가장 많이 고쳐야 할 말이 한자말, 특히 일본한자말도 많다. '쉼터'처럼 우리에게 다가온 말들도 있지만 아직도 정말 바꿔야 할 말이 많다. 모두 다 바꾸자는 말은 아니다. 학교, 학생, 교육 등 바꾸기 힘들거나 이미 우리 깊숙이 자리잡힌 한자말은 잘 다스리면서 쓰면 된다. (이것도 배움터, 배움 등으로 바꾸면 좋겠다.)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 쓸데없이 한자말을 쓰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미소(微笑)를 짓다. (웃다. 웃음을 짓다. 빙긋 웃다.) -일본한자말
 *식사(食事)하세요. (밥 먹자. 진지 드세요. 자셔요.) / 저녁식사를 하다. (저녁밥을 먹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반갑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살펴 가셔요. 잘 계셔요.) 
 *식수, 생수 (마실물, 먹는샘물)
 *식당 (밥집) / 휴게소, 휴게실 (쉼터) / 서점(책방) / 미용실(머리방)
 *육아 (아이키우기, 아이돌보기)
 *슈퍼마켓(나들가게, 마을가게)
 *대두(콩), 적두(팥), 건멸치(마른멸치), 건포도(말린포도)
 *친구와 이별했다. (동무와 헤어졌다.)
 *생활이 곤란하다. (살기가 힘들다. 삶이 고단하다.)
 *매일 세탁해야 한다. (날마다 빨래해야 한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아름다이 빛나는 해, 아리땁게 빛나는 해, 어여삐 빛나는 해)
 *우리말을 사용하다. (우리말을 쓰다.)
 *항상 독서를 한다. (늘 책을 읽는다.)

 

 이것 말고도 너무 많다. 나머지 한자어들은 잘 추려 하나씩 살펴봐야겠다. 영어도 골칫거리다. 영어를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영어로 써야 할 때가 있다. 외국사람과 이야기할 때다. 유식함을 보이려고 영어를 섞어 쓰거나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말들은 돌아봐야 한다. 마음 한 켠에 우리말을 얕잡아 보지 않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1) 나는 요즘 비지니스로 바빠. 2) 나는 요즘 사업때문에 바빠.  3) 나는 요즘 장사때문에 바빠. 

1) 밀크   2) 우유   3) 소젖

 

 영어로 쓴 말이 더 좋아보이거나, 우리말이 더 없어보인다면 우리말을 업신여기는 마음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영어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팅(만남), 콘셉트(생각), 풀~(가득), 오버(지나침), 매뉴얼(길잡이), 셀프(스스로), 심플(단출한), 스크랩(갈무리하여), 비지니스(돈벌이,장사), 스마일(웃음꽃), 해피(즐거이), 다운로드(내려받다), 트러블(말썽), 아마추어(풋내기), 파이팅(힘내자), 레벨(눈높이), 스터디(배움), 바이바이(잘가), 나이스(멋진), 시스템(얼거리), 알레르기(두드러기), 커버(껍데기), 센스(결 고운), 스트레스(짜증)....

 

 빛 잃은 말투도 이야기한다. 일본, 중국, 영어 어법에 맞춘 말들을 말한다. 그런 말투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갖는다'는 말투다. 나도 자주 썼던 말투다. 무언가 소유하는 자본주의 문화에서 이런 말투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 씁쓸하다.

 

-책을 가지다. 넌 무얼 가졌니? (이것은 맞다.)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 (예쁜 사람),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땅이 좁은 나라), 전시회를 가진다. (전시회를 연다.),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이와 같이 생각한다.), 만남을 가진다(만난다)

 

2) '었었'(과거) 말투다. 이것도 자주 썼다. 잘못된 말투인지 정말 몰랐다. 우리말은 지난날과 오늘날 앞날을 따로 적지 않는다. 영어, 일본 말법(시제)에서 온 버릇이다. 

 

-어제 했던 일이야. 어제 했었던 일이야. (어제 한 일이야.)
-너 뭐 하고 있어? 너 뭐 하는 중이야? (너 뭐 하니?)
-학교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야. (학교로 걸어가. 학교로 걸어가는 길이야.)
-밥을 먹고 있지. (밥을 먹지. 이제 막 밥을 먹지)

 

"좋은 삶으로 좋은 넋을 보듬으면서 좋은 말을 다스려야 합니다. 착한 삶으로 착한 얼을 보살피면서 착한 글을 다듬어야 합니다. 고운 삶으로 고운 꿈을 돌보면서 고운 이야기꽃을 피워야 합니다." (239쪽)

 

 좋은 말이 나오려면 좋은 삶을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삶부터 아름다이 가꾸면 절로 아름다운 말들이 흘러나오고 고운 이야기꽃을 피우겠지. 그래도 모르는 말들은 하나씩 배우며 자꾸 돌아보고 말결을 다듬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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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타령 - 김수업의 우리말 사랑 이야기
김수업 지음 / 지식산업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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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온갖 것이 더불어 사랑하며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살맛나는 세상이다.
가진 이나 못 가진 이, 힘 있는 이, 아는 이나 모르는 이 가리지 않고
서로 돕고 아껴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나아가 땅 위의 온갖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와 새들뿐 아니라,
온갖 푸나무와 돌멩이 하나까지 서로 아끼며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마침내 온 세상 우주 안의 만물과도 서로 사랑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
이런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우리 겨레 사람들끼리
마음껏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다.
알아듣기 쉽고 깨끗한 말을 주고받으며 사랑 넘치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렵고 어수선한 말을 간추려 갈고 닦아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 편안히 주눅 들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167쪽>

 

 내가 쓰는 말, 그동안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떤 말을 쓰는지, 어떤 뜻이 있는지, 어떤 숨결이 있는지 몰랐다. 이제는 조금씩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며 동무들이 쓰는 말, 가게에 붙여진 글들이 보인다. 버릇처럼 잘못쓰고 있는 말부터 바로 써야겠다. 


 

마씨모와 의사 교수의 토론(48~53쪽)

 

 누구나 알 수 있는 말로 써있는 병상일지를 보고 소년 마씨모와 의대 교수 사이 말싸움이 벌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을까?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휘갈겨 쓴 처방전, 그 내용을 알려하면 의사는 감히 환자주제에 하는 눈빛으로 쳐다볼 것이다. 학문을 하는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한자, 영어를 섞어쓰며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는 모습은 깊숙이 너와 나는 다르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알아듣는 쉬운 말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바로 함께 사는 민주사회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장가를 들어 처갓집에 가서도, 입만 벌리면 문자를 쓰는 통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배운 사람들은 되지도 못한 문자를 쓴다고 입맛을 쩝쩝 다시고, 못 배운 사람들은 문자를 알아듣지 못하니까 아니꼽게 여겼다.
 어느 날 처갓집에 일이 있어 아내와 함께 가서 자는데,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이 물어갔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장모와 선비 내외뿐인 터이라, 어쩔 수 없이 선비가 지붕에 올라가 소리쳐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했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착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먼 산 큰 범이 와서 우리 장인을 앞산으로 물고 갔으니 총을 가진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고, 창을 가진 사람은 창을 들고 나오시오! 어서요 어서!"  (206쪽)

 

 웃음이 나왔다. 내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정말 쉽고 또렷하고 아름다운 말을 써야 한다. '감사합니다'가 아닌 '고맙습니다', '하복부에 시시로 통증이 온다'가 아닌 '아랫배가 싸리하게 아프다'라는 말을 써야 한다. 그 이유는 들어보면 안다. 어떤 말이 더 쉽고 또렷하고 아름다운지. 그래도 그동안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못된 버릇이 남아있어 내 말버릇을 살펴보기 쉽지 않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망설여지기도 한다. 한 십년은 배우고 다듬어야 겠다.

 

 말은 사랑의 열쇠다. 말을 주고받는 것은 사랑의 행위다. 꽃을 주고, 선물을 주고, 마침내 몸까지 주는 것으로 사람을 사랑을 드러낸다. 주는 꽃을 뿌리치지 않고 고맙게 받고, 주는 선물을 퇴짜 없이 고스란히 받고, 주는 몸까지 다소곳이 받으면서 사람은 사랑을 나타낸다. 그렇게 가진 것을 주고받는 사랑 가운데서도 말을 주고받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이다. 말은 그 어떤 꽃보다도, 그 어떤 선물보다도, 심지어 몸보다도 더 고귀한 것이다. 말에는 사람의 마음과 더불어 얼까지 싸잡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됨의 모두기 때문이다. 사람됨 모두를 담아내는 참다운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은 없다. (240쪽)

 

 글쓰기도 그랬다. 이제 막 배우고 가꾸려 힘쓰지만 그러니 내 삶이 조금씩 소중해지고 가꿔지고 있는 마음이 든다.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말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바라보니 내 몸도 마음도 그리 움직인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라는 말처럼 내 뜻을 세우면 얼과 마음, 그리고 몸이 따라오지 않을까? 갈 길이 멀다. 내 마음과 삶부터 찬찬히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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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2-08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씩 아끼면서 섬기는 마음이 된다면
스스로 아름다운 말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 길을 날마다 즐겁게 맞이하면서 가꿔 보셔요~

민들레처럼 2015-02-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참 반갑고 고맙네요. 좋은 삶 가꾸며 고운 말 하나씩 가꿔가도록 힘써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