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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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전사를 즐겨 읽었다. 중학교 시절, 친구네 집에 가서 본 타임라이프에서 출간된 <World War II>를 보고 얼마나 부러웠던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종종 가서 보곤 했었다. 나중에 커서는 절판된 시리즈들을 권당 오천 원씩 해서 모으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너튜브에서 요즘 한창 구독 중인 과달카날과 뉴기니 전투를 다룬 책을 인천집에서 공수해다 보기도 했다.

 

국내에 소개된 <스페인 내전><스탈린그라드>로 유명한 전사전문가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전투 1944>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 예전에 <디데이> 케이스도 있어서, 혹시라도 절판이라도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사를 다룬 책들은 단가도 제법 나가고, 또 밀덕들이 다 구매하고 나면 자연스레 절판되는 그런 운명이라고나 할까.

 

앤터니 비버 작가는 친절하게도 미영 연합군이 스탈린의 요청대로 유럽에서 제2전선을 열어제낀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래, 약사를 소개한다. 팔레즈 포켓 포위전에서 서부유럽 주둔 독일군에게 강력한 타격을 입힌 연합군은 곧 파리를 해방시키고 그야말로 질풍노도 같은 추격전을 개시해서 독일군을 패퇴시키는데 성공했다. 19449월에 몽고메리의 어설픈 마켓가든 작전으로 낭패를 보긴 했지만 대세는 압도적 물량을 앞세운 연합군 쪽으로 기울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휘트르겐 숲 전투에서 선봉을 맡았던 미군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동안 몰랐지만, 휘트르겐 숲 방어전에 나선 독일군이 그렇게 악착같이 싸웠던 건 바로 다음에 예정된 독일의 마지막 공세였던 아르덴 전투를 위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신병 위주로 구성된 미군이 베테랑 독일군들을 상대하면서 고전한 게 이해가 됐다.

 

이제 진짜 독일 본토인 아헨 전투에서 나치 천년제국을 그동안 주창해온 나치당의 지도자들은 총통 히틀러의 현지 사수 명령을 무시하고 안전한 후방으로 후퇴를 거듭한다. 이 때 이미 독일의 패망은 예정되었던 게 아닐까.

 

상당 부분을 아르덴 전투 이전의 상황 설명에 투자한 앤터니 비버는 이제 본격적인 아르덴 전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노르망디 상륙 이래,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을 점령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보급항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연합군의 보급로는 길어질 대로 길어졌다. 레드볼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연합군 보급대는 전투에 꼭 필요한 연료와 탄약 그리고 식량을 전선으로 실어 날랐지만, 엄청난 피로가 쌓이는 작전이었다. 독일군은 그동안 공간을 내주고 기갑부대의 재정비와 병사들의 휴식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마켓가든 작전에서도 아른험 부근에서 정비 중이었던 독일 기갑사단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던 것처럼, 연합군 진영에서는 이제 곧 전쟁이 끝날 거라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4년 전, 만슈타인의 낫질작전처럼 이번에도 히틀러는 벨기에의 아르덴 숲을 지나 연합군의 보급창이 있는 리에주 더 나아가 뫼즈강 건너로 연합군을 몰아내려는 대공세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원했다. 참고로 프랑스 침공 당시, 에르빈 롬멜이 이끄는 제7기갑사단은 단 이틀 만에 뫼즈강에 도달했다고 한다. 제공권을 장악한 연합군의 공중공격을 피하기 위해 악천후와 울창한 아르덴 숲을 선택한 것이었다. 아르덴 공세를 위해 히틀러는 극도의 비밀유지 아래 동부전선에서 병력을 서방으로 이동시켰다. 독일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갑부대의 운용을 위한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거의 무한대로 연료의 보급이 가능했던 연합군과 달리 선봉에 서서 연합군 전차부대를 상대해야할 독일 기갑부대는 진격에 반드시 필요한 연료 수급이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영화 <벌지대전투>에서는 독일군의 침공에 대비하지 못했던 미군의 카산드라 같은 역할을 맡았던 카일리 소령이 강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 빈 드럼통을 보고 독일군의 연료부족을 눈치 채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아돌프 히틀러와 다스 라이히 같은 정예 친위기갑사단이 포함된 18개 사단이 동원된 독일의 아르덴 공세는 19441216일 시작되었다. 선봉을 맡은 요아힘 파이퍼가 지휘하는 파이퍼 전투단은 항복한 비무장 미군 포로들을 곳곳에서 총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사실 보병부대가 뒤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쾌속의 진격을 해야 했던 기갑부대가 포로들을 후방으로 보내거나 그럴 여력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특히 독일군 가운데서도 스스로 엘리트 부대를 자랑하는 친위대의 독불장군식 부대 운용은 아군이었던 독일 국방군 입장에서도 불편했다.

 

말메디에서 포로가 된 미군들을 학살한 친위대의 만행 소식을 전해들은 미군들은 독일군 포로, 특히 친위대 포로들은 잡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후과로, 양측 모두 항복하면 죽음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전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독일군의 포로 학살은 공세 초기 수세에 몰린 미군의 결사항전을 이끌어내게 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전략적 오판이었다.

 

독일군의 이런 대공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12집단군 사령관 브래들리를 비롯한 미군 지휘부에게는 충격이었다. 저자가 정치군인이라고 평가하는 연합군 총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게는 아군이지만 독일 진격전에서 경쟁 레이스를 펼치던 영국군 원수 몽고메리를 달래면서, 또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전선이 돌파된 아르덴 전역을 수습해야 하는 골치 아픈 임무가 주였다.

 

신병 캠프에서 나와 최전선에 배치된 초짜 미군들은 중화기와 티거 전차로 무장한 베테랑 독일군에게 그야말로 처참하게 당했다. 미군에게는 당장 아르덴 지역에 증파할 여유 병력이 없었다. 그래서 마켓가든 작전 이래,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82공수사단과 101공수사단을 각각 장크트비트(생비트)와 전략거점인 바스토뉴에 비행기 대신 트럭에 실어 파견했다.

 

HBO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나오는 것처럼, 전방으로 향하는 공수 506연대 2대대 이지 컴퍼니 중대원들이 후방으로 패주하는 미군과 트럭에서 조우하는 장면이 이제는 바로 이해가 됐다. 비록 압도적인 독일군의 공격 앞에 패주하기는 했지만, 일선의 보병사단들이 뫼즈강으로 쾌속의 진격을 원하던 독일 기갑부대를 막아 주면서 공수부대들이 생비트와 바스토뉴에 방어거점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훗날 유명한 작가가 되는 커트 보네거트도 이 전역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훗날 드레스덴 대폭격의 증인이 되기도 했다. J.D. 샐린저도 당시 아르덴 전투는 물론이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는 유타 해변에 그리고 휘트르겐 숲 전투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이미 당시에도 유명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전장에 있었는데, 활약보다는 기행이나 말썽으로 더 유명했던 것 같다.

 

여하튼 치열했던 아르덴 전투에 대해서는 통사적 시점에서 이 책에 자세하게 원인과 경과들이 연대순으로 잘 소개되고 있다. 그동안 몰랐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의 하나는 9월 아르덴에서 후퇴했던 독일군이 다시 진주하면서 벨기에 시민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대해 잔혹한 복수를 했다는 점이다. 보급이 부족했던 독일군이 벨기에 사람들의 귀중한 식량을 약탈한 것은 물론이고, 징병 연령대의 남자들을 잡아서 총살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아르덴 곳곳의 작은 마을들을 두고 미군과 독일군이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부수적 피해가 무수히 발생하고 많은 벨기에 피란민들이 격전지가 된 고향을 떠나야 했다.

 

주공을 맡아 큰소리 뻥뻥치던 친위대 상급대장 제프 디트리히의 제6기갑군과 오토 레머의 총통 경호여단 등은 아르덴 전역에서 기대한 만큼의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미 독일군 선봉을 맡았던 파이퍼 전투단이 곳곳에서 연합군에게 저지당하고 연료부족으로 전차부대의 운용이 어려워졌을 때, 어쩌면 아르덴 공세는 실패했던 게 아닐까. 남쪽에서는 맹장 조지 패튼이 이끄는 제3군의 3개 사단이 독일군의 3개 사단에 포위된 바스토뉴를 구원하기 위해 맹진격을 하고 있었다.

 

바스토뉴 포위전에서도 독일군은 초기에 설정한 다수의 전략 목표 대신 가용한 모든 사단을 투입해서 102공수사단이 방어하는 7개 도로가 지나간다는 교통 요충지 바스토뉴를 공략했어야 했다. 미군은 102공수사단이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르면서 시간을 벌게 되었고, 남쪽에서 쉴 새 없이 진격해온 패튼의 3군이 마침내 바스토뉴 방어군과 합류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

 

<아르덴 대공세 1944>에서 앤터니 비버는 브래들리가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는 와중에서도 최전선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비판한다. 거만한 몽고메리는 오직 서부유럽 지상군의 총사령관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서 언론을 동원한 언론플레이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아이젠하워는 절묘하면서도 때로는 냉철한 판단력을 동원해서 타개해야 했다. 적은 전방 뿐 아니라 후방에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몽고메리가 82공수사단이 방어하던 광대한 지역을 후퇴해서 좁힌 결정은 탁월했던 것 같다. 몽고메리가 가끔은 그렇게 기특한 짓도 하는구나 싶었다. 저자는 책의 어디선가 자신의 병력이 상대를 압도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는 게 몽고메리의 종특 중의 하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엘 알라메인에서 롬멜을 격파한 것도 그런 자기 신념의 발현이 아니었나 싶다.

 

아르덴 숲을 뒤덮었던 악천후가 물러가고, 화창한 날씨가 시작되자 연합군 전투폭격기들이 출동해서 독일 전차부대와 후방을 맹폭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이 때, 독일군은 뫼즈강 진격을 포기하고 후퇴했어야 하는데 히틀러의 거부로 후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심지어 퇴각하기 위한 연료가 부족해서 차량과 장비들을 다 파괴해야 할 정도였다니 말다했다.

 

방한복과 동계 식사에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경험한 독일군이 미군에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였지만, 전체적인 보급에서 독일군은 미군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혹심한 추위도 문제였지만, 전투에 가장 필요한 연료와 탄약 부족 때문에 결국 독일군은 미군에게 패했다. 초기 독일군의 맹진격을 막아낸 것도 미군의 압도적 포병 전력 덕분이었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도 독일의 생산력은 연합국 특히 미국의 그것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아마 아르덴 전역에서 독일군은 미군에게 연료와 탄약 부족 때문에 패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외에도 전장의 병사들을 괴롭힌 질병은 참호족과 동상 그리고 이질이었다. 이제 막 전장에 배치된 신병들이 경험하게 된 전투피로증 역시 심각한 문제였다.

 

전쟁광 패튼은 이 시국에 적의 본진에 대한 반격을 시도해서 일거에 제3제국을 무너뜨리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사실 그 부분은 히틀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독일군에게 회심의 일격을 당한 연합군에게 그럴 만한 여력은 없었다. 아르덴 대공세가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이었다면, 패튼의 제안 역시 거대한 판돈을 굴리는 도박이 아니었을까 싶다. 너튜브를 통해 알게 된 메츠 부근에서 벌어진 포르드리앙 요새 전투의 경험을 패튼은 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동안은 독일이 점령한 타국에서의 전투였지만, 라인강을 돌파한 뒤에는 독일 본토 사수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투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동쪽에서 소련이 파시스트의 소굴로 향하는 마지막 대공세를 시작하면서 제3제국의 힘을 온통 빼놓으면서 서부 전선도 저절로 무너지는 효과를 가져 왔다는 건, 부수적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열흘 동안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대공세 1944>를 읽으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 통로를 접해온 벌지전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이미 그전에도 플래닛미디어에서 나온 두 권짜리 <벌지전투>를 만나 보았는데, 이번에 앤터니 비버 저자의 저작은 그야말로 아르덴 전투를 집대성한 그런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인명에 대한 통일되지 않는 표기와 전투에 참가했던 실존 인물의 상이한 계급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앤터니 비버의 또 다른 기대작 <아른험>을 기대하며, 부족한 리뷰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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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05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바로 검색했는데 <스탈린 그라드>는 품절이네요! 관련 책 읽다보면 다큐도 미드도 영화도 달리 보이더라구요. 아직 모르는 게 엄청 많지만요.ㅋㅋ

레삭매냐 2021-05-05 12:07   좋아요 2 | URL
밀리터리 관련 서적들은 단가가
있어서 그런지 초도 물량이 빠지면
더 찍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탈린그라드>,
기록을 찾아 보니 저는 9년 전에
같은 책을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제목으로 만났
네요. 이게 아마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문구라고 하던데 말이죠.
 



일단 허탈하네요.


국내 굴지의 IT 컴퍼니라는 네이것에서 이달부터 보름 동안 일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면 치킨 한 마리값에 상당하는 비용을 준다고 현혹해서 숱한 유저들을 꾄 이벵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로 파닥파닥 꿰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공짜 치킨이 먹고 싶었어요 아니면 책이라도 한 권... 인정합니다. 그래서 암것도 모르고 오늘까지도 부지런히 썼지요. 버뜨... 오늘 친절하신 이웃님이 예의 이벵은 어제부로 종료되었노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

 

이벵 종료의 이유는 치킨값을 벌어 보겠다는 어뷰징과 복붙이 너무 많아서 조기에 종료하게 되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그럴 거면, 조건을 좀 더 빡시게 걸 것이지 달랑 글 한 줄, 사진 한 장도 오케이라고 허술하게 구성해놓고서 다른 선의의 유저들에게 빅엿을 선사하는 만행을...

 

그리하여 부리나케 검색해 보니 3일 동안 열심으로 글을 올려 주신 유저들이 완주한다고 했을 적에 드는 비용은 대략 90억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뒤쪽에 비밀이 하나 숨어 있었으니... 이 이벵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네이버페이 가입이 필수였다고 합니다. 전 뭐 그전부터 사용하고 있었으니 알게 뭐야였지만요.

 

3일 동안 달랑 천원씩 준 비용은 5억 원 정도. 그러니까 5억 짜리 마케팅이었던 거지요.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치밀하게 5억을 걸고 신규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한 게 아니었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아 허탈하네요. 그냥 천원이라도 받아먹은 게(아직 입금은 되지 않았네요) 어디냐고 넘어가야 하나요...

 

비도 좍좍 오고, 속상한 5월의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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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04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일기 맨날 쓰라는 그 이벤트였나요? ㅋㅋㅋㅋㅋㅋ 천원ㅋㅋㅋㅋㅋㅋㅋ 웃퍼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5-04 11:37   좋아요 3 | URL
그렇지효...

원래 미션 컴플릿하면
16,000원이었었는데 네이것이
85억이 너무 아까웠던 모양입
니다.

어뷰징 따위는 핑계고,,,
뜨거운 시장의 반응(으응?)에
놀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청아 2021-05-04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럴수럴수입니다!! 어찌 이런일이~저도 도전했는데 어제 그만 깜빡해서 일기는 역시 노트에 써야 제맛이라며 씁쓸한 합리화를 하던 참이었어요.
5억짜리 신규노림 마케팅에 저도 한표를!와...

레삭매냐 2021-05-04 11:40   좋아요 3 | URL
네이버 블로그가 마케터들이
활개치는 잔치판이 된 이래,
점점 뷰(view) 수가 떨어지는
걸 단박에 만회해 보고자 하는
기획이 아니었나 추정해 봅니다.

왠지 불O리스가 연상된다는.

글마저도 모두 돈으로 연결시켜
버리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다시
한 번 경악하게 되었습니다.

syo 2021-05-04 1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악 저 정신없이 귀여운 그림은 누구의 솜씨입니까 ㅋㅋ

레삭매냐 2021-05-04 11:50   좋아요 2 | URL
원래는 저희 동네에 있던
<내 치킨 내놔라>의 박스
포장을 도용 하려 했으나,
그 사이에 치킨집이 망해
버렸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찾은 이미지
를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
보았습니다.

스캐너가 있었다면 고퀄의
작업을 시전할 수 있었으나
카메라로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촬영을 했더니 퀄이...

페넬로페 2021-05-04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황당한 내용이며
정말 허탈할 것 같아요~~

저 그림이 너무 예뻐요~~
귀엽고 귀여워
그냥 레삭매냐님!
16000원 받지 마시고
며칠 살려두심이 어떨지요, ㅋㅋ
속상하신데 죄송해요
근데 저도 참여했어요, 흑흑^^
인간이 안하던 짓 하면 이렇게 낭패를 보나 봐요^^

레삭매냐 2021-05-04 11:53   좋아요 4 | URL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자사의 준비부족으로 3일만에
막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그래도 자기들은 잘못이 없고
어뷰징한 놈들이 문제니 다른
놈들도 모두 같이 징벌을 먹어
라는 배짱 영업의 진수를...
역시나 우리의 네이것!!!

저는 치킨에 눈이 멀어서 참가
했습니다, 쿨하게 인정할랍니다.
공짜 치킨이 먹고 싶었습니다 -

그림 칭찬 감사합니다 ㅋㅋ

새파랑 2021-05-04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끝났나요? 책 한권 받아볼꺼라고 했는데 ㅜㅜ

레삭매냐 2021-05-04 17:24   좋아요 3 | URL
저의 치킨 or 책의 꿈은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

마상하여 오늘 저녁메뉴
는 치킨으로 하였습니다.

개시 공지는 화려하고
줄기차게, 대신 종료 공지
는 아무도 모르게 살짜쿵.

네이것이 네이것했다고
합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mini74 2021-05-04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 치킨 내놔라 ! 검색어 1위 운동 할까요 !그 와중에 치킨이 너무 귀여워서 한창 봤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1-05-04 17:30   좋아요 3 | URL
그리하야 오늘 저녁은 옛날통닭에
산미구엘 비루를 뜯기로 했답니다.

저희 동네 치킨집 <내 치킨 내놔라>
는 압도적인 코로나의 여진으로 그
만 폐업하고 말았네요. R.I.P.

붕붕툐툐 2021-05-04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아리가 진짜 파닥거리네요~ 귀엽~~
저도 낚시 바늘에 걸려 파닥파닥. 현실을 부정하며 오늘도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지요.. 이런 미친 네이버 세상... ㅠㅠㅠ

레삭매냐 2021-05-05 10:00   좋아요 1 | URL
현실 부정...
드이어 오늘 공지가 뜨더군요 :>

개시 선전은 화려하고 장대하게,
종료는 뒷북처럼. 뭐 그랬다고 합니다.

숨이 깔딱거리는 블록 서비스를 살려
보기 위해 무언가 해야겠는데...
85억은 아까웠던 것으로.

근데 계속 써야 할까요? ㅋㅋ

단발머리 2021-05-05 20:06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 이벤트에 참여는 안 했는데 네이버에 일기 쓰고 있었거든요. 저같은 경우도 같이 화내는 거 맞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것!!!!!

율별엠제이 2021-05-05 0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낚였었죠. 에잇...

레삭매냐 2021-05-05 10:00   좋아요 1 | URL
치킨의 유혹이 그만큼
강했던 게 아닐까요.
 



두 번째로 무의도에 다녀왔다.

작년엔가 무의대교가 생긴 다음에 한 번 갔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교통체증과 협소한 주차장 때문에 엄청 고생한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적한 평일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사실 목적지는 원래 마시안이었으나, 가는 길에 무의도 가는 차들이 많지 않아 보이기에 바로 고고씽.

 

그리고 내비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덕분에 잠시 삼천포로.

목적지는 하나개 해수욕장.

 

여전히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도로공사가 완성되면 들어가는 길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여전히 흙먼지 풀풀 날리며 차를 달렸다.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잠시 속도를 줄이는 건 센스.

 

예전에 주차장이 있던 곳은 공사 중이었다. 안쪽에 있는 주차장에 가니 차들이 그닥 많지 않아서 비교적 편리하게 주차 성공.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바닷가로 향하는데, 텐트며 돗자리는 안된다고 한다. 평소에 텐트 치면 하루에 만원이라고. 낙후된 방갈로 공사도 한창이었다. 화장실도 새로 만들어진 것 같고. 곳곳에 돗자리를 편 사람들은 있어서 우리도 돗자리만 깔고 허겁지겁 사온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 바닷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쓰레기 수거함은 정말 요긴했다. 하긴 경포대에도 그렇게 쓰레기통들이 많은데 닝겡들은 싹 무시하고 모랫 속에 파 묻곤 했었지.

 

남은 컵라면 찌꺼기를 벽돌 위에 올려 놓으니, 바닷가의 난폭자 갈매기들이 달려 들어서 모조리 처리해 주었다. , 고맙기도 하여라. 옆 자리에서는 아예 노래방용 대형 새우깡 봉지를 들고 와서 갈매기들에게 풀어 주었다. 우리도 고깔콘과 초코칩 쿠키로 갈매기들에게 플렉스해주었다.

 

자 이제 모종삽을 들고 해루질 고고씽. 사실 바닷가에 가면 이 재미로 가는 게 아닌가 말이다. 우리가 자주 가는 궁평항과 달리 하나개 해수욕장은 모래뻘이라 단단하고 발도 쑥쑥 빠지지 않는다. 바람이 좀 차서 그런지 바닷물은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난번 궁평에 갔을 적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밤게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새로 본 종은 바로 우렁이, 아니 골뱅이였다. 녀석들이 모래 위를 유유자적하게 거닐고 있었다. 좀 쬐만한데 이 녀석들이 크면 우리의 술안줏감이 되는 덩치 큰 녀석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물이 들어오는 바닷가 저 멀리까지 나갔더라.

 

해가 좋아서 그런지 얼굴이며 팔 다리가 온통 쌔까맣게 탔다. 잡은 녀석들은 오기 전에 모두 다시 방생해 주었다. 어떤 아주머니들은 멀리까지 나가셔서 우렁이들을 제법 많이 생포하셨더라. , 꼬맹이 소라도 하나 잡았구나. 게들은 돌 틈에 숨이 있었다. 그 녀석들도 몇 마리 생포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정비도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몽둥이로 얻어 맞은 것처럼 피곤했다.

 


[뱀다리] 돌아오는 길에 무의도 초입 교차로에 있는 카페뮈에서 아이스 라떼(단가 6,000)를 한 잔 사서 흡입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원두가 좋은 것인지 최고였다. 그래서 또 즐거웠다. 나이스 설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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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4 0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무의도도 다리가 연결되었나 보네요. 한번 가보고 싶네요 ~~ 마시안 해변도 좋던데 ㅋ

레삭매냐 2021-05-04 10:13   좋아요 3 | URL
무의대교가 2019년 4월 30일에
개통되었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배로만 들어갈 수가 있었대요.

제가 두 곳 다 가보니, 마시안보다
무의도 하나개가 더 좋았습니다.

청아 2021-05-04 10: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진 예뻐요!! 대야 컬러도 바다색ㅋㅋ날 좋은 때 잘 다녀오셨네요~흐린 날이라 더 보기 좋아요! 😊

레삭매냐 2021-05-04 10:13   좋아요 3 | URL
바다 사진도 좀 찍었어야 했는데
제 핸드폰 카메라가 거의 망가져서
리...

어제는 쨍쨍 오늘 비가 좍좍 허 참.

mini74 2021-05-04 10: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맑고 예뻐라 하면서 사진도 보고 글도 읽고. 그리고 커피 물 올리러 갑니다. 마지막 사진보며 그래 커피!!! 무의도. 하나 알아갑니다 *^^*

레삭매냐 2021-05-04 10:14   좋아요 4 | URL
어제는 날이 한 몫했답니다.

날 좋을 때 바닷가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커피도 단가가 좀 있긴 했지만
최근에 마셔본 커피 중에 단연
쵝오! 다시 마시고 싶을 정도예요.

페넬로페 2021-05-04 1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평일에 가는 여행이 최고인 것 같아요.
차 밀리지 않고 한적하고^^
무의도는 가보지 않았는데~~
궁평항이 반갑네요~~
몇년 전.전 가족이 모여 그곳으로 놀러갔었거든요**
저도 빨리 커피 마셔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5-04 10:29   좋아요 3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차 막히는 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첨에 무의도 갔다가 죽을 뻔 했습니다.

궁평항은 집에서 가차워서 자주
간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수도권 차박의 성지라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주차장이나 좀 멋들어지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오는 날엔 역시 커피죠.

coolcat329 2021-05-04 1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어제 다녀오셨군요. 어제 정말 날씨 짱이었습니다. 사진도 예쁘고, 커피가 비싼데 맛은 좋나보군요. 평일에 가야하는군요.ㅠㅠ

레삭매냐 2021-05-04 11:36   좋아요 3 | URL
네 반다시 평일에 가셔야 합니다.

인천시 공식 리포트에 의하면
주말에는 입도 차량이 평일에
비해 1.4배가 늘어 난다고 하
네요. 지옥이 연출되지요...
현재 난장판인 도로 공사는
2024년인가 완성 예정이라는 쿨럭...

섬이 좁아서 감당이 되지 않는
그런 차량수이지요.
 



지난달에는 모두 15권의 책들과 만났다.

물론 읽다가 만 책들도 제법 된다. <블러드랜드>는 리뷰대회 참전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결국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당연히 리뷰대회도 참전하지 못했다.

가뿐하게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더라.

 

, 부수적인 수입으로는 바실리 그로스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삼십 년 전에 나온 <코미짜르>를 구해서 읽었다. 대단했다. 부디 <삶과 운명>이 번역되길.

 

4월에는 아민 말루프의 책들을 세 권을 읽었다. 공쿠르상에 빛나는 <타니오스의 바위>가 그의 대표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사마르칸드>도 좋았던 것으로.

 

제발트의 책을 읽다가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먼저 읽게 되었는데... 이거 트라우마가 보통이 아니다. 발저의 책들이 난해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더라.

 

그동안 벼르던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 행 열차>도 책바다로 대여해서 읽었다. 어제는 디노 부차티의 다른 책이 있다는 정보를 키루스 브로를 통해 듣고 다시 책바다에 신청해 두었다. 공공도서관에는 거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대학도서관에 요청을 했다. 수원대-아주대-인하대 순서로 일단 잡아 두었다.

 

독서기록장에 오래된 책은 아예 검색 및 기입할 수가 없어서 <파키스탄 행 열차><코미짜르>는 직접 스캔한 책표지들을 줄여서 욱여 넣었다.

 

뭐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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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2 01: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매니악한 책읽기란거 아시죠? ㅎㅎ
여기 알라디너 분들이 대체로 베스트셀러 이런것과 관계없이 읽으시는 경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레샥메냐님 거의 최고수준입니다. 덕분에 훌륭한 작가들을 더 많이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에요. ^^

레삭매냐 2021-05-02 08:47   좋아요 3 | URL
오오, 지난 달에 만난 <마니>가
maniac 의 원조라고 하더라구요.
이것도 인연이네요 ㅋㅋㅋ

책을 만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연관성 때문에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05-02 0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돌이님 의견과 동감입니다. 책표지 줄여 우겨넣으시고~ㅋㅋ 👍

레삭매냐 2021-05-02 08:48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하나하나 다 그랬었는데
요즘에는 그래도 책기록 앱들이
생겨서 그렇게까지는 ㅋㅋ

두 개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새파랑 2021-05-02 0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최고수준 인정~~ !! 매번 레삭메냐님의 리뷰를 즐겁게 보는데 품절이거나 어려운 책들이어서 범접할 수 없는 ㅎㅎ 저도 언젠가는 이렇게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1-05-02 08:51   좋아요 3 | URL
품절 절판 도서를 만나게 되면
왠지 도전의식이 마구 샘솟아
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도서관에는 옛날
책들은 모두 보존서고로 가던지
아니면 제적 처리하는 것 같더라구요.

범접할 수 없는 새파랑님의 독서에
늘 감탄하고 있답니다.

청아 2021-05-02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번 달도 기대됩니다! 저 어제 아민 말루프 의 책 한권 빌려왔음요.^^*
어떤 책인지는 읽어내면 공개할께요.ㅋㅋ
레삭매냐님 아니었음 알지 못했을 소설들, 특히 구하지 못한 책들도 알게된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거워요! <코미짜르>재발간 되고 <삶과 운명>꼭 번역되어 나오길!!

레삭매냐 2021-05-02 14:46   좋아요 1 | URL
그거슨... <동방의 항구>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ㅋㅋ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
그리고 <스탈린그라드>는 젭알
좀 출간해 주었으면 하는 격렬한
바람이 있습니다.

초딩 2021-05-02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달력은 북모리 쓰세요? 마땅한게 뭔지 찾다가 몰라서 유보해둔 상태에요 ㅎㅎ

레삭매냐 2021-05-02 14:48   좋아요 2 | URL
저는 잉크라는 앱 달력을 사용
한답니다.

램프의 요정 라이벌사의 앱이라
고 하는데... 나름 갠춘한 것 같
더라구요 :>

mini74 2021-05-02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석매냐님은 새로운 책을 찾는 보고? 저는 모르는 작가와 책들 소개 많이해 주시고 또 책 추천도 해주시고. 저도 항상 고맙습니다 ~

레삭매냐 2021-05-02 21:52   좋아요 0 | URL
언제나 세상은 참말로 넓고,
우리의 인식이 닿는 범위 안에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
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숙연
해집니다.

댓글 항상 감사합니다.
 
벤야멘타 하인학교 (양장)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
로베르트 발저 지음, 홍길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의 새로 나온 책을 읽다가 접고, 결국 나는 로베르트 발저의 책을 집어 들었다. 아니 원전을 만나 보지 않고 어떻게 그 원전을 다룬 책을 만난단 말인가. 어디선가 알게 된 고트프리트 켈러의 <초록의 하인리히>도 만나보고는 싶으나 방대한 분량 때문에 패스. 발저의 책이 난해하다고 하더니만 다 읽는데 무려 10일이나 걸렸다. 물론 이 책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위스 빌 출신의 로베르트 발저는 이례적인 독일어 사용 문단에 있어 무학의 천재 작가였다. 가정 형편상 어려서 학업을 포기하고, 은행의 수습사원으로 돈벌이에 나서야했다. 글쓰기라는 악덕에 매몰된 발저의 또 다른 취미는 걷기였다. 어쩌면 그도 발로 사유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1956년 그는 자발적으로 들어간 멘탈 인스티튜트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훗날 그가 남긴 기록들을 여섯 권의 책으로 펴냈다고 했던가. 1907년부터 해마다 펴낸 베를린 삼부작은 <타너가의 남매들>, <조수> 그리고 <벤야멘타 하인학교>.

 

1905년 로베르트 발저는 27세의 나이로 실제로 하인학교에 입교해서 하인/집사 교육을 받고, 오버 슐레지엔의 성에서 얼마간 하인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벤야멘타 하인학교>에는 그런 그의 체험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부터 귀족 출신이 드러나는 우리의 주인공 야콥 폰 군텐은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고전주의 독일 교양소설(bildungsroman)의 기본 플롯을 완전 무시하는 캐릭터가 바로 이단아 야콥이었다. 기존의 규칙대로라면 야콥은 하인학교의 생도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무언가 대단한 존재로 거듭나야 했다.

 

하지만 평생 내적 불안에 시달린 작가 발저는 다른 방식으로 구도에 나선다. 그것은 바로 복종이었다. 이런저런 기술들과 언어 혹은 훌륭한 예절들을 배워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소년들의 선두주자는 크라우스다. 이렇다 할 매력이 없어 보이지만, 독일 국가가 원하는 규칙을 준수하며 체제에 순종하는 인간형이 바로 크라우스가 아니었을까. 정식 학교는 아니지만 어쨌든 벤야멘타 하인학교에서 아무 것도 배울 게 없고, 그저 무쓸모인 존재라는 인식 아래 야콥은 일기 형식의 글들을 계속해서 써 갈긴다.

 

때로는 나폴레옹을 따라 전장을 나서기도 하고, 벤야멘타 교장 선생의 여동생인 리자 벤야멘타를 동경하기도 하면서, 학교에 무언가 비밀을 있으리라는 긴장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겠다는 상상을 하다가도 그게 다 무어냐는 식의 널뛰는 감정을 슬쩍 비치기도 한다.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서사의 전개다. 벤야멘타 선생님을 따라 나서는 장면에서는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걸 신종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의 어느 시점에서 야콥은 깨달음을 얻거나, 성공에 대한 무지막지한 포텐을 터뜨리면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게 정석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독자의 예상을 전복시키고, 야콥은 반항 대신 기존 질서에 대해 복종을 선택한다. 어쩌면 소년에게 복종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도피처이자, 유일한 선택지였는지도 모르겠다. 크고 작은 일탈과 쾌락을 추구하는 남자 야콥이 가진 이중성이라고나 할까. 그는 분명 문제적 인간이지만, 도를 넘는 소위 똘기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에게 무언가 화끈한 일탈을 기대했건만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야콥은 작은 것들에 집중한다. 마치 발저 작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흥청거리던 세기말의 대도시 베를린 혹은 빈에 살던 야콥은 복종과 일탈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욕망들이 무시로 충돌하는 가운데, 내적 갈등이나 자아의 분열을 경험했던 게 아닐까. 난해하기로 유명하다는 그의 문장의 행간에서 무언가 핵심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해 나는 고군분투했다. 작가 발저의 페르소나가 분명한 야콥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을 극복한 영웅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소년은 점점 무쓸모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러한 설정은 하인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세심하게 준비한 이력서(마지막 미션이다)를 들고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자본주의 신화를 매섭게 타격한다. 그렇다면 모든 교육의 목적은 사회가 필요한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란 말인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제아 야콥에게 매료되었다는 벤야멘타 교장 선생님은 소년에게 자신과 함께 사막으로 떠날 것을 권유한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야콥만이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마지막 학생이 되었다. 이것은 서구의 산업혁명 이래 시대정신이 된 자본주의 시스템에 맞게 변형을 강요받은 학교 교육의 붕괴를 상징하는 추단이 아닐까. 소설의 처음부터 하인학교에서 딱히 배울 게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순전히 적은 분량을 만만하게 보고 덥석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당했다. 저자의 저술 의도를 파악해 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랄까. 발저 작가의 글이 난해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했다. 어쨌든 그렇게나마 로베르트 발저의 책을 한 권 읽었으니, 다시 제발트의 책으로 복귀해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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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호빵 2021-04-30 0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베르트 발저 저도 만났다가
그의 심오함에 한참 헤매다가 기진맥진ㅋㅋ
다음 책을 쉽게 넘기지 못하겠더라고요ㅎㅎ

정말 산책하듯이 천천히 읽히는 ㅎㅎ
발저의 의도, 저는 그리 짐작했습니다

레삭매냐 2021-04-30 09:36   좋아요 2 | URL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겠지 하고
덤벼 들었다가 아주 곤욕을 치렀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다른 책의 제목이 왜 ‘산책자‘인지 이번
에 발저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답니다.

coolcat329 2021-04-30 10: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안 읽을 책 목록 상위권에 있는데 제가 잘한거겠죠?

잠자냥 2021-04-30 10:43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굉장히 지루한 고품격 작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4-30 10:45   좋아요 3 | URL
우리의 제발트 샘이 독일 문학의
대표선수라고 하는데 도저히
쌩깔 수가 없어서 도전했다가 그만...

나이스 설렉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레삭매냐 2021-04-30 10:46   좋아요 5 | URL
[투잠자냥님]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읽으면서도 내가 당최 무얼 읽고
있는가 싶었습니다. 이런 저런 자료
들을 찾아 보고서야 그나마 이해가
되더군요.

그런 점에서 지금 읽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의 독자
를 컨텐츠로부터 격리시키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Falstaff 2021-04-30 12:15   좋아요 5 | URL
읽지 마셔요.
저도 그거 읽다가 뇌 엉켰어요!! 그래서 이 모양인가 봐요. ㅜㅜ

coolcat329 2021-04-30 13:01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뇌가 엉키다뇨!

청아 2021-04-30 12: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리뷰도 그렇고 댓글도 온통 호기심을 끌어내내요!😳
그리고 ‘발로 사유한다‘니 너무너무 멋진 말입니다!!👍

레삭매냐 2021-04-30 15:34   좋아요 2 | URL
로베르트 발저의 산문집인 <산책자>
읽겠다고 하다가 나가 떨어졌던 흑역
사가 있답니다.

이번 참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볼까
합니다.

붕붕툐툐 2021-04-30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전의식 생기게 하는 책이네요. 집어 던질 때 던지더라도 일단 읽어보겠습니다!ㅎㅎ

레삭매냐 2021-05-01 09:35   좋아요 0 | URL
하도 데여서 산문집이라는
<산책자> 도전을 못하겠습니다.

하긴 그전에도 읽어 보려다가
망한 적이 있었죠...

우리는 집에 있는 책을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