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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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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무얼까? 난 행복한 느낌이 들때가 언제일까?

 

 우선 편안하고 기분좋은 느낌이 들때다. 이런 느낌은 몸상태가 좋을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 새로운 곳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다. 가장 본능에 충실한 느낌이다. 이것부터 채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쓴이가 말한 사회가 나를 보호해주는 '안정'과 의지할 수 있는 '이웃', 깨끗한 '환경'이 필요하다.

 

 다음은 내가 무언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때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어떤 직업이든 자부심을 갖고 인생을 사는 '평등'이 필요하다. 인정과 자아실현 욕구, 그리고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과 느낌을 가질 때 바로 행복을 느낀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물음을 던지며 책을 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행복하자. 그래서 찾아보자. 그러면 해보자.'다.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절망을 이야기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대강과 자원외교에 수십조원을 날리고, 지금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다. 바닥까지 쳤다 생각하지만 또 다시 곤두박질친다. 어디까지 떨어질까 이제는 두렵다. 사람들은 정치를 믿지 않고, 그렇다고 책임있게 참여하지도 않는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있을까?

 

 요사이 돌아가는 사회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책을 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지만 부러움과 설레는 마음을 함께 느끼며 한숨에 읽었다. 과연 우리나라도 덴마크 같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무조건 절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린 아직 깜깜하다. 그렇다고 주저 앉을 수 없지 않은가? 덴마크도 처음부터 그런 사회가 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덮어놓고 막연한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생각이 들었다. 그 몇 개를 들어본다.  

 

 첫째,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덴마크 사회 탄탄하게 자리 잡은 시민들의 바른 생각들이 큰 힘이다.

 

 덴마크에는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는 의식이 잡혀있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는 말이 말뿐인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의사를 존경하고 신뢰하지만 특별히 부러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택시기사는 그 직업을 즐기며 자부심을 느끼고 사람들은 이를 존중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특별한 직업이 있고, 특별한 사람이 있으며, 그 특별함이 힘이 되는 사회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생각에는 평등의식과 겸손함, 그리고 당당함이 있었다.

 

 또 하나 남과 비교하지 않고 여유롭게 삶을 즐긴다. 이는 오랫동안 쌓아온 문화적 특성, 느긋한 인종 특성일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평등한 사회조건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삶입니다. 친구가 있고, 지붕이 있는 집이 있고, 그 안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죠. 나뿐 아니라 덴마크인들의 생활은 대체로 안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무료예요. 대학등록금이 무료고 병원비가 무료입니다. 덴마크인들은 길거리에 내쫓기는 신세가 되는 일이 없어요. 직장을 잃어도 정부가 2년간 실업보조금을 주고, 직업 훈련을 시켜서 다른 회사에 취직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그러니 생활하는 데 큰 걱정이 별로 없어요." (38쪽)

 

 돈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 그 사회가 바로 덴마크다. 우리나라는 연봉, 아파트 평수, 더 멋진 자가용을 비교하며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다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을 느끼는 사회. 이런 모습이 어디서 부터 온걸까? 아마도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 짧은 기간동안 경제를 일으키며 힘있는 직업을 갖거나 돈을 많이 버는게 성공, 그게 곧 행복이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지 않나 싶다.

 

 덴마트도 결코 평탄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덴마크는 1814년 노르웨이 땅을 잃고 1894년에는 영토의 3분의 1이 독일로 넘어간다. 특유의 긍정하는 민족성으로 밖에서 잃을 것을 안에서 찾는다. 덴마크 정신 기둥인 그룬트비가 주도한 '깨어있는 농민되기'운동, 협동조합 운동, 달가스의 '국토 개간 운동'으로 행복사회 씨앗을 뿌린다.

 

 정치 역사도 재밌다. 덴마크 정당은 우파 중심 벤스트레, 좌파 중심 사회민주당이 있다. 하지만 1901년 이후 한 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없다고 한다. 서로 사안마다 연합을 하며 정권을 잡는다. 우파가 정권을 잡는다고 정책이 확 바뀌는게 아니고 큰 틀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 바탕에는 뿌리깊게 자리잡힌 사회적 연대와 평등의식이 있었다. 좌 우로 흔들리며 정권 성향에 따라 나라 정책이 극으로 치닫는 우리 모습, 타협과 토론없이 대립만 하는 우리 정당 모습과 너무 달랐다.

 

 사민당이 공산당과 경쟁을 한 모습도 인상깊었다. 공산당을 누르고 탄압해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공산당이 주장하는 사회불평등 요소들을 없애며 노동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방식으로 지지를 얻는다. 그리하여 공산당에게 없는 자유와 공산당이 바라는 평등을 한꺼번에 잡는다. 우리나라 정치는 비판이 아닌 비난, 대안없는 깎아내리기, 토론없는 막장으로 국민을 힘들게한다. 서로 함께 보다 나은 길로 가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둘째, 행복한 삶을 배우는 학교다. 지식 습득 교육이 아닌 어떤 인생을 살지 스스로 찾는 교육, 경쟁보다 협력으로 행복을 찾는 교육, 교사, 학부모, 교장 모두 학교의 주인이 되며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 학교에서 여유있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우는 교육을 펼친다. 수업에서 노래 부르기와 '살아있는 말'을 강조하며, 국어.영어.수학 보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더 중시하고, 비판과 토론을 통해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덴마크 학제는 9학년까지 초등학교(우리나라로 따지면 초중학교가 합쳐짐), 11학년부터 고등학교다. 중간 1년이 비는데 이때 에프터스콜레(인생설계학교)를 다닌다. 원하면 근처학교에서 10학년까지 마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기숙학교 형태 에프터스콜레를 선택한다. 대부분 사립이지만 절반정도는 정부에서 부담해 대부분 에프터스콜레에서 1년을 보낸다고 한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1년동안 공동생활하면서 인생도 설계하고 단체생활 속에서 함께 사는 법도 배우는 거다. 우리나라도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를 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 속상한 사실도 있다. 먼저 대학교 등록금이 없고 생활비까지 지원해준다. 그러니 돈 걱정없이 원하는 공부를 하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대학 역시 서열화되어 있지 않다. 학교마다 장점이 있는 학교가 있을뿐이다. 예를 들어 로스킬레 대학은 인문학 사회학이 강하며, 코펜하겐 대학은 자연과학과 법학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인생 종착역인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오로지 수능만을 향해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또다시 알바에 학자금대출에 허덕인다. 수백개 이력서를 써내도 취업을 못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참 불쌍해진다. 한편으로 마음도 무거워진다.

 

 덴마크 사회를 알려면 '그룬트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룬트비 정신에 의해 1844년에 세워진 뢰딩 호이스콜레(시민 자유학교)에서 나온 '깨어 있는 농부'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지역 리더가 되고, 협동조합 운동이 일어나며, 오늘날 덴마크를 행복사회로 만든 기틀을 세웠다고 한다. 학교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는 바뀌지 않는다? 물론 서로 함께 바꾸어나가야 맞다. 하지만, 덴마크 모습을 보면 한 나라를 바꾸는데 교육과 교육철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지금 불고 있는 학교혁신 바람도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교육철학에서 새로운 사회 씨앗이 들어있다.

 

 마지막은,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대학교까지 전액 학비,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며, 개인별 주치의가 있어 사는 곳에서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 조직율은 70%가 넘고 노사간 믿음이 두터워 불합리한 해고, 막무가내 투쟁은 하지 않는다. 실직을 해도 2년동안 기본 월급 90%이상을 받고, 2년이 지나도 70퍼센트에 해당되는 생활 자금을 지원해준다.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떳떳히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가 바로 덴마크다.

 

 그렇게 지원해주면 누가 일하겠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진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냥 놀지만은 않을꺼다. 그렇게 사회가 탄탄하게 믿고 지원해주니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지 않는다. 실직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찾으며 행복을 찾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게 행복의 첫걸음 아닐까? 

 

 물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엄청난 세금을 낸다. 소득의 50-60%를 세금으로 내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쁘게 세금을 낸다. 왜냐하면 그만큼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받고 돌려받으니 불만이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금을 조금만 올려도 거센 저항이 생긴다. 그것은 국민들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라문제다. 사대강, 자원외교, 방사청 무기수입 문제처럼 수도 없는 정부 잘못에서 수십조를 펑펑 낭비했다. 생각해보니 대통령을 잘못 뽑은 국민들 문제도 있다. 제대로 세금이 걷히고 제대로 쓰인다면 국민들도 얼마든지 낼꺼다. 그게 아니니 문제다.   

 

 덴마크 사회가 유토피아는 아니다. 그래도 지금 우리사회에서 배울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고, 과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의심도 든다. 그래도 희망을 느끼고 설렜던 사실은 덴마크 행복사회도 교실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혁신학교가 한때 유행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경쟁과 지식중심 교육에서 더불어 함께 삶을 배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삶을 배우는 즐거운 학교'에서 '더불어 사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자랄때 우리사회도 희망이 있다. 행복사회를 위한 첫걸음을 우리도 기꺼이 내딛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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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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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일 년이 되간다. 내가 아는 선생님 제자도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내가 한 일도 별로 없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책을 사기도 솔직히 두려웠다. 책을 사고 한참이 지나 읽는다.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더 아프다. 아이를 잃고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진다. 그 일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부모님들 마음을 읽고 눈물이 난다. 눈이 아닌 가슴에 눈물이 난다.

 

 책을 갈무리하는 글도 쓰기 힘들다. 그냥 읽었다. 아, 정말 부모들 마음은 똑같구나. 정말 사랑했구나. 참, 일찍 가기 아까운 꽃처럼 아름다운 아이들이였구나. 다시 화가 난다.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그리고 세월호 진상이 똑바로 밝혀지길. 나도 그 길에 무언가 보탬이 되길. 다시 눈물이 흐른다.

 

(2015.4.13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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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 최종규, 푸른책(청소년책)과 함께 살기
최종규 지음 / 양철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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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와 같이 잔지 벌써 한 달이 되간다. 아내가 밤 젖주는 것을 끊으려 나와 잔다. 새벽에 자주 깨서 보채 많이 힘들다. 아이가 깨면 업고 한참 달래야 잠이 든다. 새벽녘 틈틈이 본 책이다. 푸른책(청소년책)을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삶 이야기다. 책에서 본 삶 이야기를 보며 내 삶도 함께 돌아본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만난 교사들 거의 모두는 '교과서에 나온 지식을 교수법에 맞게 진도를 나갈 수'는 있었겠지만, '한 반 예순에 가까운 아이들이 나중에 저마다 어떻게 제 삶을 다 다르게 꾸려 나가야 좋을지'를 살피거나 헤아리면서 가르칠 수는 없었구나 싶습니다." (38쪽)

 

 나 역시 머릿속에 남아있는 선생님은 그리 많지 않다. 학교에서 무얼 배웠나 돌아보면 교과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외우는 공부를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선생이 되고나서도 그리 가르쳤다. 다시 돌아본다. 내가 왜 선생이 됐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한다. 교육은 '내 삶을 어떻게 가꿀지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어는 왜 가르치는지? 아이들은 왜 배우는지? 모두 열 과목. 다시 생각해본다.

 

 

"생각이 있는 사림이 생각이 깃든 그림을 그리며 생각이 넘치는 삶을 꾸립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이 사랑을 담은 글을 쓰며 사랑이 넘실거리는 삶을 일굽니다. 웃음이 있는 사람이 웃음을 머금은 사진을 찍으며 웃음이 가득한 삶을 돌봅니다." (114쪽)

 

 돌아보면 난 내가 힘들고 바쁠때 아이들에게 여유있길 바랬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때 아이들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지도 않는데 아이들은 쓰라고 강요했다. 내 삶이 차 있지 않는데 머릿 속은 차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삶을 가꾸는 것을 알려주려면 나부터 아름답게 삶을 가꾸어야 한다.

 

 

"책이란 지식이 아니라 삶입니다. 책은 이웃을 살피는 눈길입니다. 여태 몰랐던 일을 느끼게 해주고, 이제껏 돌아보지 못한 세상을 가만히 돌아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멀디먼 남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보여 줍니다. 얼핏설핏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삶터를 차분하게 되새기도록 도와줍니다." (156쪽)

 

 예전에는 책을 숙제처럼 읽었다. 이 속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까 째려보며 읽었다. 지금도 그 버릇이 조금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래도 책을 보며 나를 찬찬히 돌아본다. 내 삶과 책에 나온 사람들의 삶. 다르면서도 같은 삶. 그러며 울고 웃는다.

 

 

"아이를 보육원에 넣거나 밥어미를 두어 돌보게 하고 두 사람이 밖으로 돈벌러 나가기보다는, 우리가 우리 아이와 하루 내내 함께 지내면서 '벌지도 않지만 쓰지도 않는' 삶으로 아이한테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을 듬뿍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186쪽)

 

 요즘 사람들은 돈을 벌어 살아간다.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나도 그렇다. 같이 있는 시간에 온 힘을 쏟아보려하지만 쉽지 않다. 쉽게 벌면 쉽게 쓴다. 어렵게 벌면 어렵게 쓴다. 가치있게 벌면 가치있게 쓴다. 가치없게 벌면 가치없게 쓴다. 난 어떨까?

 

 

"한 마디로 말해서, 내 몸을 써서 땀을 내는 일은 한결같이 손사래를 칩니다. 그러면, 우리 몫으로 다른 이들이 땀을 흘려 주어야만 할까요. 우리가 먹는 밥과 입는 옷과 자는 집은 내 손이 아닌 다른 이들 값싼 품삯으로 얻어야만 하나요." (238쪽)

 

 좋은 직업은 편하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몸을 쓰는 힘든 일은 하찮게 여긴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 계급을 매기며 산다. 손수 삶을 짓는 일, 무엇인지 생각한다.

 

 

"가난한 마음이기에 절집에 가고 예배당에 갑니다. 가난한 생각이기에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고운 말씀을 차근차근 받아먹습니다. 가난한 넋이기에 누구 앞에서라고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면서 말을 낮춥니다. 가난한 몸이기에 두 발을 땅에 디디고 두 손으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칩니다." (245쪽)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성경구절이 있다. 더 벌어 불쌍한 사람을 더 도와주면 좋지 않나 싶었다. 내가 넘치고 차 있으면 남이 보이지 않는다. 가난하게 사는 삶, 왜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새겨본다. '돈 많이 벌고 나서 베푸는 나눔'이 아니라 '똑같이 고단하고 어려운 가운데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삶'이어야 하는지 다시 새겨본다.

 

 

"냉장고에 그득 채워 넣는 삶이 되면 더 싼 먹을거리를 찾을밖에 없고, 더 산 먹을거리를 찾는다 하여 '먹을거리 사는 데 쓰는 돈이 줄지'않습니다." (289쪽)

 

 얼마전 잔뜩 장을 보고 온다.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언젠가 먹겠지 한다. 돌아보면 십만원치를 사던, 오만원치를 사던 다시 장을 봐야 하는 날짜는 비슷하다. 상해 버리는 먹을거리가 자꾸 생긴다. 틈틈이 먹을만큼만 사고 나머지는 직접 키워먹는 삶. 옛날 사람들은 그리 사는게 당연했을텐데 싶다. 머릿속은 진보인데, 삶은 그렇지 못하다. 많이 그렇다.

 

 

"아마 "밥이 하늘이다"라든지 "밥 한 그릇에 우주가 담겼다"라든지 "밥 한 그릇에 담긴 즐거움과 고마움"같은 말은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밥이 왜 하늘이며, 밥 한 그릇에든 나락 한 톨에든 왜 우주가 담겼는지 깨달아 보고자 나서는 몸짓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291쪽)

 

 대학때 농활을 가서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신나게 부르며 한톨도 안 남기며 밥을 먹었을때가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내 스스로 벼를 심어 가꾸고 거두어 먹지 않아 그 뜻을 모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모르고, 그러니 아이도 모른다.

 

 

"그래서, 아기를 낳아 기르는 어버이라 한다면 마땅히 우리 누리를 읽어야 합니다. 마땅히 우리 누리를 아름다이 가꾸는 일을 해야 합니다. 마땅히 우리 누리를 깨끗하게 돌보는 매무새로 살아야 합니다. 돈만 버는 일이 아니라 돈을 벌되 온누리를 맑고 밝게 키우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저 좋은 놀이를 찾아 즐기되 내 이웃과 함께 아름다워지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내 살림을 알뜰히 꾸리되 우리 누리가 어지 흐르는가를 꿰뚫면서 바른 쪽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다스려야 합니다." (293쪽)
 
"이 땅에서 남자로 태어나 살도록 짜 맞추어진 애 아빠는 목숨 하나가 이루어지는 흐름과 목숨 하나를 느끼는 넋하고 목숨 하나를 애틋하게 사랑하는 눈길이 무엇인지를 늘그막까지 옳게 받아 들이지 못했으리라 봅니다." (348쪽)

 

 아이를 온 몸으로 키운다. 이 말이 가슴깊게 와 닿는다. 한 달 가까이 잠투정을 하는 아이와 씨름하며 많은 생각한다. 새벽 푸르스름 동이 터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또 생각한다. 힘들다. 힘들다. 새벽녁 아이가 흐느끼는 소리에 꼭 껴안고 숨소리를 함께 한다. 내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눈길이 무언지 알 수 있었을까? 미치도록 힘들지만 지금 마음이 아이를 사랑하는 힘이 될거라 믿는다.

 

 

"꿈, 사랑, 사람, 꽃, 어깨동무" (349쪽)

 

 하나 하나 마음에 깊이 와 닿는 말이다. 내 삶에 어떤 뜻으로 다가올지 날마다 새롭다.

 

 

 "글쓰기란 머리에 담긴 지식을 쏟아붓는 일이 아니라 삶쓰기라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책읽기 아닌 삶읽기를 하고, 글쓰기 아닌 삶쓰기를 하면서 제 말투와 글결은 나날이 거듭납니다.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썼던 얄딱구리한 말투를 하나하나 고칩니다. 여태껏 옳게 알지 못하고 함부로 쓰던 글결을 아쉬움없이 떨치면서 고운 글결을 찾고자 애씁니다." (355쪽)

 

 나에게 글쓰기는 대학을 가기 위한 어려운 숙제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기술을 배우는 거였다. 어른이 되서도 그저 있어보이는 글만 이곳 저곳 끄적거렸다. 하지만, 내 삶을 남기는 일기를 쓰고 돌아보며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왜 글을 쓰는지, 왜 글쓰기가 삶쓰기인지,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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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 살기 - 우리시대 우직한 바보 최종규가 선택한 즐거운 불편
최종규 지음 / 달팽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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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고 따뜻한 책을 받아보았다. 가장 읽기 편하게 보이는 책부터 골라본다. 책 제목만 보고 '자전거 여행기'라 짐작했다. 읽다보니 자전거와 함께 산 이 년동안 이야기였다. 제주도 자전거 여행부터 책을 나르며 충주에서 서울로 나들이 한 이야기, 여기저기 전국을 돌아다니던 이야기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아찔한 순간 나도 함께 욕하며 추운 날 자전거를 타고 갈때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읽었다.

 

 얼마 전 결혼한지 세 해째가 되는 날이었다. 결혼을 하고 후회한 적은 별로 없는데 하나 있다면 마음껏 여행을 못가본게 걸린다. 내가 딛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다른 삶을 엿볼 수 있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군대를 마치고 무작정 동해안쪽으로 기차를 타고 걸어다니며 여행했을때가 생각난다. 내가 모르는 곳을 찾아다니는 기쁨이 참 좋다. 그러다 내가 할 일이 생기고 바뻐지며 그런 여행을 다시 가기 쉽지 않았다. 첫번째 제주도 자전거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론가 며칠만 훌훌 떠나는 꿈을 꿔본다. 아이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물론 이 책은 여행이야기가 아니다. 자전거로 삶을 붙잡고 살아간 이야기다. 책에도 땀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달렸던 이야기다. 자전거로 충주에서 서울까지 다니는 이야기에 놀랐다. 그것도 책을 잔뜩 싣고서 말이다. 가까운 동네가 아니고 차로도 몇 시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간다니.

 

"두 손을 쓰는 즐거움, 두 발로 움직일 수 있는 즐거움, 온몸으로 짜릿하게 맛보는 즐거움이 비로소 우리 세상을 알차고 밝게 가꾸는 밑거름이 된다고 느낀다. ... 자전거 타기로 모든 일이 풀어지지는 않으나, 자전거를 타는 우리들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라면, 얼마든지 차근차근 자기 자신부터 고쳐 나갈 수 있고, 내 이웃, 우리 식구, 내 동무들, 우리 마을과 일터를 조금씩 밝고 아름다운 길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234~235쪽)

 

 몸으로 살아가는 삶. 요즘 많이 생각해본다. 누리사랑방에서 책지은이가 손빨래를 하며 쓴 일기를 보고 빨래를 손수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때 대답은 이러했다. "빨래는 옛날부터 누구나 손으로 했을 뿐이에요. 그뿐입니다. 삶을 손으로 짓듯이 빨래도 손으로 하지요~" 자전거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자전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까지는 자전거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학원 가는길은 꼭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쉬며 끌고 가기도 했지만 점점 다리에 힘이 붙어 나중에는 한숨에 넘어가곤 했다. 힘들게 올라도 내리막이 있으니 힘을 낼만 했다. 그 오르막만 오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는 곳까지 편히 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언젠가 편한 내리막이 온다는 쉽지 않은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고 더 커서는 자동차를 사며 자전거와 멀어졌다. 빨리, 더 빨리 가려고만 했다.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고 가는 곳만 중요했다. 요즘 아내가 운전을 하며 주변을 가끔 돌아보기는 하지만 온몸으로 느끼며 갔던 자전거 느낌은 사라져버렸다.

 

"아직은 게으름을 이기고 있기에 자전거를 탄다." (219쪽)

 

 자꾸 몸이 편해지려고만 한다.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를 돌아본다. 페달을 묵직하게 밟으며 나아가는 느낌 오래간만에 다시 가져볼까? 벌써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2015.03.02 민들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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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3-03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온 식구가 함께 조촐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어요.
예전에 못 했으면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요~ ^^

나중에 아이와 함께 자전거 삶을 누려 보셔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새로운 사랑을 물려받으리라 생각해요~

민들레처럼 2015-03-0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새로운 마음을 깨닫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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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영화같은 책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푹 빠져드는게 이 작가의 매력이다. 소설은 그닥 즐겨보지는 않지만 신작이 나오면 챙겨본다. 종이여자 이후부터..
 이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구성, 장면 묘사, 인물 갈등 등이 있는 듯 싶다. 분석하며 그걸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숨막히게 전개되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제일 좋다.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쓸수 있다는 작가도 참 부럽다. 
이번 이야기는 이혼한 부부의 아들 제레미가 납치당한 후 벌어진다. 역시나 영화같은 반전이 있다. 그리고 영화같은 결말. 결론이 조금 영화스럽지만 여운을 남긴다. 사랑, 가족 그리고 희망...올해에 첫 소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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