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이중, 아니 다중적인 인물인지 누구나 알 것이다. 왜냐면 다들 그러하니까.

 

남몰래 품은 어떤 마음. 내가 아닌 그 누구도 알면 안되는 그 마음, 그러니까 그런 마음에 대해 우린 모두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죄책감을 갖지 말자는 게 아니다. 죄책감은 누구나 있다. 갖지 말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다. 있으되 차마 공개할 필요까진 없는 그런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자유롭지 못하면 그만이다.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그게 자유다.(어라? 갑자기 웬 자유? 이게 아닌데..)

 

암튼, 남몰래 품은 어떤 마음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신께서 용서해주고 말고에 상관없이 내가 벌을 받을 이유까진 없다고 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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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잡았어.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폰으로 찔끔찔끔 들어와서는 즐겨찾는 서재 글 읽다가 그나마 10분을 못넘기고 잠들었던 날들을 뒤로 하고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아니 당당히 피씨 앞에 앉아 마치 추억이라도 방울방울 돋을 태세로 이렇게 죽치고 앉아 있으려니 참말로 복 터진 날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싶은 책목록을 보관함에 잔뜩 쟁여놓았고 이제 그것들을 장바구니로 옮겨담는 일만 남겨둔 지금, 하- 짧은 한숨이 나온다. 보관함과 장바구니의 그 어마무시한 차이에 대해 온라인 쇼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이쇼핑이 실구매로 이어지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며 또 어떤 증상을 필요로 하는지. 이제 곧 지옥과 대면할 것이다. 그리고 곧장 신기루처럼 천국을 들락거릴 것이다. 클릭클릭클릭클릭.. 이 짓을 가능케하는 보관함과 장바구니의 한끗차. 그 깨끗하고 선명한 시차. 오늘같은 날은 간만이기도 하려니와 뭐 이런 쪼잔한(?) 일에 감동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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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 상황에서 안졸린 게 이상하지.

 

모두들 안자고 있다. 낙동강 전투때 북한이 이겼는지 남한이 이겼는지 왕왕 소리가 오가고 있다. 남편과 어머니다. 남편은 어머니를 앉혀놓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열변하고 있다. 어머니, 이승만은 나쁜놈이예요. 막걸리 두 잔에 호로록 취하시는가 싶더니 다시 어린애처럼 귀엽게 복귀하신 어머니. 아들의 음주 역사강의(?)에 진지하게 귀기울이시지만 놀라워하진 않으신다. 이승만은 개새끼예요. 더한 말이 나와도 동요하지 않으신다. 아들 말이라면 콩이 맥주를 쏜다, 해도 믿으실 분이니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다는 실토를 하신 이후로 어머니는 무척 미안해하셨다. 난 언제부턴가 둘 간의 대화에 끼지 않고 내 할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오시면 내 할일은 두 배가 되기 때문에 집안은 평소보다 세 배는 잘 정돈되어 있다. 시집살이를 해서가 아니라 내가 정해놓은 마지노선인 셈인데 나는 나의 셈법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의 끝없는 인정욕구가 날 이렇게 만드는 건가 싶지만 어쩌면 나를 지탱해온 비빌 언덕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가 드디어 하품을 하셨다. 이야기가 어느 대목에 이르러서 끝이 나게되었는지 이 글을 쓰느라 들을 새가 없었다. 어머니 이제 주무세요. 너 허리에 물파스 바르지 그랬냐. 저 허리 괜찮아요. 에고 그 허리 큰일이다. 괜찮아요 어머니. 남편이 방으로 들어갔다. 쓰러지듯 짧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린다. 츄리닝 바지를 벗고 파자마스러운 바지로 갈아입는 소리도. 나도 이제 들어가야겠다. 알라딘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이 늦은 시간까지 무슨 청승인지, 왼쪽 두개골에서 찌르르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내일부터 비가 주말 내내 실컷 온다고 하니 나로선 빗물의 연휴다. 지난 열흘간의 일이라면, 수확의 기쁨 운운할 체력이 없었다는 것. 그런 클리셰에 놀아나지 않을 체력만 남았다. 아니 남아돈다. 난 내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이제 짧으면 열흘, 길면 보름? 밑도 끝도 없는 근거만 남았다. 

 

그러니까 내 체력의 위대함을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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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5-11-14 00:48   좋아요 1 | URL
비오니까 땡땡이? 칠수 있어서 좋았어요..주말마다 비가 오는 이 환장할 노릇이..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올핸 수능 추위도 없었고 당분간은 춥지 않다고 하니까 얼기 직전에 막판까지 사과 따내면 된다는, 뭐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ㅋㅋ 잘 지내고 있어요.

햇살좋은 날, 기대하며..
곱게 물든 가을의 풍경 만끽하시길..^^

서니데이 2015-11-2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며칠만에 비오지 않는 날이었어요.
사과때문에 바쁜 날을 보내고 계실 말하자면님, 기분 좋은 주말 되세요.^^

컨디션 2015-11-23 15:32   좋아요 1 | URL
막바지 작업이 예정보다 무척이나 늦어져서(너무나도 잦은 비 때문에..) 정말이지 이젠 아주 지긋지긋하네요. 이번주 목요일은 김장하러 친정에도 가야하는데 그때까지 마무리할 수나 있을지 그것도 미지수구요..

오늘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 잠깐 일하러 갔었는데 몸이 으실으실 안좋아서 꾀병아닌 꾀병을 부렸더니 남편이 저를 집에 데려다 놓았어요. 번쩍 안아서는 아니고, 마누라 골골 대는 꼴 못보겠다는 표정으로요. 저의 그 계략(?) 덕분인지 지금은 씻은 듯이 나은듯한 몰골로 알라딘에 들어와 간만에 책쇼핑 하고 앉았구요ㅎㅎ

서니데이 2015-11-2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에 날씨가 안좋아서 어쩌나 했어요, 비 때문에 예정에 차질이 많으셨겠어요, 오늘도 날씨가 좋지 않아요, 곧 추워진다고 해서 저희집도 곧 김장준비해야 할 거예요,
말하자면님, 책쇼핑 즐겁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컨디션 2015-11-23 15:5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뭔 놈의 날씨가...아니아니.. 추적추적 고요한 늦가을 날씹죠.^^

요즘 알라딘, 시즌이 시즌인지라 부록 안챙기면 안될 것 같은 쇼핑 스트레스.. 별 필요도 없지만 사랑스러운 무릎담요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역시 사랑스러운 달력에, 또 뭐뭐에, 게다가 선착순 증정이라니 아주 안달이 나네요, 나.

서니데이 2015-11-2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계속 보고 있으면 사고 싶어요,

컨디션 2015-11-23 16:26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견물생심 견물생심 하는거겠죠.
쇼핑의 기본은 무조건 견물생심.ㅎㅎ
 

오늘 간만에 음주 댓글이나 왕창 달고 다니고 싶은데 그럴 짬이 없다. 그래서 은주 페이퍼나 잠깐 올릴 생각이다. 아침 7시에 시렵기 시작한 손이 저녁 5시까지 이어졌다. 하루종일 손이 시려워서 발가락에 땀이 나는 줄도 몰랐다. 장화를 신은 두 다리가 바쁜 줄도 모르고 비탈밭을 누볐고, 종아리에 스며든 찬바람으로 하루를 잘 버텼다. 그래서 지금은 술을 마시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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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0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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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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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5-11-02 22:55   좋아요 0 | URL
은주페이퍼,라고 한 것은 처음에 우연한 오타였는데..왠지 그냥 두고 싶더라구요..술취해서 혀짧은 소리내는 것 같지 않나요? ㅋㅋ

2015-10-30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5-11-02 22:59   좋아요 0 | URL
트**님 서재에서 얻으신 `힌트`를 알아채(?) 주셔서 감사해요.^^
된서리 비스한 게 며칠전 내리긴 했지만 사과들이 멀쩡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는지라, 아직은 냉해 같은 건 없네요. 아마도 무서리였나봐요. 서리 몇번 맞으면 색깔도 더 이뻐지고 더 달아진다고들 하네요.

2015-11-01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5-11-02 23:00   좋아요 0 | URL
벌써 11월이네요. 흑흑..추위의 서막 ㅠㅠ 목도리도 옷장에서 얼른 꺼냅시다요.ㅎ

2015-11-02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2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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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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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2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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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5-11-07 01:45   좋아요 0 | URL
요즘 같은 시기에 감기 걸리면 큰일나는 사람 중에 크게(?) 포함되는 사람이라서 감기는 절대로 걸리지 않을 생각이예요. ^^

마음만 받겠다는 말이 있듯이, 그건 충분히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전하고 싶고 또 그 마음을 기꺼이 받는 것. 그것이 어떤 형태로 오가든 서로에게 소중하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으니까요. 꼭 그래서가 아니더라도 섭섭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2015-11-08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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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21: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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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2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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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5-11-14 00:54   좋아요 1 | URL
매일매일 힘든 하루는 모두에게 공평하게(그러나 공평무사하진 않게) 드리워진 인간의 비극 또는 희극이겠지요? 응원담긴 따뜻한 말씀, 저 역시 머리 위 하트를 발사하며..^^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김광석의 이 노래는 슬프다. 너무나 당연해서 슬프다 라고 쓰는 게 민망할 뿐이다. 내 기억력도 그렇다. 잊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만 잊어지는(?) 기억들. 저무는 해가 그러할까. 하루가 지나 다시 떠오르는 하늘이 그러할까. 그 아래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다. 기억의 쇠퇴. 붙잡아 일으켜도 소용없고 달려가 목덜미를 잡아도 소용없는. 메모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하지만 하지 못한다. 오늘 하루도 그랬다. 어렵사리 메모를 하기라도 하면 그  순간 글자들이 힘을 잃고 만다. 아니 다시 말하면 아주 못생긴 글씨가 되고 만다. 난 그 모양을 하고 있는 내 글씨들이 밉다. 얄밉게 팔짱 끼고 글쎄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되묻는 얼굴들. 무관심을 숨긴 채 관심있는 척 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아느냐고 빤히 쳐다보는 얼굴들. 난 내 글씨들이 싫다. 아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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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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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5-10-27 12:14   좋아요 0 | URL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밭에 못가고 시장에 가서 겨울용 작업화도 사고 이것저것 장을 보았네요. 이제 곧 점심을 먹을 텐데 낮술이나 한잔 할까 싶었지만 벌써(?)비가 그치는 바람에 오후 일하러 이제 가야할 참입니다.(보고서 쓰는중 ㅎㅎ)


2015-10-27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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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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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0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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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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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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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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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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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0 2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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