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를 가지다
휘은서 지음 / 동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전형적인 바람둥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집착적인 어머니의 사랑으로 태어난 결의와 누나 의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지키겠다는 아버지와 헤어지지 않겠다는 결의와 의지라는 의미로 아들과 딸의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결의는 자신의 이름을 누구보다도 싫어한다.

뛰어난 머리와 그보다 더 뛰어나고 우월한 외모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구사하는 결의다. 그런 결의가 학교에서 딱한번 울던 모습이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반 친구인 빙하공주 수민에게 들킨다.

그녀의 맑은 눈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끼는 결의다. 하지만 자신의 울던 모습이 창피해서 의도하지 않게 못된 말이 나가고, 수민은 평소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그를 더욱 피한다.

그러다 작은 오해로 그녀를 더 미워하게 되고 이젠 그와 그녀의 오빠까지 괴롭히게 된다.

그렇게 유치한 아이마냥 좋아하는 감정을 수민이 돌아봐주지 않자 괴롭힘으로 대신 표현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고 미운털만 잔뜩 박힌채 둘은 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결의는 누나 의지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결의의 심장을 떨리게 하던 그녀, 수민을 다시 재회하게 된다.

참 묘하게도 수민의 오빠와 결의의 누나가 결혼을 한 것이다. 만날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이렇게 만나게 되는 걸까.

이날을 계기로 멈춰버린 결의 심장은 다시 오로지 수민을 향해서 뛰게 되고, 결의는 수민을 위해서 아니 수민의 사랑을 얻고자 착한사람 되기, 좋은 사람되기, 개과천선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결의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싫어하는 수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녀의 할아버지를 공략하고 점차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켜가는 결의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없으면 자신도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결의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된다.

처음엔 약간의 협박과 회유를 시작으로 나중엔 비굴함과 동정심을 유발해 가면서 그녀의 마음도 자신과 같아지길 기도하며 시나브로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두렵고 겁나고 피하고만 싶다 결의에게서 아픔을 발견하고 결의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수민도 결국 마음의 문을 열어 간다.

결의의 과거 행적이 둘 사이를 힘겹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둘 사이의 진심과 결의의 개과천선된 모습으로 둘은 그 사랑을 지켜낸다.

개인의 우울한 가정사가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한 면죄부는 되지 않는다. 제대로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결의는 어쩌면 제대로된 사랑을 줄 수 없었고, 할 줄 몰랐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수민으로 인해서 그는 참 사랑을 배워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내 사랑을 지키겠다는 결의. 그 결의는 마침내 이루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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