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말 속엔 더 이상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고 아무런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탐욕스레 만들어낸 무수한 마음속 상(像)이 우리를 눈멀게 했고 끝내 우리 자신을 일깨우던 영혼의 얼굴마저 거칠게 닦아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하느님이 어느새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이제 까마득히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집시와 길 잃은 고양이,
접시꽃은 우리가 더는 알 수 없는 영원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