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한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고 진정한 이름이 주어진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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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2-09-14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고픈데...절판이고, 중고가 89,000원!!!!

레삭매냐 2022-09-14 13:33   좋아요 0 | URL
전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 있답 니다 :>

1984북스에서 새로 나온
<환희의 인간>을 구해서 보
시면 됩니다. 같은 책이거든요 ^^
 

우리가 하는 말 속엔 더 이상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고 아무런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탐욕스레 만들어낸 무수한 마음속 상(像)이 우리를 눈멀게 했고 끝내 우리 자신을 일깨우던 영혼의 얼굴마저 거칠게 닦아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하느님이 어느새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이제 까마득히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집시와 길 잃은 고양이,
접시꽃은 우리가 더는 알 수 없는 영원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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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0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순하지만 파란색이 들어간 표지가 상당히 예쁜데요.
책소개를 읽어보니 내용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제 태풍이 지나갔는데, 오늘은 다시 맑은 날입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07 21: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토스 만보도 달성했네요.

귀뚜라미 소리만 들리는 평안
한 밤입니다.
 


다시 한 번 독서는 자극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아마 프랑스 사람일까.

 

자목련님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어제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 갔다.

아니 우리 동네에는 진차 나랑 독서 취향이 비슷한 닝겡이 사는지 보뱅 작가의 책이 모두 대출 중이었다. 오 놀라워라! 그것도 나랑 비슷한 시점에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대신 <인간, 즐거움>이라고 <환희의 인간> 전에 나온 책을 빌렸다.

어제 제임스 레스턴의 <신의 전사들>을 마저 읽지 못하고 시작했다가 날을 넘길 뻔 했다.

다시 부랴부랴 <신의 전사들>부터 읽고 <인간, 즐거움>으로 돌아갔다.

 

뭐라고 꼭 짚어서 좋다라는 말을 할 수 없지만,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북극으로 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등장하니 왜 이렇게 반갑던지.

 


오늘은 교보에 가서 새로 나온 소설이라는 <가벼운 마음>을 샀다.

어디서 얻은 만원짜리 도서상품권에 그전에 교보에서 받은 천원 할인권 해서 단돈 3천원에 데려왔다. 왠지 모르게 거저 얻은 느낌이랄까.

복귀하는 길에 손에 이것저것 잔뜩 들고 있어서 미처 책을 펼쳐볼 여유가 없었다.

명절머리인데 왜 이렇게 분주한지 모르겠다. 연락할 곳도 많고 할 일도 많고...

오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근처 중고서점에 <그리움의 정원에서>라는 보뱅의 다른 책이 입고되었다. 당장 그 책부터 사러 가야겠다. 아니 웃기는 게, 어떤 작가에 꽂히게 되면 책부터 사대는 건 무엇.

<고독한 얼굴>이 벌어준 적립금으로 사야지. 신나는 하루다.




중고서점에 냉큼 가서 보뱅의 책을 사왔다.

누가 먼저 집어 갈까봐. 우리 동네에는 나의

책쟁이 라이벌이 살고 있다.


이번에는 나의 윈 !!!



전설 같은 책의 실물 영접 순간.


두께에 놀라 구매 포기.



보뱅의 <가벼운 마음>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책.


정보가 없어서 살포시 평대에 책을

내려 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곧 만나게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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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07 17: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대출하려는 책이 떡하니 다른 분이 대출중이면 그 사람이 누굴까 저도 궁금하더라구요. 매냐님과 비슷한 성향의 독서 스타일을 가지신 분이 있으신듯하네요ㅎㅎㅎ 그 대신 <인간, 즐거움>을 빌리셨으니 다른 즐거움을 얻으신 셈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명절 앞두고 있어서인지 정신이 없는데 이번 연휴는 너무 짧아서 시댁 갔다오면 끝이 날것 같은 씁쓸함이...ㅠㅠ 남은 하루 알차게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07 17:59   좋아요 2 | URL
어제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 갔는데, 대출
중이더라는. 놀랍더라구요 ~
도대체 누구지?

그러니깐요. 기대하지 않았던
책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습
니다.

주말 낀 명절이라 상대적으로
더 짧다는 너낌입니다.

명절 끝자락에 간만에 친구들
만나기로 해서 기대 중입니다.
벌건 대낮부터 낮술로 대동단결 !!!

페넬로페 2022-09-07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저는 아닙니다.
동네의 라이벌요 ㅎㅎ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을 서재에서 접했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네요^^

레삭매냐 2022-09-07 18:0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이었으면
좋갔습니다 !!! ㅋㅋㅋ

보뱅의 책들을 빌리고 사들이
고 있습니다.

어제 맛보기로 쫌 봤는데
너낌이 뽝~!!!

mini74 2022-09-07 2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뱅을 올 초에 사서 아직도 필사중입니다 ㅎㅎ 언제쯤 다 쓰고 읽을지 ~~ 득템 축하드립니다 *^^*

레삭매냐 2022-09-07 22:00   좋아요 3 | URL
이번 명절에는 보뱅을 읽어 볼랍니다.

분량이 적어서 그나마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필사하실 정도라면 그만큼 좋은 책
이라는 말씀이시겠죠. 기대만빵입
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9-07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집주변으로 원을 그려서 도서관 4개 있는 곳으로 이사가세요. 왠만한 라이벌은 다 처치 가능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9-07 22:10   좋아요 2 | URL
오래 전 주거의 로망은
극장 근처에서 사는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그 꿈은 비록 잠시였지만
집 주변에 극장이 느닷없이 생기
면서 이루어졌지요.
영화 두 편을 내리 때리고 집으
로 걸어 오기... 판타스틱했습니다.

도서관 4개로 둘러 쌓인 곳이라
면 꿈이지 싶습니다.

독서괭 2022-09-08 0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의 라이벌 ㅋㅋㅋㅋ 재밌네요 ㅋㅋㅋ 보뱅 책 문장이 좋다고 이웃님들 리뷰들을 본 것 같은데 저도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2-09-08 09:07   좋아요 0 | URL
다른 건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 책부심은 도저히
참을 수가 ㅋㅋㅋ

국물이, 아니 문장이 끝내
줍니다.

coolcat329 2022-09-08 0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교보문고 가고 싶어 마음이 들썩거렸는데 매냐님 다녀오셨군요.
보뱅 노란책 너무너무 이쁩니다.
보뱅의 문장은 더 아름다운가 보네요.

레삭매냐 2022-09-08 09:08   좋아요 1 | URL
네 어제 잠시 들렀답니다.
목표만 달성한 뒤에 바로
철수했지요.

보뱅의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문장을 갈고
닦아야 이런 글이 나오는가
싶었습니다.

출근 길에서 책을 펼쳤다가
그만 멍해졌답니다.
필사하시는 분들 이해가 되
더군요. 심지어 저도 손으로
써봐야 하나 싶더라구요.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제임스 레스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산 책은 언젠가는 반드시 읽는다. 6년 전에 중고서점에서 산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을 다 읽었다. 사실 십자군 전쟁은 지난 천년 동안 하도 울궈 먹어서 더 이상 나올 이야기가 더 있을까 싶지만, 천년이라는 시간의 더께가 이제는 온전한 역사라기보다 이야기 혹은 전설의 영역으로 넘어간 서사가 되어 후대의 크레에이터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고 있지 않나 싶다. 거기에 해석이라는 영역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풍부한 이야기로 변신 중이다.

 

무슬림 세계에서 지난 천년 최고의 영웅으로 알려진 살라흐 앗 딘이 1차 십자군원정으로 세워진 라틴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을 탈환하면서 서방 기독교 세계는 그야말로 일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구세주가 나고 자란 성도가 또다시 이교도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첫 번째 십자권원정에서 이슬람 세계가 서방의 오합지졸 십자군 기사들에게 패배한 것은 시리아와 이집트로 나뉘어 서방의 침략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큰 이유 중의 하나였다.

 

쿠르드족 출신의 살라흐 앗 딘은 에데사를 수복하면서 성지탈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기의 아들 누레딘 밑에서 봉신으로 있다가 숙부 시르쿠와 함게 파티마 왕조의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무장으로서 자신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결국 이집트를 정복하는데 성공한 살라흐 앗 딘은 종주국이라고 볼 수 있는 시리아마저 집어 삼키면서 이집트와 시리아의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룩하는데 성공했다. 살라흐 앗 딘의 깃발 아래 이루어진 무슬림 대통합이야말로 무슬슬림의 3대 성도이자 예언자 무함마드가 밤의 신기한 여행으로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알 쿠드스(예루살렘) 탈환작전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이에 반해 라틴 제국의 사분오열은 한 세기 전, 무슬림 세계가 외부 침략에 직면했던 예의 상황과 유사했다. 예루살렘 왕국의 지도자였던 뤼지냥의 기는 형편 없는 군주였다. 티레에 근거한 몬페라토의 콘래드는 성지 수호라는 대의보다 자신의 사익 추구에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라틴 제국에서 나고 자란 프랑크족의 후예들은 동방의 문물에 익숙해진 나머지 당시 최강의 전투단으로 알려진 서방 기사단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알 쿠드스 탈환을 앞두고 지하드를 선포한 살라흐 앗 딘이 휘하에는 마그레브 제국에서부터 쿠르드족, 이집트, 다마스커스, 바그다드에 이르는 거의 모든 무슬림 세계의 전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18774일 하틴 전투에서 살라흐 앗 딘이 이끄는 무슬림 전사들이 기독교 전사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면서 알 쿠드스의 함락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살라흐 앗 딘이 이끄는 무슬림 군대가 알 쿠드스에 입성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잘 다루고 있으니 참조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관대한 군주 살라흐 앗 딘은 한 세기 전, 기독교 제국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정복했을 때와는 달리 피정복민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 1099년에는 프랑크족의 군대가 예루살렘에 사는 거의 모든 이슬람 사람들과 유대인을 비롯한 이교도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해서 그들의 피가 전사들의 무릎은 물론이고 마구까지 차올랐다고 하지 않던가. 어쩌면 살라흐 앗 딘의 위대한 명성은 알쿠드스 탈환보다 상대방에 대한 관대한 처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제임스 레스턴 저자는 이 과정에서 살라흐 앗 딘이 치명적인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지중해 연안의 티레를 정복하지 않고 놔둔 것과 기 드 뤼지냥을 석방시킨 것이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 세 번째로 조직된 3차 십자군원정 당시 살라흐 앗 딘이 고전하게 된다.

 

무슬림의 영웅 살라흐 앗 딘이 있다면 서방에서는 사자심왕으로 알려진 잉글랜드의 군주 리처드 1세가 있었다. 아키텐의 엘레오노르의 세 번째 아들이었던 리처드는 어려서부터 서방 최강 전사의 기질을 검증받았다. 당시 잉글랜드와 프랑스에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던 플래태저넷 왕조의 헨리 2세의 적자였지만, 지방 귀족들의 계속되는 견제와 부왕의 동생 존 백작에 대한 편애로 왕위 계승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모국 잉글랜드보다 어머니 엘레오노르의 영지였던 아키텐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사자심왕은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최강전사의 명성을 쌓아 가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그의 생애와 당시 프랑스와의 관계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넘어 가기로 하자.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부왕이 죽은 뒤, 잉글랜드의 국왕이 된 리처드는 동방에서 날아온 성도 함락이라는 비보를 듣고 바로 십자군원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뛰어난 전략가답게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게 기사와 병사 뿐 아니라 병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리처드는 자국에서 살라딘세라는 걸 만들어 군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증세는 시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 아니었던가. 잉글랜드와 아키텐, 노르망디 그리고 푸아투의 백성들이 아우성칠 만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군단을 편성해서 프랑스 국왕 필리프와 함께 리처드는 동방원정을 개시했다. 저자는 리처드와 필리프가 과거의 연인이자 전우 그리고 경쟁자로 묘사하고 있는데 첫 번째 관계가 진짜 맞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시칠리아와 키프러스를 거쳐 후방을 든든하게 한 뒤, 티레에 상륙한 리처드는 첫 전투인 아크레 공방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서방 최강전사이 등장이라는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한편, 신성로마제국의 붉은수염(바르바로사) 프리드리히는 10만 대군을 동원해서 67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성도 탈환을 목표로 육로로 시리아 경계까지 진출했다. 서방의 이런 무시무시한 두 전사 집단을 상대해야 했던 살라흐 앗 딘에게 프리드리히가 살레프 강가에서 심장마비 혹은 익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공할 전력을 자랑하던 독일 기사단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났다. 바르바로사가 이끄는 기사단이 리처드의 부대와 합류해서 살라흐 앗 딘을 상대했다면, 중근동의 역사는 또 다시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리처드를 상대하던 살라흐 앗 딘에게 항상 행운이 따른 것도 아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간의 전쟁은 무슬림 진영에게도 극심한 피로를 제공했다. 아무리 신을 위한 전쟁이라고 포장을 해도, 현생에서의 괴로움은 우리 인간에게 문제가 아니었던가. 사자심왕이라는 무시무시한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공포감, 전장에서의 배고픔과 추위, 악천후와 무더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전사는 아무도 없었다. 무서운 기세로 무슬림 군대를 상대하는 사자심왕의 공격으로 살라흐 앗 딘은 아르수프와 야파에서 연전연패를 당했다.

 

하틴 전투 이래 서방 침략자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무슬림 군대의 기세가 꺾이자, 살라흐 앗 딘 아래 단결해 있던 아미르들 역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라틴제국의 오합지졸과 달리 잘 훈련되고 조직된 서방 기사단 그리고 최고의 전사 리처드의 용병술 앞에 살라흐 앗 딘의 예루살렘 수비대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가 되었다. 살라흐 앗 딘은 대규모 결전으로는 도저히 리처드를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기존의 게릴라 전술과 초토화 전술로 자신들과 달리 병력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십자군부대에 대한 소모전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남부의 중요한 거점 항구도시였던 아스칼론은 시리아와 이집트를 연결하고 예루살렘을 요격할 수 있는 전략요충지였다. 이 요충지가 리처드의 손에 넘어 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거라고 판단한 살라흐 앗 딘을 아스칼론을 파괴해 버렸다. 그렇게 성도 예루살렘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까지 도달한 리처드는 왠지 모를 이유로 공성전에 나서지 않고 철수해 버렸다. 살라흐 앗 딘은 최악의 경우 알쿠드스 함락을 예상하고, 심지어 주력부대를 후퇴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리처드가 예루살렘 공성에 나섰다고 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까지 계속해서 비판받는 이유가 되었다.

 

이것이 3차 십자군원정이 실패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살라흐 앗 딘은 다시 한 번 무슬림 세계를 서방의 침략자로부터 구원하는데 성공했고, 지중해 연안의 몇몇 도시들을 수복하는데 그친 리처드는 초라하게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의 귀국길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교황이 중재한 신의 휴전은 리처드에 대한 개인적 복수를 꿈꾸는 유럽의 군주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 공허한 말잔치였다.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공작이 결국 그를 납치해서 뒤른슈타인 성에 감금하고, 나중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5세에게 넘겼다.

 

살라흐 앗 딘은 리처드가 귀국한 다음 해에 사망했고, 리처드는 온갖 수모를 당한 끝에 고국으로 귀환하는데 성공하긴 했비만 몸값으로 국가 재정을 드러낼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치러야했다. 귀국해서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귀족들을 제압하러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애송이가 쏜 재수 없는 화살을 팔에 맞아 죽고 말았다. 저자는 개미에게 당한 사자의 최후로 묘사했다.

 

12세기 대표적 신의 전사들이었던 살라흐 앗 딘과 리처드 모두 자신들이 믿는 신의 장기말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성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한 종교를 믿는 집단의 영광스러운 승리는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치욕의 상징이었다. 두 진영의 대표적인 전사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예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후방에서 고생한 민중들에 대한 고생은 상대적으로 가리워진 느낌이다. 전투 장비는 물론이고, 말먹이와 군수물자를 준비하는데 들어간 막대한 비용과 노동력은 누가 제공했을까? 계속해서 매몰되어 가는 전쟁비용을 치르기 위해 서방과 동방의 민중들로부터 세금을 쥐어 짜내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접한 놀라운 점 중의 하나는 같은 일신교라고 생각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견해 차이가 너무 달랐다는 점이다. 알라 신을 유일신으로 믿는 이슬람교에서는 삼위일체의 기독교를 다신교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알쿠드스에서의 승리를 다신교 이교도에 대한 유일신을 믿는 자신들의 승리로 간주했다. 놀랍지 않은가. 이런 가장 기본적인 교리 해석의 차이로부터 어쩌면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의 원천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 십자군 서사는 다시 읽어도 재밌었다. 그리고 또 몰랐던 세세한 이야기들까지 곁들여지니 더 다채로울 수밖에. 새로운 천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십자군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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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07 1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산 책은 언젠가는 읽는다? ㅎㅎ 제가 산 책들이 저를 막 째려봐요. ㅎㅎ
술탄 살라딘 소설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역사서도 읽자 해놓고 잊어버렸네요. 이 책도 관심도서 찜해갑니다. ^^

레삭매냐 2022-09-07 13:48   좋아요 3 | URL
타리크 알리의 살라흐 앗 딘에
대한 소설은 가히 최고였습니다.

왜 그의 이슬람 5부작이 더 나오
지 않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산 책은 언젠가는 읽는다라는
선언보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라고 바꾸어야 하나 싶습니다
ㅋㅋㅋ

mini74 2022-09-07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겠어요. 저도 십자군 이야기 좋아합니다. 넘 잔인해서 좀 그렇지만 ㅠㅠ

레삭매냐 2022-09-07 15:5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요. 재밌긴 한데 무시무시
하더라구요.

특히 리처드 일당이 아크레 공방전
에서 저지른 악행은 정말...

자목련 2022-09-07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책은 자꾸만 잠을 잔다. 산책은 잠들다 중고로 팔린다. 훗날 그 책을 또 산다. ㅠ.ㅠ
역사를 다룬 책(소설 포함)은 어려운 독자에게 이런 리뷰는 놀랍고 대단합니다.

레삭매냐 2022-09-07 16:27   좋아요 0 | URL
자수하자면 잠자는 산책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뭘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또 사들이기도 하지요.

감사합니다.
 

무슬림들은 암초 지대를 만들고 이를 아스칼론이라 불렀다. 살라딘은이 요새가 십자군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곳은 살라딘 제국의 양쪽 지역의 공조를 방해할 수도 있었다. 살라딘이 왕으로서 제국을 다스린 최근의 20년을 포함해서 지난 80년간의 아랍 역사는이집트와 시리아를 연합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의 시기였다. 개인적으로살라딘은 이 연합을 이뤄 냈다. 이것은 살라딘의 최고의 업적이다. 십자군 왕국이 움츠러들고 위험에 처했던 것은 바로 아랍 세계의 위대한 통일 때문이었다. 아스칼론은 팔꿈치의 관절과 같은 요충지이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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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2-09-07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라디는 예루살렘 탈환을 희망하던 유럽의 기독교도들에게는 악마의 이름이었겠지만 이슬람측에서는 그야말로 신의 사도라고 할수 있는 인물이지요.

레삭매냐 2022-09-07 21:50   좋아요 0 | URL
모든 일에 있어 상대성을 보여주는
적절한 케이스가 바로 살라흐 앗 딘
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