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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My Fantasy - 개정판
이승재 지음 / 아침나라(둥지)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그가 우리의 곁을 떠난지도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처음 그의 죽음을 접했을 때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의 애도와 슬픔을 보였다. 이 책은 그의 생전과 생후를 통틀어서 유일무이한 그의 에세이다. 한편으론 그의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자서전 성격을 띄는 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살아 생전 천상 디자이너 였던 그가 우리에게 친숙해진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옷로비 사건으로 국회 청문회에 참석했던 일 때문이였다. 그전까지 그는 여느 셀러브리티와 같은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그가 김봉남이라는 실명을 거론했을 때부터 그는 국민들에게 확실히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사생활은 거의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다만 그가 평생 독신이였다가 아들 김중도씨를 입양했고, 그에 대해 각별했으며, 어릴적 어머니의 영향으로 죽을 때까지 흰색의 손수 디자인한 의상만 차려 입고 다닌 것 등으로 유명할 뿐이였다.
그는 어쩌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사람이였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그를 기념한 앙드레김의 날이 있다. 이 책은 2002년 그가 인터뷰 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총 17개의 테마를 두고서 주고받은 대화를 책에다 옮겨 놓은 것이다. 살아 생전 그의 개인적인 사생활에서부터 인생관, 주변인들과의 에피소드 등에 이르기까지 테마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솔직하다.
앙드레 김의 패션쇼 무대에 서 본 사람만이 진정한 스타라고 말할 만큼 그는 국내 유명한 스타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열정과 순수함은 그들과 소통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던 것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열정과 친절함, 세심함에 감탄했다. 실제 책속에서는 그의 패션쇼 무대 장면들이 여러컷 포함되어 있다. 10년이 흐른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드레스는 여전히 화려하면서 우아하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무대에서 항상 앙드레 김의 드레스를 입는다. 그녀를 위해 앙드레 김이 특별히 제작한 드레스들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으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자 노력했고, 이젠 그의 드레스가 그를 세계속에서 빛나게 해주는 셈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살아 생전 너무나 아끼고 사랑했던 아들 중도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였다. 아들을 사랑하기에 바른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여느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이 엿보여 참으로 친근해지기까지 한다.
평소 개그맨들이 그의 특이한 발음과 영어 단어를 성대모사하기로 유명한데 이 책에서는 재밌게도 그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영어 단어 Best 10이 나오는데, 로맨티시즘(romanticism , 낭만주의), 판타스틱(fantastic, 환상적인), 인텔렉추얼(intellectual, 지성적인)이 1위부터 3위다. 역시 빤~타스틱한 단어는 자주 사용하셨던 모양이다.
덧붙여 책에서는 앙드레 김이 영감을 얻고자 할 때 읽었던 시나 책, 듣고 본 음악과 영화의 리스트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 그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그가 참 감각적이고, 감상적이며, 예의가 바른 동시에 친절하고, 세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모름지기 그 사람의 인품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덧붙여 생각까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어떤 인품의 어떤 생각을 지닌 사람이였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친숙한 지극히 상반되는 이미지가 공존하는 따뜻한 그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그의 생전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