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랜덤하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문한 책더미가 도착했다. 한 달씩 걸려도 좋으니 선박으로 보내는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DHL로 하니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건 좋지만 보통 책값의 30%이상의 금액이 별도의 배송비용으로 나가는 건 늘 쓰라릴 수 밖에 없다. 좋은 녀석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당분간만이라도 열심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쓰고 열심히 읽어나갈 생각을 하고나서 보니 아직도 Alienist의 두 번째 이야기 Angel of Darkness가 남아 있다. 워낙 가성비가 좋은 것이 영문판이라서 이 책도 650여 페이지나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font size 9-10 정도의 크기로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지난 주 내내 붙잡고 씨름했는데 아직도 200+ 페이지가 남아있는 걸 보면서 이곳에서 살며 영어를 써온 3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영원할 것만 같은 language barrier의 아득함을 느낀다. 


1-2-3월까지는 그런대로 회사의 performance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세금도 내야했고 이것저것 붓는 것도 많았고 회사도 돌려야 했기에 또다시 4-5-6월의 performance가 중요해진다. 뭔가 조금은 여분이 남고, 여백이 있는 삶을 지향하고 있지만 언제나 요원한 듯한 나의 평화로운 삶은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폭주와 새로운 포장지로 두른 파시즘의 컴백, 한번도 제대로 없어져본 적이 없었던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던 인종주의도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21세기의 20%를 넘긴 2022년의 내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주말에 친구부부와 식사를 하고 간만에 긴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 친구도 이런 나의 걱정에 꽤 공감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 세대가 은퇴를 바라볼 앞으로의 10-20년의 정세가 1차 혹은 2차대전 목전의 유럽과 흡사한 것에 말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결국 그간의 평화가 너무 길었고 그 탓에 사회가 경직되어 mobility가 사라지고 status quo가 계속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극단에 이른 지금 백년 전의 유럽처럼 거대하고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솎아내기가 와야 하고 이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시대의 당사가가 되는 건 참으로 불행한 일이기에 가능하면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강하다. 


4-5-6월은 1-2-3월보다도 더 좋은 performance를 기록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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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2-04-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o are you? ^^;

transient-guest 2022-04-06 00:53   좋아요 0 | URL
I am what I 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