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쓰는 말을 살펴봅니다. 우선 학교(學校)라는 말도 한자어지요. 그래도 학교는 깊숙이 자리잡힌 말이라 바꾸기는 쉽지 않아요. 각종 연수회에서는 배움터, 배움마당 이런 말들을 쓰기도 합니다.
*동부소방서, 소방혁신 및 청렴실천 워크숍 개최 → 동부소방서, 소방혁신 및 청렴실천 배움마당열림
*2014학년도 하계 교육과정 연찬회(硏鑽會) → 2014학년도 여름 교육과정 배움마당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15년 겨울 연수회(硏修會) →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2015년 겨울 배움마당
워크샵은 전문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살피는 모임, 연찬회 및 연수회는 학문 따위를 깊이 연구하기 위하여 조직한 모임을 말합니다. 이는 모두 배움을 일으키는 곳인 ‘배움마당’으로 바꿀 수 있지요. 마당은 ㄱ.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 ㄴ. 어떤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여기서는 ㄴ뜻으로 씁니다.
학교는 부모님들에게 알려야 할 일들이 참 많아요. 늘 이것을 보내면 제대로 갔는지 걱정입니다. 다시 받아야 할 때는 더 걱정이죠.
*가정통신문, 안내장(案內狀) → 부모님께 드리는 글, 알림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으레 부모님께 편지 한 통은 보내지요. 바쁘다보니 여기 저기 글을 가져와 쓰기도 합니다. 이런 글도 참 많았지요.
*만물이 약동하는 새봄을 맞이하여 학부모님 가정에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 얼마 전 길을 걷다 돌 틈에 난 새싹을 봤습니다. 이제 봄인가 봅니다. 잘 지내시죠?
이렇듯 우리말을 살려 쉽게 읽히는 솔직한 글이 마음을 움직이지요. 알림글보다 더 고민은 생활기록부에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민하다 이것 역시 여기 저기 가져와 글을 쓰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런 글들 잘 살펴봐야 합니다.
*과학적 탐구력이 우수하며 준법성이 뛰어남 → 과학 시간에 관찰을 뛰어나게 잘 하며 규칙을 잘 지킴
*바른 생활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으며 책임감이 강해 신뢰를 주고 매사에 명랑한 생활을 하며 급우 간에 인기가 높음 → 학교에서 바르게 지내며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 믿음을 주고 늘 밝게 지내 동무들이 매우 좋아함
늘 쫓겨 서둘러 쓰게 되는 글이지만 아이들 소중한 발자취입니다. 이리 생각하면 글 하나가 달리 보이겠지요. 조금만 애쓰면 더 쉽고 또렷하게 아이들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잘못 쓰는 말버릇이예요. 으뜸 버릇은 ‘차려’입니다. 이 말은 일본말 교스케(氣を付け, 정신차렷)을 그대로 옮긴 것이죠. 일제시대에는 ‘교스케(氣を付け)’라는 일본말로 구령을 붙였고, 해방이후 교스케를 우리 발음으로 읽은 ‘기착(氣着)’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다 너무 일본말 같다고 군정청 문교당국은 ‘기착’을 ‘차려’로 바꾸도록 공문지시를 내린거죠. 그렇다면 ‘차려’는 우리말일까요?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본말 ‘교스케’를 그대로 옮긴거예요. 우리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며 어디서 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차렷’라는 구령 속에는 군대식 억압교육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거죠.
*차렷 → 바로, 바로서요
*부동자세 → 가만히 있어요
*주목 → 여기보세요
*집합 → 모여요. 모입시다.
*기립 → 일어서요
*착석 → 앉아요
*정렬 → 줄 서세요
*원위치 → 제자리
*일렬횡대 → 옆으로 한 줄로 서요
*일렬종대 → 앞으로 한 줄로 서요
내가 가장 많이 있고 가까이 있는 곳에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학교(배움터)에서 쓰는 말들을 더 살펴 갈무리 해봐야겠어요.
(민들레처럼. 201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