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말 가르치기
김수업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김수업 선생님의 두번째 책이다. 찬찬히 공부하며 읽어 시간이 오래 걸린 책이다. 우리말 이야기인줄 알고 고른 책인데 아니다. '국어교육개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덕분에 국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돌아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보다 중고등학교에 맞춰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됐다.

 

 먼저 말이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말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묶어 가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가 깊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새로워지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 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 것이므로 결국은 말이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55쪽)

 

 "사람은 말로써 살아간다. 사랑도 말로써 하고, 싸움도 말로써 하고, 놀이도 말로써 하고, 잔치도 말로써 한다. 교육도 말로써 하고, 정치도...그러므로 말과 삶, 삶과 말은 떨어지루 수 없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다. 말이 고우면 삶이 고와지고, 말이 거칠면 삶이 거칠어진다. 말이 쉬우면 삶이 쉬어서 편안해지고, 말이 어려우면 삶이 어려워 고달파진다. 말이 곧 삶이다." (55~56쪽)

 

 김수업 선생님을 만나뵙고 말씀을 들을때도 우리 겨레 큰 힘을 말하셨다. 중국 황하 유역 청동기 문화보다 우리 청동기 문화가 앞서 있다는 것, 황제에 앞서 불을 쓰게 하고 농사를 가르쳐 중원을 다스린 염제와 신농이 우리 겨레이며, 주나라에 앞서 글자를 만들어 중원 문명의 터전을 닦은 은나라를 세우고 다스린 사람들이 우리 겨레라고 한다. 그런 우리 겨레가 어찌 이리 되었을까? 바로 우리네 느낌과 생각을 제대로 적을 수 있는 글말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우리 글말이 없어 중국 한문을 빌리게 되고 이는 지배 계층의 글말로 자리잡아 우리 겨레의 힘이 쪼개진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지배계층은 아랫사람까지 고루 세상을 이롭게 할 마음이 없었다. 지배체제를 굳건히 지키며 자신들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배달은 우리 겨레를 뜻한다. '배'는 '할아버지'요 '달'은 '빛난다'로 하늘 할아버지의 빛이 천하를 비춘다는 뜻이다. 단군시절에는 '단(檀)'을 '배달'이라 불렀다고 한다. 처음 배달말이 뭘까 싶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어'를 말한다. 국어(國語)는 나라말이라는 뜻이라 중국말도 국어, 영국말도 국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어라고 해야 하나? 북한말은? 그래서 우리 겨레의 말을 아우러 '배달말'이라고 한다. 굳이 '국어'를 '배달말'로 바꿔써야 할까 싶었지만 그 뜻을 살펴보니 마음에 들어온다. 우리 겨레말을 가르치는 '국어'라는 말부터 바꾸는 일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떤 배달말이 있어야 할까?

 

 첫째, 입말과 글말과 전자말이 하나로 어우러 지는 것이다. 온 겨레가 글 쓰듯이 말하고, 말하듯이 글 쓰고, 말하며 글 쓰듯이 보이는 것이 '있어야 할 배달말'의 첫째 모습이다.
 둘째, 토박이말을 배달말의 알맹이로 살려 쓰는 것이다.
 셋째, 사투리와 대중말(표준어)을 함께 일으키고 드높일 일이다. 
 그리고, 쉬운 말, 또렷한 말, 올바른 말, 아름다운 말이다. (103~107쪽)

 

 그런 배달말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바로 둘째 길에서 말해주고 있다. 목표(과녁), 내용(속살), 방법(솜씨), 평가로 나누어 국어교육의 길을 찾는다.

 

 먼저 과녁(목표)이다. 국어교육을 왜 할까?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목표를 정하고 있다.  

 

 국어 활동과 국어와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국어 활동의 맥락을 고려하여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국어를 사랑하고 국어 문화를 누리면서 국어의 창의적 발전과 국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

가. 국어 활동과 국어와 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다.
나. 다양한 유형의 담화와 글을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생산한다.
다. 국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어 생활을 능동적으로 하는 태도를 기른다.

 

 여기서 '국어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는 국어를 도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도구로서 의미를 넘어 '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국어교육의 목표는 배달말(국어)을 더욱 잘 '알게'하고, 더욱 잘 '살게'하는 일이다. 이 속뜻은 지금 알고 있으며 살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국어교육의 목표는 무얼까? 쉽지 않다.

 

 나를 온전히 비추고, 남을 바로 살피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 귀, 마음을 닦아 삶을 아름답게 가꾼다.

 

 다음은 속살(내용)이다. 어떤 속살로 가르쳐야 할까? 국가교육과정에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나뉘며 지식, 기능, 태도, 실제 틀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언어사용 목적(정보전달, 설득, 친교 및 정서표현)에 따라 억지로 나눠진다. 이 책에서는 일상국어(말), 예술국어(말꽃)으로 크게 나누고, 다시 삶과 앎으로 나누어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말의 삶'이다.

 

 '말의 삶'을 가르친다는 것은 삶에서 주고 받는 배달말을 더욱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마음을 열고 정신을 차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듣기>

 아름답게 내 생각을 또렷이 말하고 <말하기>

 글말을 바로 읽고(소리읽기) 글말 속의 알맹이를 찾아 받아들이며(뜻읽기)  <읽기>

 말하기를 고스란히 닮아 쓰며 삶을 가꾼다.  <쓰기>

 

 여기에 덧붙여 전자말의 삶이 있다. 전자말은 컴퓨터, 방송 등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을 뜻한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매체교육을 각 영역별로 쪼개서 넣어놓았다. 갈수록 전자말 삶도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보이기(말하면서 쓰는 것): 손전화 예절, 메신저나 블로그(누리사랑방) 글쓰기 등 

 보기(들으면서 읽는 것): 방송 말 듣기, 누리방 글 읽기 등 > 영상, 글 함께 보기 때문에 감각과 활동량이 커짐.

 

 다음은 '말의 앎'이다. 이는 말이 무엇인지 더욱 잘 아는 것이다. 말이 무엇인지 아는 철학,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문법,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지만 국어 얼거리를 알 수 있는 공부를 조금씩 한다. 이는 책에 나온 내용처럼 깊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재미있게 말을 알아가는 속살이 필요할 듯 싶다. 모르는 속살이 많아 조금씩 배우고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다음은 '말꽃의 삶'이다. 말의 의사소통과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배달말로 예술을 체험하여 마음을 넉넉하고 따스히 만들어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문학 수업이다. 시, 소설, 수필 등으로 갈래를 나눠 가르치는게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갈래가 없이 하나였다고 보는게 맞다. 말꽃의 삶은 다음과 같다.

 

 입말꽃으로 서로 노래하고 이야기하기-옛이야기, 최불암시리즈 등 <말꽃 말하기>

 말꽃 말하기 판에서 재미있게 듣기-연극판, 탈춤판 <말꽃 듣기>

 어떤 작품을 읽게 할까? <말꽃 읽기>

 글말꽃을 스스로 쓰고 읽고 즐기기 <말꽃 쓰기>

 전자말꽃(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인터넷소설 등) 올바르게 드러내고 보기 <말꽃 보이기, 보기>

 

 다음은 '말꽃의 앎'이다. 말꽃을 알고 삶을 알아가며, 사람과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말꽃들을 찬찬히 살피며 아이들 눈높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좋겠다.    

 

 다음은 솜씨(방법)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앞부분은 교사, 교육현실, 교육과정, 교재 등의 어려움을 짚고 있다. 솜씨는 가르치며 부단히 고민하고 바꾸고 만들어가는 부분이다. 크게는 지금 교육과정처럼 의미없이 나눠있는 공부를 큰 덩어리로 묶어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여기에 나온 몇 가지 의미있는 활동을 적어보면

 

 ㄱ. 아이들의 입말을 살펴보기 위해 녹음을 해보고 듣는다.

 ㄴ. 교사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일기쓰기, 책 읽기 등)

 ㄷ. 아이들 삶 속 글과 노래가 곧 말꽃이 된다.

 ㄹ.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한다.

 ㅁ. 놀이하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평가다. 견주어 남보다 높이 오르는 것이 값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삶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다. 저마다 갖고 있는 꽃을 어여삐 피우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삶이다. 지금처럼 정답을 찾아내는 객관식 평가, 줄세우기 평가가 아닌 속살을 알아보는 평가가 되야 한다. 조금씩 그리 바뀌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요즘 내가 가르쳤던 교과를 하나씩 돌아본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왜 가르쳤는지, 이 교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본다. 이 책을 통해 국어교과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직도 아홉 과목이 남았지만 찬찬히 살펴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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