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책을 버렸다. 대전을 떠나면서 감행한 1차 분서갱유(?)에 이은 제2차 도발이라고 해야겠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300권은 족히 넘는 양이었다. 4단짜리 책장 한개와 5단짜리 책장 한개가 텅 비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노끈으로 묶어서 여러차례(한 시간 간격으로?) 내놨는데, 그때마다 책들이 사라져있었다. 처음에 책을 버릴 때는 하나하나 살피면서 버렸다. 혹시 중요한 쪽지나 메모,(아니면 돈 같은 거)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러자 그 일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나중엔 이 따위 미련일랑 집어쳐, 하는 독한 마음이 뿜어져나오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건 다름 아닌 쾌감이었다. 좋았다. 후련하고 상쾌했다. 그리고 지금은... 좀더 넓어진 공간에서 뜁박질이라도 할 것처럼 날뛰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5가 얼마 안남았고 나의 긴 휴가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내가 술을 안먹기로 하면 남편과의 대화가 반으로 줄어들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남편은 외롭다는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모질지 못한 내가 어떤 식으로 모질어져야만 그가 박수를 쳐줄까. 규칙적인 식사와 규칙적인 일상과 성실근면한 나날들? 아,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내가 가장 힘겨워하는 거잖아? 아, 어쩌겠어. 한번 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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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12-2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을 철봉으로 씁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흠흠.....

컨디션 2015-12-28 00:34   좋아요 0 | URL
책장을 철봉으로요? 팔힘이 얼마나 유연(?)하시면? 아니면 책장이 특수하게 육중한가? ? ^^

서니데이 2015-12-2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그렇게 한번에 버리셔도 괜찮나요??

컨디션 2015-12-28 00:35   좋아요 1 | URL
안괜찮을 것도 없는 게 지금, 버린 책들이 하나도 그립지 않아요. 어떤 책들을 버렸는지 벌써 다 까먹었으니까요.ㅎㅎ

서니데이 2015-12-2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게요,
저도 자주 하는 일인데, 갑자기 없애면 그 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그 다음에는 책장이 차는 시간이 더 빨라지는 부작용이 있어서요;;;
전에 책 정리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만원이 나와서 다들 자발적으로 열어본 적이 있어요,
이번에 컨디션님은 보물 없으셨나요??

컨디션 2015-12-28 00:48   좋아요 1 | URL
아, 그, 그런 부작용이 있긴 하겠군요.. 저는 이런 버리는 행위(?)에 이제막 눈을 뜬 초짜인지라.. 그런 류의 부작용에 대해선 아직은 별생각이 없답니다. ^^ 만원짜리, 그것도 반짝반짝 새돈이 나왔다면 정말 오싹했겠네요. 사실 그 책값이 더 비쌀지도 모르는데도 말이죠.^^ 아무튼 그런 일은 제가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리..ㅎㅎ

hnine 2015-12-2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사를 몇 차례 다니면서 버리는거 잘 한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이 버림의 미덕을 실천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 생겼네요. 저를 제외한 두 남자요.
그런데 4단짜리 책장 한개와 5단짜리 책장 한개 분량이면, 컨디션님은 버림의 미덕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이신 것 같아요.
술 없으면 남편을 외롭게 하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컨디션님 말씀 듣고 저는 반성의 모드로 들어갑니다 ㅠㅠ

컨디션 2015-12-29 00:32   좋아요 0 | URL
오, hnine님도 이사 경력이 좀 되시나 봅니다.^^ 맞아요, 결혼 후엔 모든 게 달라지죠. 내 물건이야 뭔들 못버리겠어요.ㅠㅠ 제가 이번에 단행한 책과의 전쟁은, 제 살림살이에 대한 총체적 불만과 난관과 역경을 이겨내고자..그동안 몇십년을 함께한 동지(?)들과 작별한 거예요. 그리고 술은요, 저희 부부가 워낙 일심동체로 하나되는 매개체이다 보니.. 둘다 뇌세포 파괴와 간기능 저하로 고롱고롱해 설라무네 제가 새해엔, 저부터라도 새사람이 좀 되고자, 조금씩 발을 빼는 시도를 하려는 거예요. 이에 남편이 감복하여 술을 자제하는 그날까지 말이죠.ㅎㅎㅎ

붉은돼지 2015-12-2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차례 정도 대량으로 도서 퇴출을 단행한 적이 있는데요....뭐 버리지는 않고 알라딘에 중고로 팔았죠....
그런데 문제는 그때 퇴출시킨 책들을 나중에 다시 구입하게 되더라구요..--;;;물론 퇴출도서 선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체질상 뭐든지 알뜰히 끌어모으는 수집벽 성격(돈을 알뜰하게 모아야하는데 왠 쓸데없는 것들만 살뜰히 모으는 것이 또 함정)이라 다시는 도서퇴출같은 일은 반복하지 않기로 했어요.....그냥 이것저것 주섬주섬 모든 걸 다 끌어안고 가기로 했습죠

컨디션 2015-12-29 00:37   좋아요 0 | URL
와, 붉은돼지님 납시었다.^^ 대량의, 그것도 두번에 걸친 도서퇴출작전이 있으셨군요. 근데 중고로 넘기셨다니 역시 전략이 월등히 남다르십니당ㅎㅎ 수집벽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들한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모든 걸 끌어안고 가는 넓은 가슴(응?)의 소유자이신 붉은돼지님의 서재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시길 마랄게요 ^^

서니데이 2015-12-2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오늘도 즐거운 저녁 되세요. 감기도 조심하시고요.^^

컨디션 2015-12-30 23:47   좋아요 1 | URL
어제는 새벽 1시에 출발하여 오후 다섯시에 돌아오는 여행을 했답니다. 리듬이 완전히 깨져서 맞이한 저녁이었는데 술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석잔넉잔 되는 신공을 또 발휘했더니 완전 김완선이 되어설라무네 눈을 희번덕 치뜨고 리듬속에 그춤을...추었다는 믿지못할 얘기를.. 댓글이랍시고 달고 있습니다요 흐흐흐

2015-12-31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이 깊었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어느 추운 골목길마다 울려퍼지던 일들에 대해 난 잘 알지 못한다. 어릴 때 살던 동네는 변변한 대문도 없던 농촌이라서 이렇다할 골목도 없었다. 그나마 기억이 있다면 그건 드라마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 전부일 것이다. 어쩌다 마음 속에 그리게 되는 도시의 풍경에서 희미한 가로등과 좁은 골목길은 거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나는 지금 이렇게 깊은 밤에 남은 팥죽을 데울 팥죽도 없는 이런 깊은 밤에 휘어진 척추를 땅에 묻기라도 하듯이 앉아있다. 이럴려고 한 것은 아닌데 쓰고 보니 스스로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1차 연민이 시작된 건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내일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로 여기저기서 온통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하겠지.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그 자체가 아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드디어 본무대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내일이 지나면 얼마 남지도 않은 연말에 불이 붙듯 가속이 붙을 것이다. 26일부터 31일까지의 시간. 가는구나. 정말 가는구나. 좋은 시절 다 가고 이제 심기일전 사기충천할 일만 남았구나. 열심히 살아야 할 일이 남은 건데, 뭘까. 이 묘한 슬픔은. 산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분명 슬픈 일이기도 하다는 걸 대체 누가 가르쳐준 걸까. 무언가를 향해 달려간다는 건 그리워할 틈도 없이 세상과 세월을 줄줄 놓치고 살아야 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나에게 가장 슬펐던 가슴 미어지는 날이 있다면 그건 12월 26일이다. 작년 이맘때. 일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아니지만 12월 25일 바로 다음날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유일하게 울면서 쓴 일기장의 날짜가 12월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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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4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5-12-26 02:57   좋아요 1 | URL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깊어..버렸네요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고 맞이하는 시간이니 아쉬울것도 없고 슬플것도 없는 그냥 고즈넉한 밤입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12월 26일이네요. 누구에게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 님의 그 마음에 감사드려요^^

서니데이 2015-12-2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하고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5-12-26 03:0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메어리 & 해피 크리스마스응^^

2015-12-27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새 사람이 되기로 하고 일단 연말까지는 마음대로 보내는 건 어떨까요^^ 내년까지 오늘빼고 앞으로 3일밖에 안 남았는걸요^^;
참, 곤도 마리에의 정리시리즈는 어디까지 읽으셨나요??

컨디션 2015-12-27 23:10   좋아요 1 | URL
오늘 빼고 3일밖에 안남으니 그냥 마음대로(하던대로ㅋ) 보내는 것도..? 예, 괜찮다고 봅니당ㅎㅎ
정리시리즈는 1권 달랑 읽었더랬죠. 그거면 저로선 충분하다고 봐요. 일단 버려야 한다는 마음을 먹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책이니까요.^^

서니데이 2015-12-27 23:12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 3권을 보았는데, 안에 실린 사진 때문인지는 몰라도 좋았거든요^^ 버리는 것을 넘어서 정리에 대해 다시 보게 하는 점도 있었고요,

컨디션 2015-12-27 23:21   좋아요 1 | URL
오, 3권은 또 그런 효과(?)가 있군요. 사진으로 보여주는 정리의 명장면은 과연 어떨까요. 어쩌면 저로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때문에 흠칫, 할 수도 있을 듯요.. 암튼 강추해주신 만큼 한번 꼭 찾아서 볼게요^^
 

 

 

                                        유재석이 말했다.

                                        다이어리, 사행시 가-느응합니까?

                                       

 

                                        눼, 가느-응합니다.

                                        나는 대답했다.

                                       

 

                                        오우, 예- 그럼 갑니다-아.

 

 

                                        다 !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 !

                                        이제 난 뭘 먹나.

                                        어 !

                                        어제 난 뭘 먹었나.

                                        리 !

                                        니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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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알라딘 다이어리(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지난 해 다이어리 라고 쓸 뻔 했습니다.^^;;;) 와 내년도 다이어리네요.
무한도전에서 다이어리가 나오나요??
저도 다이어리 찾아봐야겠어요.

컨디션 2015-12-24 01:5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빨리 2016 새 다이어리를 쓰고 싶어서 그런 건가도 싶구요. 근데 전 사실 알라딘 다이어리 2015를 거의 안썼어요. 365일 중에 열흘 정도 썼으려나요. 그래서 새해는....`글씨`를 많이 쓰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저렇게 포부(?)를 밝힌 겁니다.ㅎㅎ 무한도전 다이어리는 어쩌다 손에 넣게 된 건데요. 딸내미가 무한도전 달력 갖고 싶다고 하도 보채길래 얼결에 다이어리까지 주문해버렸어요. 또 쓸데없이 저지른 거죠. 충동구매..ㅠㅠ

서니데이 2015-12-24 02:01   좋아요 0 | URL
저도 올해 다이어리 사서 조금 쓰다가 다른 것 다시 쓰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잘 안썼던 것 같아요, 어쩐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다이어리 쓰는 것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럽니다^^;;;

컨디션 2015-12-24 02: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아직 안주무시고 있능? 우왕 왜케 또 반갑지라우? ㅋㅋㅋ
다이어리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쓰는 사람 제 주위엔 한명도 못봤어요. 그러니까 블루오션인거죠. 독종들만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 독종이 아닌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줍시다. 새해엔 쫌, 뭔가를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로요...(진지)

서니데이 2015-12-24 02: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책 보고 있어요^^
아마 밤 샐거 같아요,
컨디션님 댓글이 그래서 반가워요^^
다이어리 다른 분도 그렇게 쓰신다니, 저만 그런 건 아니네요^^;
저도 내년엔 뭔가를 해내는 사람이 되기로^^(따라서 진지)

컨디션 2015-12-24 02:38   좋아요 1 | URL
우와, 완전 야행성이시네요.^^ 전 밤새서 책 본지가 언제인지...(그럴 여유가 없어서라기 보단 책만 보면 잠이 잘도 오니까요)

서니데이 2015-12-24 02:39   좋아요 0 | URL
그, 그게
진도가 밀려서요;;;;
반쯤 졸아가면서 보고 있습니다;;;

컨디션 2015-12-24 02:59   좋아요 1 | URL
저는 졸면서 공부해 본 적도 언제인지...
(자꾸 농담조로 말해서 죄송^^;;)

아무쪼록 빠샤빠샤 화이팅 하시구요, 졸리면 밖에 나가 줄넘기도 하고(너무 위험한가?) 찬물로 세수도 하시고...암튼 열공하셔서 하루라도 빨리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hnine 2015-12-22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은 아무래도 천재인가봐요 ....

컨디션 2015-12-24 02:02   좋아요 0 | URL
태어나서 천재 소리 첨 들어요.ㅎㅎ hnine님...(좋아서 어쩔줄 모르겠는 내용의 댓글을 몇번씩 고쳐쓰다가 결국 다 지우고 이렇게 ...으로 대신합니다^^)

appletreeje 2015-12-23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니밀헐! 저는 올해까지는 다이어트, 포기합니담!
새해에는, 새사람으로 거듭나려 합니다~ㅎㅎㅎ

컨디션 2015-12-24 02:07   좋아요 1 | URL
트리제님의 이런 찰진 육담(?) 듣기 좋기만 한 게 아니라, 매우 값진 것이니만큼..올해의 댓글 탑쓰리 안에..^^ 음, 한마디로 낚이셨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5-12-2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갑자기, 내년부터 새사람이 될 건지, 고민스러워지네요.
실은 이번주부터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봄부터라서...

컨디션 2015-12-24 02:09   좋아요 1 | URL
`새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1인 중에 서니데이님도 포함되시는 거예요?
왜 이렇게 덩달아 반가운지요.^^

2015-12-24 0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4 0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4 0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봉작 한번 보려면 큰 맘 먹어야 하는 내 신세와 형편과 상황 등등을 복잡한 심경으로 토로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할 것 같았지만, 하지 않겠노라 큰 맘 먹느라 심경이 살짝 복잡해졌음을 토로하는 것으로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히말라야에 대해 시작해보겠다. 이 영화는 중학생 단체관람이 가능할 정도의 무난한 스토리로 시작해서 무난하게 끝난다. 무난하다는 것은 영화에 있어 최악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 최악이다. 배우들과 스텝들이 얼마나 고생고생 하면서 찍었는가가 작품의 질을 결정하는데 개입되어선 안된다고 보는 입장인데, 이 영화가 그렇다. 난 황정민을 아주아주 좋아하고 정우도 좋아한다. 주로 잘 나가는 주연급만 좋아해서 나 또한 세상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간섭받는 건 싫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아, 이런 부연설명 좀 하지 말자 앙?) 그러니까 황정민 아니었으면 히말라야 안봤다는 얘기를 이렇게 하는 것이다. 산악 역사에 길이 빛나는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휴먼 감동 스토리, 라는 걸 이미 알았으니 그 계통으로 감동받을 준비가 너무나 잘 되어있었(누군들 안그렇겠는가)기 때문일까, 난 정작 감동받지 못했다. 물론 울었다. 전율을 동반한 감동이 아닌데도 저절로 눈물이 주르르 나왔다. 이렇게 흘리는 눈물은 내장을 씻어내리지 못하고 웬지 찝찝함만 남는다. 이 영화가 그랬다. 그래서 말인데, 여태껏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중에(흥행 여부를 떠나) 작품성으로 제대로 승부를 본 영화가 몇이나 될까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실화를 다루려면 분명 감동적인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만 한다. 감독과 배우는 다름 아닌 이것에 덜미를 잡히게 된다. 사극도 그래서 힘든 것이고. 더구나 이런 이야기는 오죽하겠는가. 실존인물을 다룬다고 쳐도 그 인물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이니 더 힘들게 되는 건 아닐까. 이야기를 이어가는 힘에는 반드시 강력한 긴장감이 있어야만 한다. 궁금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리고 그 궁금증이 납득될만한 충분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인물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이나 이렇다할 사건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달렸다는 뻔한 얘기로 이제 마무리 해야겠다. 히말라야 현지촬영으로 고생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나의 생각이 누를 끼쳤다고 생각하면 난 아무것도 못한다. 아니 이럴수가. 벌써 시간이.. 시급하다. 식겁할 정도로 시급하다. 이런 페이퍼질로 시간낭비 하다가 정작 내 앞가림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큰일났다. 빨리 옷부터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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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18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난한 영화였는데, 어쩐지 컨디션님이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오늘도 어디 가시나요. 금요일 좋은 저녁 되세요.^^

컨디션 2015-12-19 00:36   좋아요 1 | URL
어,, 그랬다고 보시면 됩니다.^^ 순전히 황정민 때문에 본 거구요.(사실 거의 모든 영화가 이런 식으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고 저 역시 여기에 일조했을 뿐입죠) 어딜 간 것은 아니고 짐을 잔뜩 들고 집으로 오게된 패밀리를 마중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집앞 주차장으로요.ㅎㅎ
서니데이님도..아 벌써 자정을 지났군요. 잘 주무시길요 ^^

hnine 2015-12-18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의 정체가 컨디션님 말씀하신 바로 그 ˝감동받을 준비˝였나봐요. 좋은 영화도 너무 기대하고 보면 기대에 못미치기 쉬운 법인데 말이지요. 더구나 저는 얼마전에 ˝에베레스트˝란 영화를 보았어요. 에잇, 이 영화 말고 다른 영화 봐야겠어요. 찰리 브라운! ㅋㅋ 아직 개봉도 안했는데 제가 거의 40년째 찰리 브라운 팬이라서요.

컨디션 2015-12-19 00:43   좋아요 0 | URL
제가 괜히 저런 부정적 언사를 남발(?)하는 바람에..ㅠㅠ`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모두 산악영화(?)로 분류되기에 충분한 제목이긴 하지만 그 결이 어떻게 다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전 에베레스트를 못봤으니까요.; 오, 찰리 브라운, 이란 영화도 개봉하나보군요. 근데 40년째 팬이라니, 도대체 저로선 금시초문인 이 영화를 얼른 검색해봐야 겠어요.^^

컨디션 2015-12-19 01:00   좋아요 0 | URL
오, 이런..스누피였군요. 찰리 브라운이 바로 그 스누피에 나오는.. 갈수록 뇌가..ㅠㅠ
암튼 hnine 님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이름이예요.^^

2015-12-19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9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서재가 많이 바뀌셨는데요.^^ 이후로도 계속 조금씩 바꾸고 계신가요.
여긴 오늘 비가 많이 왔어요. 편안한 월요일 밤 되세요.^^

컨디션 2015-12-22 18:51   좋아요 1 | URL
네, 바꾸고 있습니다. 질적으로 풍부한 페이퍼로 승부를 낼 수 없다는 판단하에 환경미화나 좀 해보려구요.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게 제 컨셉인데요, 이를테면 벽지의 농도를 매일 조금씩 다르게 한다거나 저 여배우의 얼굴에 눈곱이 끼게 한다거나....(아 도망가야겠다)

ㅎㅎ

오늘은 화요일 저녁이네요. 식사 맛있게 하시구요,
오늘도 요일 소식 날씨 소식 전해주시는 거죠? 알라딘 공식 기상캐스터, 서니데이님 ^^

서니데이 2015-12-2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오늘도 간단한 날씨를, 그리고 잡담을 적고 오는 길이에요.
생각해보니까, 요즘에 이런 색감의 페인트로 벽지를 대신하는 실내 인테리어도 하는 것 같은데요. 흰색을 많이 쓰지만, 부분적으로 회색에 가까운 파란색이나 무채색을 같이 쓰고, 단순한 장식을 하는 집 사진을 본 것 같아서요.
저도 생각이 나서 서재 책장을 조금 바꾸었어요.
컨디션님,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컨디션 2015-12-22 21:18   좋아요 1 | URL
아,,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시고 ^^
아, 그래요? ^^ 전 인테리어 잘 모르지만 나름 유행에 발맞춘 건가요? ㅎㅎㅎ
조금씩 변화를 주는 거, 이건 여자의 변신은 무죄, 뭐 그런 맥락이라고 보는 게 옳겠죠? 저처럼 변덕이 어쩌고 하면서 머리를 쥐어박는 것 보단 훨 사랑스럽지요.^^
 

 

만나서 무슨 얘길 할 것잉가. 난 요즘 세상 돌아가는 판을 모릉다. 매일 올라오능(매번 바뀌는) 알라딘 신간에도 관심없어 하는 내가(이건 좀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인데 지금 그럴 시간이 없으니 점프)  세상 돌아가능 걸 모른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ㄴ을 ㅇ으로 바꿀 시간은 있었나보당 ㅎ)

 

조금 있으면 비가 쏟아질지도 모르고 그렇게 빗속을 달려 2시간 거리를 가야한다. 어제까진 아니 며칠전까진 생각만 해도 좋았는데 지금은 별로. 시큰둥해진 이유를 모르겠다. 아, 알겠다. 출발 전에 뭔가를 해뒀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기 때문이다. 미용실에 다녀오느라 약간의 시간을 허비했고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목덜미가 허전해졌다. 이건 봐준다. 내가 원했던 거니까. 하지만 읽다만 책 같은 것들을(그것도 한두권이 아닌), 핫뉴스라든가 조금덜핫한 정보라든가 하는 것들을, 놓치고 산다는 게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그래 난 좀처럼 속상해하지 않는 인간인데 왜 하필 이때 속상해지는 걸까. 부질없는 인간관계만큼이나 부질없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일까. 과연. 잠을 잔 것도 아닌데, 무얼 하느라 시간을 보냈는지 너무나 잘 안다. 장착을 못한 죄. 뭘 그렇게 쪼물딱거리는라 굵직한 일을 놓친 죄. 오늘 뭔 죄가 이리도 많다면 이런 것인데 아무튼 내 귀에 캔디 같은, 뭐 그런 게 없어서 송년모임이고 나발이고 가기가 싫다. 남편이 바지를 입었다. 벨트를 맨다. 이제 가야 한다.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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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저녁이 되니 낮과는 달리 싸늘해요,^^

컨디션 2015-12-16 13:08   좋아요 1 | URL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긴 너무 잘 다녀왔는데.. 지금...아주..죽겠습니다..
세시까지 부어라 마셔라 한 죄... 지금 거의...

2015-12-16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5-12-17 18:35   좋아요 0 | URL
요즘 송년모임은(특히 젊은 연배일수록) 대체로 술은 자제하고 다른 방식으로 우아하게(?) 치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 않겠나 싶어요. 저희처럼(남편이랑 그 일당들) 이렇게 강행군으로 치닫는 경우는 사실 어리석은 짓으로 치부되는 게 차라리 맞아요.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술을 어떻게 마실 것인가,의 문제인데요.. 저는 소주가 잘 받는 날이면 이상하게시리 취하지도 않고 끝까지 재미를(?) 볼려고 그러는지 기가 탱천하는 체질인데 이럴 땐 꼭 다음날 후회를 엄청 하죠. 싫구나, 못났구나, 우울하다, 막 이러면서 땅을 쳐대죠.ㅠㅠ

2015-12-17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7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7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15-12-1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 사진- 여성의 이름은요?

컨디션 2015-12-18 12:46   좋아요 0 | URL
오홋- 마, 마음에 드셨나요? ㅎㅎ
음, 기네스 펠트로(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냥 예쁜 여배우들 중 하나) 인데요,
아마 소싯적 사진이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