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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존 카니 감독, 키이라 나이틀리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키아라 나이틀리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비긴 어게인>을 봤던 건, 마크 러팔로 때문이다. 이러면 마치 내가 마크 러팔로를 엄청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완전 아니다. 그럼 대체 뭐냐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가. 둘간의 조합이다.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둘간의 조합은 환상 저너머의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아서 도대체 그림 자체가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럴 땐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인연이 되려면 별 그지같은 걸로도 어떻게든 엮어내는 나의 능력에 내심 감탄을 해가며 그야말로 별 기대없이 벽에 기대서 봤다.
그 결과, 나는 뭔가를 알아차렸다. 키아라 나이틀리(그레타)처럼 입고 싶다..는 것. 그녀와 같은 몸은 죽었다 깨어나도 될 수 없지만 그런 스타일이 어울리는 사람 근처에는 가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안일한 도취에 잠시 빠졌다는 것. 물론, 극중 여배우의 패션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일갈부터 했던 뚜렷한 기억도 없고, 여우가 포도를 마다하면서 겪는 그 간사한 심리의 쓰읍 고인 침을 나도 모르진 않고 하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싶다.(뭔 말이 이러냐)
그리고 역시나 둘이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아니 둘이 어울리고 자시고를 떠나 문제는 애덤 리바인(데이브)의 연기였는데 이상하게 절레절레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이 양반. 잘 생긴 게 탈인가? 싶다가도 꼭 그건 아니라는 결론. 마크 러팔로(댄)의 연기는 나름 좋았다고 해야..? 암튼
작사작곡 실력만큼은 끝내주는 그레타가 바람피다 돌아온 인기가수 남친을 끝끝내 받아주지 않고 더욱 드높은 자의식과 자존감을 제대로 찾게 되었다는 얘기 같은데, 이처럼 독고다이 정신으로 중무장(?)할 수 있게 된 그녀의 새출발에는 댄의 역할이 참으로 컸다고 볼 수 있다. 댄과 그레타의 진정한 파트너십에 그 누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둘은 아무리 기다려봐도 키스 한번 하지 않고 잘 버텨냈다?(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포일러지 싶은데) 아무튼, 실력과 능력이 안되면 자존과 자의식을 지켜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데, 영화에선 그런 걸 보여주기 보다는.. 아 맞다, 어쩌면 그레타의 얘기가 아니라 댄? 댄이 그레타를 만나서 구원받는(?) 이야긴가? 댄에 초점을 맞춰서 영화를 봤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 영화는. 인생 이것저것 여러모로 망해가던 댄이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찮는 과정을 눈여겨 봤어야 하는 영화였다. 그레타는 무엇을 잃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한 여신 캐릭터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고. 쓰다 보니 별 걸 다 알아차린 것도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이쯤에서 마무리. 벌써 저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