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함께 살기 - 우리시대 우직한 바보 최종규가 선택한 즐거운 불편
최종규 지음 / 달팽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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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고 따뜻한 책을 받아보았다. 가장 읽기 편하게 보이는 책부터 골라본다. 책 제목만 보고 '자전거 여행기'라 짐작했다. 읽다보니 자전거와 함께 산 이 년동안 이야기였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부터 책을 나르며 충주에서 서울로 나들이 한 이야기, 여기저기 전국을 돌아다니던 이야기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아찔한 순간 나도 함께 욕하며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갈때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읽었다.

 

 얼마 전 결혼한지 세 해째가 되는 날이었다. 결혼을 하고 후회한 적은 별로 없는데 하나 있다면 마음껏 여행을 못가본게 걸린다. 내가 딛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군대를 마치고 무작정 동해안쪽으로 기차를 타고 걸어다니며 여행했을때가 생각난다. 내가 모르는 곳을 찾아다니는 기쁨이 참 좋다. 그러다 내가 할 일이 생기고 바뻐지며 그런 여행을 다시 가기 쉽지 않았다. 첫번째 제주도 자전거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론가 며칠만 훌훌 떠나는 꿈을 꿔본다. 아이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물론 이 책은 여행이야기가 아니다. 자전거로 삶을 붙잡고 살아간 이야기다. 책에도 땀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달렸던 이야기다. 자전거로 충주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이야기에 놀랐다. 그것도 책을 잔뜩 싣고서 말이다. 가까운 동네가 아니고 차로도 몇 시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간다니.

 

"두 손을 쓰는 즐거움, 두 발로 움직일 수 있는 즐거움, 온몸으로 짜릿하게 맛보는 즐거움이 비로소 우리 세상을 알차고 밝게 가꾸는 밑거름이 된다고 느낀다. ... 자전거 타기로 모든 일이 풀어지지는 않으나, 자전거를 타는 우리들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라면, 얼마든지 차근차근 자기 자신부터 고쳐 나갈 수 있고, 내 이웃, 우리 식구, 내 동무들, 우리 마을과 일터를 조금씩 밝고 아름다운 길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234~235쪽)

 

 몸으로 살아가는 삶. 요즘 많이 생각해본다. 누리사랑방에서 책지은이가 손빨래를 하며 쓴 일기를 보고 빨래를 손수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때 대답은 이러했다. "빨래는 옛날부터 누구나 손으로 했을 뿐이에요. 그뿐입니다. 삶을 손으로 짓듯이 빨래도 손으로 하지요~" 자전거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자전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까지는 자전거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학원 가는길은 꼭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쉬며 끌고 가기도 했지만 점점 다리에 힘이 붙어 나중에는 한숨에 넘어가곤 했다. 힘들게 올라도 내리막이 있으니 힘을 낼만 했다. 그 오르막만 오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는 곳까지 편히 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언젠가 편한 내리막이 온다는 쉽지 않은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고 더 커서는 자동차를 사며 자전거와 멀어졌다. 빨리, 더 빨리 가려고만 했다.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고 가는 곳만 중요했다. 요즘 아내가 운전을 하며 주변을 가끔 돌아보기는 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며 갔던 자전거 느낌은 사라져버렸다.

 

"아직은 게으름을 이기고 있기에 자전거를 탄다." (219쪽)

 

 자꾸 몸이 편해지려고만 한다.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페달을 묵직하게 밟으며 나아가는 느낌 오래간만에 다시 가져볼까? 벌써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2015.03.02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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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3-03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온 식구가 함께 조촐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어요.
예전에 못 했으면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요~ ^^

나중에 아이와 함께 자전거 삶을 누려 보셔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사랑을 물려받으리라 생각해요~

민들레처럼 2015-03-0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새로운 마음을 깨닫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