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책을 버렸다. 대전을 떠나면서 감행한 1차 분서갱유(?)에 이은 제2차 도발이라고 해야겠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300권은 족히 넘는 양이었다. 4단짜리 책장 한개와 5단짜리 책장 한개가 텅 비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노끈으로 묶어서 여러차례(한 시간 간격으로?) 내놨는데, 그때마다 책들이 사라져있었다. 처음에 책을 버릴 때는 하나하나 살피면서 버렸다. 혹시 중요한 쪽지나 메모,(아니면 돈 같은 거)라도 나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러자 그 일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나중엔 이 따위 미련일랑 집어쳐, 하는 독한 마음이 뿜어져나오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건 다름 아닌 쾌감이었다. 좋았다. 후련하고 상쾌했다. 그리고 지금은... 좀더 넓어진 공간에서 뜁박질이라도 할 것처럼 날뛰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5가 얼마 안남았고 나의 긴 휴가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내가 술을 안먹기로 하면 남편과의 대화가 반으로 줄어들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남편은 외롭다는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모질지 못한 내가 어떤 식으로 모질어져야만 그가 박수를 쳐줄까. 규칙적인 식사와 규칙적인 일상과 성실근면한 나날들? 아,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내가 가장 힘겨워하는 거잖아? 아, 어쩌겠어. 한번 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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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15-12-2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을 철봉으로 씁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흠흠.....

컨디션 2015-12-28 00:34   좋아요 0 | URL
책장을 철봉으로요? 팔힘이 얼마나 유연(?)하시면? 아니면 책장이 특수하게 육중한가? ? ^^

서니데이 2015-12-2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그렇게 한번에 버리셔도 괜찮나요??

컨디션 2015-12-28 00:35   좋아요 1 | URL
안괜찮을 것도 없는 게 지금, 버린 책들이 하나도 그립지 않아요. 어떤 책들을 버렸는지 벌써 다 까먹었으니까요.ㅎㅎ

서니데이 2015-12-2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게요,
저도 자주 하는 일인데, 갑자기 없애면 그 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그 다음에는 책장이 차는 시간이 더 빨라지는 부작용이 있어서요;;;
전에 책 정리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만원이 나와서 다들 자발적으로 열어본 적이 있어요,
이번에 컨디션님은 보물 없으셨나요??

컨디션 2015-12-28 00:48   좋아요 1 | URL
아, 그, 그런 부작용이 있긴 하겠군요.. 저는 이런 버리는 행위(?)에 이제막 눈을 뜬 초짜인지라.. 그런 류의 부작용에 대해선 아직은 별생각이 없답니다. ^^ 만원짜리, 그것도 반짝반짝 새돈이 나왔다면 정말 오싹했겠네요. 사실 그 책값이 더 비쌀지도 모르는데도 말이죠.^^ 아무튼 그런 일은 제가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리..ㅎㅎ

hnine 2015-12-2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사를 몇 차례 다니면서 버리는거 잘 한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이 버림의 미덕을 실천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 생겼네요. 저를 제외한 두 남자요.
그런데 4단짜리 책장 한개와 5단짜리 책장 한개 분량이면, 컨디션님은 버림의 미덕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이신 것 같아요.
술 없으면 남편을 외롭게 하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컨디션님 말씀 듣고 저는 반성의 모드로 들어갑니다 ㅠㅠ

컨디션 2015-12-29 00:32   좋아요 0 | URL
오, hnine님도 이사 경력이 좀 되시나 봅니다.^^ 맞아요, 결혼 후엔 모든 게 달라지죠. 내 물건이야 뭔들 못버리겠어요.ㅠㅠ 제가 이번에 단행한 책과의 전쟁은, 제 살림살이에 대한 총체적 불만과 난관과 역경을 이겨내고자..그동안 몇십년을 함께한 동지(?)들과 작별한 거예요. 그리고 술은요, 저희 부부가 워낙 일심동체로 하나되는 매개체이다 보니.. 둘다 뇌세포 파괴와 간기능 저하로 고롱고롱해 설라무네 제가 새해엔, 저부터라도 새사람이 좀 되고자, 조금씩 발을 빼는 시도를 하려는 거예요. 이에 남편이 감복하여 술을 자제하는 그날까지 말이죠.ㅎㅎㅎ

붉은돼지 2015-12-2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차례 정도 대량으로 도서 퇴출을 단행한 적이 있는데요....뭐 버리지는 않고 알라딘에 중고로 팔았죠....
그런데 문제는 그때 퇴출시킨 책들을 나중에 다시 구입하게 되더라구요..--;;;물론 퇴출도서 선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체질상 뭐든지 알뜰히 끌어모으는 수집벽 성격(돈을 알뜰하게 모아야하는데 왠 쓸데없는 것들만 살뜰히 모으는 것이 또 함정)이라 다시는 도서퇴출같은 일은 반복하지 않기로 했어요.....그냥 이것저것 주섬주섬 모든 걸 다 끌어안고 가기로 했습죠

컨디션 2015-12-29 00:37   좋아요 0 | URL
와, 붉은돼지님 납시었다.^^ 대량의, 그것도 두번에 걸친 도서퇴출작전이 있으셨군요. 근데 중고로 넘기셨다니 역시 전략이 월등히 남다르십니당ㅎㅎ 수집벽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들한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모든 걸 끌어안고 가는 넓은 가슴(응?)의 소유자이신 붉은돼지님의 서재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시길 마랄게요 ^^

서니데이 2015-12-2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오늘도 즐거운 저녁 되세요. 감기도 조심하시고요.^^

컨디션 2015-12-30 23:47   좋아요 1 | URL
어제는 새벽 1시에 출발하여 오후 다섯시에 돌아오는 여행을 했답니다. 리듬이 완전히 깨져서 맞이한 저녁이었는데 술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석잔넉잔 되는 신공을 또 발휘했더니 완전 김완선이 되어설라무네 눈을 희번덕 치뜨고 리듬속에 그춤을...추었다는 믿지못할 얘기를.. 댓글이랍시고 달고 있습니다요 흐흐흐

2015-12-31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