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바와 상관 없이, 심지어는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이란 건 예측불가라서 많이 미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주로 일차에 통과하지 못한 케이스들이 보충이 나온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내가 아무리 빨리 하려고 한들, 정확한 추가자료의 준비와 이런 저런 고객의 사정이 섞여 대응이 늘어지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몇 개 끌어안고 있으면 잘 마무리가 될 때까지는 신경을 끌 방법이 없다. 5월의 마지막 주간인 이번 주부터 해서 가능하면 다음 주까지는 두 개 정도를 끝내고 나머지는 또 고객의 대응에 따라 다른 케이스를 진행하면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어제와 오늘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급하게 처리하고 예정된 업무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주 이틀째인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스케줄에 맞춰 하나씩 밀어내고 있다. 


장서가이자 애서가로 영화광으로,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더 정확하게는 주로 과거와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심지어 예전에 그토록 열광적으로 수집한 비디오테이프도 아직 박스에 담겨 어디엔가 쌓여 있다. DVD가 나오면서 DVD를 열광적으로 모았고 지금은 훨씬 더 낮은 빈도로 가끔씩 BR-DVD를 사지만 녹화가 가능한 비디오테이프로 모은 영화들, 특히 케이블에서 광고로 끊어지지 않고 방송된 영화를 하나씩 녹화한 녀석들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한 맛과 멋이 있다. 거기에 모든 것이 지금보다는 훨씬 비쌌던 당시 좋아하는 영화를 갖고 싶어서 방송시간을 맞춰 비디오를 셋팅하고 새벽에 자동으로 녹화하던 시절의 즐거움이 떠오른다. 게다가 공테이프의 값이 당시 물가에서 보면 그리 싼 편이 아니었기에 테이프 하나에 영화 두 편 정도를 녹화하곤 했었는데 (SP, LP, EP - EP는 여섯 시간으로 늘려 쓸 수 있었지만 화질이 너무 떨어졌기에) 덕분에 지금도 녹화테이프의 대부분은 영화를 두 편씩 갖고 있다. 일도 많이 했고 더 뭘 하기는 싫어져서 박스를 뒤져서 이런 저런 영화를 꺼내 틀어보니 비록 컨텐츠 자체를 차분히 즐기지는 못해도 묘한 즐거움이 있다. 확실히 업그레이드 보다는 당시의 매체에 맞춰 나온 그대로가 나은 것 같다. 아날로그는 비디오와 CRT로, DVD는 플레이어와 480 TV로, 이런 식으로 맞추면 가장 좋은 조합이 나오는 것이다. 


나의 자아는 어쩌면 두 개로 나눠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니멀한 일상과 한 곳에 모두 모아놓고 가끔씩 꺼내보길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담은 맥시멀한 다른 부분으로 말이다. 


꾸준히 읽고는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점점 속도가 떨어지는 나의 독서생활은 그래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 깊이는 좀체 더 좋아지지 못하고 있으니 이건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https://m.blog.naver.com/deadlyrave/222361978887?referrerCode=1


이런 책장은 많이 필요한데 여기선 못 구할 듯. 공간 대비 엄청난 양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부럽다.


네 권 정도가 쌓여 정리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오늘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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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간식도 거의 하지 않는 내가 당뇨를 걱정하고 있다.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된 것인데 오늘 점심 때 빈 속에 걷다가 갑자가 다리가 풀리고 약간 어지러운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니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의 경우 아무리 다른 습관이 나쁘지 않더라도 나이도 있고 주변을 봐도 그렇고 해서 갑자기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 탓에 사무실에 들어와서 얼른 점심을 먹고 이것 저것 되는 대로 우겨넣고 있다. 부활절 주말, 성금요일 금육 금식 혹은 단식을 하는 날이라서 저녁은 거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월말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정확하게는 보험에 따라 건강검진의 시작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피검사로 시작해서 아마 하나씩 이번 해에는 다 해볼 것이니까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사는 편이고 가면 언제든 가겠지 하는 자세라서, 그저 고통이 없이 침대에서 자리보전하다가 가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달리 죽음이 두렵지는 않아서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데...


뭔가 좀 차분하게 앉아서 쉬다가 퇴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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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2-04-1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약해지면, 몸도 약해집니다.
몸과 마음 늘 강건하고, 평안하소서..
건강검진상 별 이상없으시길..
그저..스트레스와 체력약화 정도로 기록되시길요...

transient-guest 2022-04-16 23:07   좋아요 1 | URL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님도 건강하시길 이번에는 잠깐이지만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나이와 함께 육체의 만기도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간에 랜덤하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문한 책더미가 도착했다. 한 달씩 걸려도 좋으니 선박으로 보내는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DHL로 하니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건 좋지만 보통 책값의 30%이상의 금액이 별도의 배송비용으로 나가는 건 늘 쓰라릴 수 밖에 없다. 좋은 녀석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당분간만이라도 열심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쓰고 열심히 읽어나갈 생각을 하고나서 보니 아직도 Alienist의 두 번째 이야기 Angel of Darkness가 남아 있다. 워낙 가성비가 좋은 것이 영문판이라서 이 책도 650여 페이지나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font size 9-10 정도의 크기로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지난 주 내내 붙잡고 씨름했는데 아직도 200+ 페이지가 남아있는 걸 보면서 이곳에서 살며 영어를 써온 3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영원할 것만 같은 language barrier의 아득함을 느낀다. 


1-2-3월까지는 그런대로 회사의 performance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세금도 내야했고 이것저것 붓는 것도 많았고 회사도 돌려야 했기에 또다시 4-5-6월의 performance가 중요해진다. 뭔가 조금은 여분이 남고, 여백이 있는 삶을 지향하고 있지만 언제나 요원한 듯한 나의 평화로운 삶은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폭주와 새로운 포장지로 두른 파시즘의 컴백, 한번도 제대로 없어져본 적이 없었던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던 인종주의도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21세기의 20%를 넘긴 2022년의 내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주말에 친구부부와 식사를 하고 간만에 긴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 친구도 이런 나의 걱정에 꽤 공감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 세대가 은퇴를 바라볼 앞으로의 10-20년의 정세가 1차 혹은 2차대전 목전의 유럽과 흡사한 것에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결국 그간의 평화가 너무 길었고 그 탓에 사회가 경직되어 mobility가 사라지고 status quo가 계속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극단에 이른 지금 백년 전의 유럽처럼 거대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솎아내기가 와야 하고 이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시대의 당사가가 되는 건 참으로 불행한 일이기에 가능하면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강하다. 


4-5-6월은 1-2-3월보다도 더 좋은 performance를 기록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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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2-04-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o are you? ^^;

transient-guest 2022-04-06 00:53   좋아요 0 | URL
I am what I am??? :)
 

이번 대선의 결과에 목숨을 걸었다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 막판의 담합을 보니 역시 검찰 X파일이 홍씨, 이씨에 이어 안씨까지 옭아버린 것이란 의심이 강하게 든다. 사실 조국 선생과 그 가족, 주변이 탈탈 털리고 언론이 합작해서 그야말로 21세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을 만든걸 보면 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을테니 그의 정치인생에서의 무수한 막판 포기가 다시 시전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게다가 어차피 못 이길 판에서 돈이라도 보전을 받아보려는 '훌륭한' 상인의 마음까지 헤아린다면 더더욱. 금년까지만 쓰고 V3는 해약해야지.


회사건물의 우체통이 고장나서 수거을 당한 탓에 우체국을 사용하는 것이 아주 불편해진 요즘이지만 해가 따뜻하니 좋아서 걸어서 몇 개의 우편물을 근처 USPS에 drop off하고 왔다. 딱 3마일의 거리를 나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었다. 갈수록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인 오늘 저녁을 굶을 생각이다. 겸사겸사. 


돌아오면서 근처에 살면서 자주 이용하던 SJ도서관 지국에 들렸다.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한국어책도 신간을 입고하는 듯, 지난 2년간 다니지 않은 동안 읽을만한 책이 몇 권 눈에 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확인하니 카드가 만기가 되어 퇴근하면서 잠깐 들려서 갱신하고 책을 몇 권 집어갈 것이다. 분명히 읽은 것들 중에서 맘에 드는 책이나 작가의 작품은 나중에 다시 살 것이 뻔하지만. 왜 난 책을 소유하는 걸 읽는 것 이상 즐기는 것일까. 비단 책에 국한된 것도 아니고 게임이든 영화든 좋아하는 건 갖고 싶어하는 이상함이 나라는 존재의 feature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아주 유명해지고 죽으면 누군가 연구라도 해주련만 그럴 일은 없을테니 그건 그렇게 궁금함으로 남는다.


지정학적으로 욕심이 많은 강대국이 옆에 있는 한국계 미국사람인 내가 볼 때 우크라이나의 일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나쁜 착한 소리도 착한 나쁜 소리도 지금은 할 때가 아닌, 그저 그들을 마음만으로라도 지지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미국이나 한국이나 투표하는 것 그리고 능력이 있고 법을 지키려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트럼프가 푸찐의 개처럼 굴면서 싸지른 똥이 지금의 사태를 가져오는데 상당한 부분 기여했다고 보는데 이 녀석은 늘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있다. 제정신임에도 불구하고 (난 어차피 30% 개돼지는 버리고 보니까) 여타의 다른 이유로 윤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가 한국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는 (1) 선제타격, (2) 핵, (3) 일본군의 한국 진주할 수도 있다는 걸 읽어제끼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검찰과 법원은 그야말로 범죄자의 소굴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권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기정사실이면서 눈감고 아웅하는 듯 넘어가는 일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면 (1) 여자가 나오는 술집의 대다수가 성매매를 한다는 것과 (2) 검사와 판사가 여전히 부자사위로 인기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둘 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 아주 프로레슬링 심판이 하는 짓과 닮은꼴이다. 


살다 보면 이상과 완벽하게 부합한 삶을 살거나 도덕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100% 깨끗하긴 어렵다는 건 이제 잘 안다. 하지만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인데 나쁜 짓을 하면서 당당한 건 그 최소한의 도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기더기들과 법비들은 세계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Бог з Україною
Boh z Ukrayino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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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3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3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달러 - 1200원. 책을 살 때 달러결제가 유리한 이유. 그러나 DHL해외배송이 붙어버리니 상당부분 그런 혜택이 감소된다. 그렇다고 알라딘 US를 통해 구매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1) 배송비를 감안해서 책정했다고 하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게 잡혀 있고 (2) 더구나 원 - 달러 환율의 혜택은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한국에 주소지가 있고 자주 갈 수 있는 환경이면 차라리 한국에 주문해서 모아놓고 남이 읽게 하다가 한국에 갈 때 한꺼번에 들고 왔으면 좋겠다.


어제와 오늘 잇따른 충동구매로 거금을 쓰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어제는 만화책이 오늘은 새삼 스캡틱과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생겨서 몇 권. 두꺼운 역사책이 두 권이포함되니 배송비가 높아진다. 


책을 사면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공간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기에 고민은 그만큼 깊어진다.


이제 주말의 아침운동을 향해 나갈 시간. gym이 예전에 다니던 곳처럼 여섯 시에 열면 좋은데 주말은 여덟 시에 열어서 시간낭비(?)가 심하다. 일찍 나가서 열심히 하고 오던 시절이 그립다. 그때의 페이스를 찾는 과정이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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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2-27 13: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중국에 근무할 당시 한국 회사로 택배 보내고 출장자들 편에 핸드캐리로 받아보곤 했죠. 결국 한국 복귀시 가장 무거운 짐이 책이더군요.

transient-guest 2022-02-27 20:47   좋아요 0 | URL
확실히 이사 다닐 때 힘들어요. 그래서 집에는 조금만 보관하고 나머지는 사무실에 둡니다만 그것도 슬슬 한계가 왔어요. 저는 가끔 한국에 갈 때 그렇게 해서 선박우편으로 보냅니다. 대충 20kg당 가격을 잡아서 훨씬 싸요. 근데 당장 받아보려니 별도로 비용이 많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