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고프다.
이 말이 정답이다.
겨울이 시작하여 다시 또 겨울이 되었다.
겨울,봄,여름,가을,그리고 다시 또 겨울...
사계절을 다 걸어보는구나.
그래도 배고프다.
이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운지...
방송에서는 20년만의 추위라고 지구촌이 다 난리다.
체감온도 20도를 넘는 이 겨울의 추위를 이기며 걷는 것은 그래도 할만하다.
문제는 가끔 쉬어야 하는데 쉴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다리도 아프고 이제 좀 쉬어볼까 했는데 저 멀리 통일휴게소라는 곳이 보였다.
무조건 들어갔다.
평일이고 한적했다. 3000원 금액의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춥고 힘들었다.
다리도 아프고 추위와의 싸움, 아직 이틀이나 더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
추워서 어디 누워서 쉬거나 낮잠을 잘 수도 없는 계절이다.
그런 날에 휴게소의 한 소파에 앉았다.
3000원짜리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빨갛게 온기를 내뿜는 히타앞에 단독으로 앉았다.
사람은 없었고 홀로 전세를 낸 듯한 그런 기분이다.
소파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휴식을 주었다. 카페라떼의 맛은 좋았다..
히타의 열기는 추위와 피로를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시간에 이 책을 배낭에서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호시노 미치오... 내가 참 아끼고 좋아하는 작가다.
몇 년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좋은 책인 줄 모르고 가볍게 읽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흟듯이 읽었다. 정독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끔 이 책이 생각나는 거라... 몇 번을 더 읽었다.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나와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책이, 글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쓸 수도 있구나...를 느꼈다.
좋은 글이란 이렇게 부드럽게 사람을 치유하고 성찰하게 하고 같이 친구가 될 수 있게 해주는구나....
그런 소중한 느낌을 받았다.

글은 소박하고 담백하다.
어떤 화려함이나 군더더기없이 솔직담백하다는 게 매력이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면 자전거 타기가 쉬워. 바퀴하고 눈이 착 달라붙거든. 그래서 아주 잘 굴러."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받았다.
이런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일상의 여유를 느끼고 읽는 책이란 책이 아니라 친구다.
책은 친구가 된다. 그와 나는 바다를 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나는 호시노 미치오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받았다.


호시노 미치오의 이 책을 읽고 알래스카에서 한달 살아보기.
버킷리스트에 저장 해두기로 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과 비슷한 사람.
이런 사람이 1998년엔가 알래스카에서 곰에게 물려 죽었다니 정말 아쉽다.
이런 멋진 사람의 글을 다시 읽지 못하고 같은 지구촌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아쉬움이 정말 크다.

휴게소 안에서 사진을 촬영해서 투명하지 않지만 의미있는 사진이다.
등대와 바다,그리고 사람.

저기 잘 봐라~~
사람이 보이지 않은가?'
나처럼 미친 사람이 영하 20도가 넘는 날씨에 바다에 있다.
멀리 등대가까이에 스킨 스쿠버를 하는 사람이 보였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에 바다에서 스킨 스쿠버라... 나와 같은 부류의 미친 사람들이 또 있구나... 허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는 저런 멋진 사람이 좋다.
보통사람의 삶을 살지 않겠다.
남이 하지 않는 삶, 저런 열정적인 미친 삶이 보기 좋다.
까짓 것~~!! 감기 좀 걸리는 게 대수냐.
내가 하고픈 대로 살아보는 게 더 멋진 게야~~!!!
그렇게 한 시간을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쉬어줘야 오후에 다시 또 걸을 수 있다.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는 것 또한 더 중요하다...


하조대를 지나서 막국수 집을 찾았다.
멀리 보이는 막국수 집에서 막국수를 먹으려는 데 그 앞집이 중국집인거라..
이거 갈등생기네...
짜장면이냐? 막국수냐?
간짜장 곱배기로 결정했다.
카스맥주를 한 병 주문하여 짜장면을 먹었다.
국토종주 중 짜장면은 이번이 세번째다.
참 맛나다. 감칠맛난다고 해야 하나.
더운 그 여름 설빈이와 김천에서 먹었던 간짜장, 상주를 앞두고 어느 마을에서 먹었던 간짜장,그리고 이번 마지막으로 먹는 간짜장. 모두 곱배기였고 카스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먹는 기쁨이 좋지만 특히 간짜장과 먹었던 맥주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여기서부터 우회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처럼 이어진 7번 국도는 위험하다.
우회도로에 진입한지 얼마 안되어 이런 멋진 벽화가 있는 마을을 걸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인류에게는 시간이라는 벽이 사라져도 기적이 나타나기에 적합한 장소가 필요하다. 오늘 아침 신문에 무엇이 실려 있었고 내 친구는 누구이며,누구에게 빚이 있고, 또 누구에게 얼마의 돈을 빌려줬는가를 잊어버릴 수잇는 신성한 공간이 필요하다... 신화학자---조지프캠밸
나에게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풍류산방이 필요하다. 풍류산방에서 책읽고 글쓰고 농사 짓고 노래부르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우회도로를 3시간 걸으면서 생각한 것이 올해의 나의 화두.
"홀로서기 프로젝트" 출간이다.
걸으면서 생각하면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시간도 잘 간다.
책 출간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하다가 기차게 떠오른 생각 한 가지..
그래~~~!!!!
아내을 위한 책을 쓰자.
군대에서 썼던 시와 아내와 관련된 글을 모아서 시집 겸 에세이 책을 출판하자.
"매미와 고목나무"
시집을 자비 출판하자.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 나머지는 급 물살을 탔다...
수필은 10단락을 만든다.
아내를 처음만난 날,2,3
추억의 시간 1,2,3, 등등 편지와 사연으로 10단락을 만들고 나머지는 내가 군대에서 써 둔 시로
3분의 2를 담는다.
3시간을 서문과 목차, 내용을 구상했다.
구상하는 내내 얼마나 행복하던지 정말 좋았다.
그래 국토종주를 마치고 안양으로 가면 시집을 출판하여 아내를 놀라게 해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데 눈앞에 누런 종이가 보인다.
돈 같은데...
오만원 짜린가?
자세히보니 5천원 짜리다.
ㅎㅎ 이거 횡재했다.
밥 한끼 아녀...??? 감사합니다^^

멀리 등대가 보였다.
거의 등대는 하나인데 두개다.
아내와 나처럼 나란히 있구나.
다리고 아프고 힘들다. 어느 덧 오늘 걷기 시작한지도 8시간을 넘었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많이 걸어놓아야 내일과 마지막 날이 편하다.

그렇게 3시간여를 행복한 구상을 하는 동안
드디어 낙산사에 도착했다.정말 행복한 우회도로의 길이었다.
뭔가에 집중하여 걷다보니 3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가버린 것이다.
낙산사 앞을 지나가는 시간이 5시다.
벌써 10시간을 걸었고 35km는 걸었으리라...
더 걸어야 한다.
오늘은 45km이상을 걸어야 내일과 마지막 날이 편하리라...
멋진 경치를 뽐내는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 유혹을 참고 견뎠다.



낙산사를 지나서 한참을 걷노라니 어둠이 몰려온다.
저 멀리 물치항,대포항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니 바람도 세차게 불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다.
걷자... 참고 걷자... 걷자... 조금만 더 참자.
이생각으로 참고 또 참고 걸었다.

드디어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멋진 이정표가 보인다.
통일전망대 71km. 감동의 순간이다.
드디어 통일전망대까지 이제 71km밖에 안 남았단다.
걷다보니까 이런 이정표를 보는 날도 있구나...


힘들다.
다리도 풀리고 정말 쉬고 싶다.
12시간은 걸었나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주저 앉았다.
배낭에서 캔맥주와 메추리를 꺼내어 마셨다.
이거 맥주의 힘으로라도 조금 더 걷자.
이 맥주의 힘 없었으면 이 국토종단 도보여행 정말 못했지...
추운 날씨에 정말 추운 날씨에 쪼그려앉아 언 손을 녹여가면서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내가 이 고생을 왜 사서 하냐? 생각됐지만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진다.
그래도 재미있잖아... 힘든 순간도 즐거운 순간도 있었잖아...

그래도 웃어야지..
안 그래~~ 멋진 친구여...^^

대포항에 거의 다 다랐을 때
제102기갑여단 이정표가 보였다.
102 기갑여단.
아~~~ 나의 군생활이여...
1993년 4월의 어느날.
나는 상무대 광주 기갑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었다.
그 때 자대배치를 명받아야 하는 데 101,아니면 102기갑여단이라고 했다.
속초로 배정받는 말이 거의 90%이상이었다.
그 순간 얼마나 절망했던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아내가 면회를 오냐고... 그 멀리서 강원도 속초까지 언제 면회를 오냐..
이거 큰 일났다. 정말 큰 일 났다... 절망하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 연신 죄없는 담배만 피웠다.
그 몇시간이 지나고 동료들은 102여단으로 배치를 받고 나는 101기갑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그렇게 기뻤던 순간은 내 인생에 몇번 없다.
소리를 지르고 날 뛰었다.
101 기갑여단이 경기도 파주 금촌에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라는 말만 들어도 좋았다.
아내와 면회오고 내가 휴가를 나가도 가까운 거리 아닌가...
정말 그 때를 생각하면...
아내와 몇일 전 그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아마 속초로 자대배치를 받았으면 우리 인생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쫓아다니는 남자도 많았고 세상의 유혹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모진 세월을 참아준 아내가 정말 고맙다...
그래서 나는 속초에 가면 102여단을 지나면 옛 군대생활이 떠오른다.
내가 만약 이곳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면 아마 인생이 변했을 것이야...

드디어 ...
대포항에 왔다.
저녁 7시30분...
나는 대포항에 도착했다.
길고 긴 겨울바람을 뚫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포항 먹자 골목은 주말이라 사람으로 붐볐다.
횟집과 먹거리들이 천지다.
포장마차처럼 멋드러진 선술집도 많았다.
여장을 풀고 한잔 할까?
도저히 다리가 아프고 힘들고 지쳐서 그럴 힘이 있으려나...
3만5천원 달라는 주인장을 설득해 3만원에 방을 구했다.
대포항 항구 내 한곳 밖에 없는 이 여관은 거의 베짱 장사다.
그래도 어떻하랴... 도저히 걸을 힘이 없다니까....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아닌 매지근한 물이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발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
침대속에서 내 하루내 지친 육신의 허물을 벗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기는 대포항인데 10년만에 왔는데 한잔하면서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데...
머리속에서는 그렇게 생각만 하고 몸은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8시도 안되어 그렇게 잠을 잤다.
11시 눈이 떠졌는데도 또 그냥 잤다.
도저히 도저히 힘들어서 대포항 할아버지 포장마차에 들려서 술 한잔 할 힘이 없당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