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책을 버렸다. 대전을 떠나면서 감행한 1차 분서갱유(?)에 이은 제2차 도발이라고 해야겠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300권은 족히 넘는 양이었다. 4단짜리 책장 한개와 5단짜리 책장 한개가 텅 비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노끈으로 묶어서 여러차례(한 시간 간격으로?) 내놨는데, 그때마다 책들이 사라져있었다. 처음에 책을 버릴 때는 하나하나 살피면서 버렸다. 혹시 중요한 쪽지나 메모,(아니면 돈 같은 거)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러자 그 일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나중엔 이 따위 미련일랑 집어쳐, 하는 독한 마음이 뿜어져나오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건 다름 아닌 쾌감이었다. 좋았다. 후련하고 상쾌했다. 그리고 지금은... 좀더 넓어진 공간에서 뜁박질이라도 할 것처럼 날뛰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5가 얼마 안남았고 나의 긴 휴가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내가 술을 안먹기로 하면 남편과의 대화가 반으로 줄어들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남편은 외롭다는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모질지 못한 내가 어떤 식으로 모질어져야만 그가 박수를 쳐줄까. 규칙적인 식사와 규칙적인 일상과 성실근면한 나날들? 아,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내가 가장 힘겨워하는 거잖아? 아, 어쩌겠어. 한번 해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