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한번 보려면 큰 맘 먹어야 하는 내 신세와 형편과 상황 등등을 복잡한 심경으로 토로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할 것 같았지만, 하지 않겠노라 큰 맘 먹느라 심경이 살짝 복잡해졌음을 토로하는 것으로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히말라야에 대해 시작해보겠다. 이 영화는 중학생 단체관람이 가능할 정도의 무난한 스토리로 시작해서 무난하게 끝난다. 무난하다는 것은 영화에 있어 최악이다. 영화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 최악이다. 배우들과 스텝들이 얼마나 고생고생 하면서 찍었는가가 작품의 질을 결정하는데 개입되어선 안된다고 보는 입장인데, 이 영화가 그렇다. 난 황정민을 아주아주 좋아하고 정우도 좋아한다. 주로 잘 나가는 주연급만 좋아해서 나 또한 세상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간섭받는 건 싫다고 단호히 말할 수 있다.(아, 이런 부연설명 좀 하지 말자 앙?) 그러니까 황정민 아니었으면 히말라야 안봤다는 얘기를 이렇게 하는 것이다. 산악 역사에 길이 빛나는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휴먼 감동 스토리, 라는 걸 이미 알았으니 그 계통으로 감동받을 준비가 너무나 잘 되어있었(누군들 안그렇겠는가)기 때문일까, 난 정작 감동받지 못했다. 물론 울었다. 전율을 동반한 감동이 아닌데도 저절로 눈물이 주르르 나왔다. 이렇게 흘리는 눈물은 내장을 씻어내리지 못하고 웬지 찝찝함만 남는다. 이 영화가 그랬다. 그래서 말인데, 여태껏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중에(흥행 여부를 떠나) 작품성으로 제대로 승부를 본 영화가 몇이나 될까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실화를 다루려면 분명 감동적인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만 한다. 감독과 배우는 다름 아닌 이것에 덜미를 잡히게 된다. 사극도 그래서 힘든 것이고. 더구나 이런 이야기는 오죽하겠는가. 실존인물을 다룬다고 쳐도 그 인물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이니 더 힘들게 되는 건 아닐까. 이야기를 이어가는 힘에는 반드시 강력한 긴장감이 있어야만 한다. 궁금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리고 그 궁금증이 납득될만한 충분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인물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이나 이렇다할 사건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달렸다는 뻔한 얘기로 이제 마무리 해야겠다. 히말라야 현지촬영으로 고생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나의 생각이 누를 끼쳤다고 생각하면 난 아무것도 못한다. 아니 이럴수가. 벌써 시간이.. 시급하다. 식겁할 정도로 시급하다. 이런 페이퍼질로 시간낭비 하다가 정작 내 앞가림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큰일났다. 빨리 옷부터 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