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서 국가 경제, 위기론으로 대두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관계 당국에서 내놓는 출산 확대와 양육 지원 개선 방안들을 볼 때면 이 사람들 과연 애는 한번 키워 보고 하는 소린가 싶을 때가 많다.
한마디로 낳는 사람이 모든 책임인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출산이나 육아가 가정 내에서만 해결하기에는 현실정이 너무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셋은 커녕 하나도 힘들판이니 말이다.
그런 요즘의 실정들을 돌이켜 볼 때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육아라고 하면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담하거나 아니면, 보육시설이나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친인척의 도움을 받는 선에서 해결된다. 그중에서도 맞벌이 가정이 거의 대부분인 경우 아이는 보통 할머니가 맡아 기른다.
그나마도 요즘 어른들은 여러가지 문제들로 꺼려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젊어서 나를 키워주신 분들에게 내 자식까지 키워달라고 말하기도 참 미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은 한명도 아닌 두 딸의 두 아들을 외조부모가 맡아 기르는 육아 이야기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글을 글쓴이가 바로 외조부라는 것이다. 보통 할머니가 아이들의 육아를 책임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할아버지가 나서서 육아에 적극 가담하기는 쉽지가 않다.
저자는 젊어서 직장생활만 한 전형적인 그 시대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다. 육아와 가사는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분이 은퇴를 하고 딸 자식들이 막상 사회 생활과 육아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회 생활을 빗대어 볼 때 한창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위치에 있는 딸들과 사위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에 누구보다도 더 안타깝게 여겨 서슴없이 두 아이를 맡아 기르겠다고 말한 것이다.
비록 지금은 두 아이가 기억하지 못할 추억들을 쌓아가는 동안의 소소하지만 아이를 길러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이 책이 담담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50일 간격으로 태어난 두 아이의 이름을 정하는 것에서 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외할아버지의 집을 떠나는 그날까지의 생활들이 저자의 글로써 소개되어 있는 책이다.
젊어서 두 딸들에게 마땅히 해준 것이 없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서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두 손자의 할아버지가 되게 해준 그 고마움에 딸들에게 A/S하는 차원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고 겸손히 말하는 저자다.
두 노인이 살던 집을 이제 갓 태어난 새 새명들을 위한 공간으로 모두 탈바꿈시키면서도, 연로한 나이로 두 아이를 돌보며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두 아이가 잠깐씩 보여주는 배냇짓에 하루의 힘듦을 씻어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육아가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히 경건해 보이기까지도 하는 지도 모르겠다.
모든 생활의 중심을 두 아이에게 두면서도 행복한 삶이였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두 손자를 향한 무한 사랑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