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 세계 지도를 바꾼 바다의 신화 아이세움 역사 인물 3
로빈 S. 독 지음, 장석봉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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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에 어떤 광고에서 콜럼버스의 달걀에 관한 일화를 인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콜럼버스라는 인물은 세계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발견한 것이 사실은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의 일부 섬이었다는 것, 그래서 거기를 서인도 제도라고 부른다는 것, 거기에 사는 원주민들을 인도사람인 줄 착각한 데서 인디언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밖에 콜럼버스에 대한 것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처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들로 미루어 그것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콜럼버스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되었다.

세계사를 다룬 책에서는 에스파냐의 아사벨 여왕이 콜럼버스의 탐험 계획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이처럼 험난한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냥 바로 허락을 하고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꼼꼼히 따져 보고 득실도 따지고... 그러다가 처음에는 반대했다니... 그리고 인도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궁극적인 이유도 향료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향료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리고 왜 갑자기 향료를 직접 구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아, 그렇게 모든 일은 사실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원인이 있고 의도가 있는 법이다. 이것은 지금도 통용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콜럼버스가 훌륭한 탐험가이기는 해도 훌륭한 통치자는 아니었으며, 허풍이 심하고 권력지향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하긴 바스코 다 가마도 인격이 훌륭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사실 콜럼버스가 탐험에 나서게 된 이유도 순수하게 미지의 세계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공했을 때 보장되는 권력과 부를 위해서이니까. 어디 콜럼버스 뿐인가. 같이 동행하는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목적을 가진 자들이었던 것을...

항상 책을 읽으면 독자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한다. 물론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콜럼버스 입장에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보며 왜 도와주지 않을까, 왜 공격을 할까 생각하면서 읽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작가가 일깨워 준다. 콜럼버스가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대했고 이익만을 따졌다는 것을. 그제서야 원주민들 입장에서 에스파냐 인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서로 잘 대우해 주지만 결국 콜럼버스 일행이 원하는 것을 못 구하면 무자비하게 행동을 했으니까. 느닷없이 나타난 침입자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바라 보려 한다. 그나마 이 책처럼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완전히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콜럼버스가 항해를 하고 난 후 새로운 길이 열렸고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식민지 개척으로 번성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아프리카나 인도,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의 입장에서는... 침략의 시작이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세계 지도를 바꾼 바다의 신화가 되었지만 그에 따른 그늘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콜럼버스를 우러러 보아야 할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서구인들이야 그럴 수도 있다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의 용기와 모험심은 높이 평가할수 있지만 그가 이룬 성과는 선뜻 호의를 가지고 볼 수가 없다. 물론 콜럼버스가 아니었어도 누군가가 발견을 했을 테지만...

콜럼버스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의 좋은 점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쁜 점도 알려주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세계사와 맞물리는 부분도 설명을 해 주어서 정세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특히 부록으로 나와 있는 '역사 마주보기'는 아주 유용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아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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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팔을 찾아 주세요 - 정리 정돈을 안 하는 아이 이야기 생활그림책 5
이상교 지음, 윤정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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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이란 어지르기를 좋아한다. 어디 아이들 뿐인가. 어른도 어질러진 모습이 싫어서 정리를 할 뿐이지 실은 누구나 정리하기 보다는 어지르기를 좋아할 것이다. 겉표지가 분홍색인 것이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제목은 삐뚤빼뚤 써져 있다. 방은 정신이 없는 상태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속으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제목에 로봇 팔이 들어가는 걸 보니 남자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보다. 책 표지를 넘기면 역시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보트 그림이 나온다. 제목이 시작됨과 동시에 아이가 무언가를 찾는 그림을 보니 어째 심상치 않다. 본격적으로 책으로 들어가면 방안 가득 어질러진 그림이 나온다. 그림도 색연필로 대충 칠한 듯한 것이 더 정신이 없다. 사실 주인공인 찬수만 이런 모습을 하고 노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 심지어는 방을 넘어서 거실까지 장난감이 점령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 때는 발로 바닥을 쓸 듯이 하며 지나다녀야 한다. 발을 바닥에서 떼면 다시 어디에 내려 놓아야 할지 한참을 방황해야 하니 그냥 떼지 않는 것이 속편하다.

이렇게 신나게 놀고 나서 더이상 늘어놓을 공간이 없으면 대개의 아이들은 다른 곳을 찾아 나선다. 이때 맘 좋은 엄마라면 아이들을 살살 구슬러서 아이들이 정리를 하도록 유도를 하던가 같이 정리를 한다. 반면 성질 급한 엄마는 일단 소리를 지르고 정리를 하게 만든다. 결과야 똑같지만 역시 과정은 틀리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지금은 아이들이 그 정도 나이는 지났기에 잊어버렸다는 것으로 과거를 묻어두고 싶다. 그런데 이 책에서 찬수 엄마는 전자인가 보다. 설명을 차근차근 한 다음에 같이 치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하고서...(어쩜 그리 나와 다를까.)

친구와 신나게 밖에서 놀다가 친구와 같이 들어온 찬수는 다시 원래의 그 혼돈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무질서 상태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니 당연하겠지. 그렇게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로봇팔을 찾기 위해 정리를 시작한다. 외팔이 로봇인 상태로 가지고 놀고 싶지는 않다는 일념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어째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과연 이렇게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정리 정돈을 안 하는 아이 이야기'라는 생활 그림책이니까, 정리를 잘 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책이니까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수긍을 하면서도 이처럼 순순히 엄마의 의도대로 따라 주는 아이가 아이다워 보이지 않는다. 어른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다른 결론이 좋다는 애기도 아니다. 어쨌거나 아이의 숩관을 좋은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책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니 말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아 부자연스럽든 어떻든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그냥 주인공 찬수에 자신을 대입한다. 이제 막 생활습관을 길들이는 아이라면 장난감을 정리할 때마다 '나도 찬수처럼 정리 잘 하지, 엄마!'하겠지. 그럼 이미 나이가 지나  버린 아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찬수 엄마처럼 우리 엄마가 했으면 나도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가 되었을거야.'라고 스스로를 변명하지나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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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1세 - 운명을 뛰어넘어 세상을 지배한 여왕 아이세움 역사 인물 6
마이라 웨더리 지음, 강미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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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인물을 이야기할 때 업적 위주로 그 사람을 이야기한다. 시대적인 배경이 물론 들어가겠지만 그것은 업적을 설명하기 위해 양념처럼 들어가는 것 뿐이다. 그리고 역사를 이야기 할 때는 그냥 전체적인 것만 죽 훑고 지나간다. 그 안에 있는 인물은 뭉뚱그려서 그 시대 안에서만 소개되어 진다. 그래서 어떤 때는 동시대의 인물임에도 기억 속에서는 따로 떨어져서 홀로 존재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두 인물이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알면 신비감에 휩싸이곤 한다. 역사란 홀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인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책은 아주 유용하기까지 하다.

어느 나라나 권력 앞에서는 똑같은가 보다. 부모자식간이든 형제간이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같이 존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엘리자베스 1세도 그러한 운명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암살 음모에 가담한 사촌을 죽여야 했으니까. 어찌보면 자신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엘리자베스는 무척 괴로워한다. 보통 다른 왕들 같으면 스스로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햇을 텐데...

엘리자베스1세 여왕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비록 딸로 태어났어도 왕위 계승자로 대접을 받다가 졸지에 지위가 강등되어 옷을 새로 해 입을 돈이 없을 정도까지 되었다. 거기다가 나중에 언니 메리가 여왕이 되었을 때는 감옥에 갇히기까지 한다. 이 때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안에도 휘말리지 말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갖은 고초를 겪다가 언니 메리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드디어 왕위를 이어 받는다. 보통 자신이 고생하다가 어렵게 왕이 되면 권력을 남용하고 포악해지기도 하는데 엘리자베스 1세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고, 위협을 느끼며 숨죽여 지낼 때 많은 것을 느„M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 1세를 중심으로 주변의 인물과 세계 정세를 같이 이야기하니까 더 재미있다. 특히 여왕의 좋은 점 뿐만 아니라 잘못한 점이나 무기력한 모습 그리고 때로는 이해 못할 모습까지도 그리고 있어서 오히려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나이 들어서는 천연두 자국이나 주름 진 피부를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진하게 하고 황갈색 가발과 화려한 옷으로 조금이나마 젊게 보이려 애썼다고 하는 걸 보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였으면 더 당당하게 정치에 임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자세한 역사를 기술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책도 아니다. 어느 한 인물을 그 시대의 역사 속에서 비춰보는 것이다. 따라서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다. 앞뒤 정황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을 객관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거나 인물을 다룸에 있어서 객관성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 없지만 이러한 문체는 독자가 책 속에 빠지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래를 알려주는 문장은 독자가 안심할 수 있게 만드는 반면 흥미가 반감된다. 이러한 문장을 너무 자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역사 마주보기는 시대적 배경을 요약 정리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느 한 사건은 그냥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계속 요구사항이 있다가 그것이 응집되되어 나타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는 르네상스가 그 예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 주변국들의 상황과 르네상스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으로 세계사를 접하게 한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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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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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해서 당연히 읽었다고 생각되는 책이다. 내용이 어떻게 되더라... 자세히 생각하려니 생각이 안 난다. 그제서야 알았다. 아, 안 읽었구나!

이금이 작가는 워낙 많은 책을 썼고 또 많은 책들이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현재 의무교육인 초등교육을 거치는 아이들이라면 모두 그녀의 글을 읽은 셈이다. 비록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쓴 사람이 '이금이'라는 사실은 몰라도 말이다. 주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다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장소설을 처음으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이가 자람에 따라 눈높이 달라진다는 점이 작가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면서 이금이 작가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기에 더 공감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갈등이나 엄마 앞에서는 절대로 쓰지 않는 언어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아마 중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본인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어른에게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을 큰유진이 입을 통해서 아니 큰유진이 마음을 통해서 쏟아내고 있으니 쾌감까지 느낄 법도 하다. 문장이 짧고 직선적이어서 읽는 동안 화자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공감대는 형성하지 않으며 물질적인 것으로 대신하려고 하는 작은유진이 부모들을 보면서 한심함을 느꼈고(그러나 이 시대 많은 부모들이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한다. 어쩌면 부모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관습에 얽매여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면서  분노와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위선적인 삶을 '당당하게' 살고 있는 건우 엄마를 보면서 열받았다. 그러고 보니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대표적인 문제점들이 다 나와 있는 셈이다. 언제쯤 이런 것들이 변화할  수 있을까. 그래도 지금은 결혼하기 전부터 여러 가지 강좌를 듣고, 부모교육에 대한 강의를 찾아다니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보며 물꼬는 텄다고 본다. 그 다음은 물길을 잘 만들어 주는 일이겠지. 

처음에는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꼈다. 특히 작은유진이네 어른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괜히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객관적인 입장에서, 특히 작은유진이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비난할 행동이 되겠지만 마지막에 당사자인 작은유진이 엄마가 하는 말들을 들어 보니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개인이 안고 가기에는 사회가 너무 닫혀 있다. 그 상황이 되면 떳떳하게 살도록 사회가 내버려두질 않는다. 지금은 의식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 일일 때의 이야기다. 건우 엄마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위선적인 건우 엄마를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책이라는 것은 책으로써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이런 문제들이 심심찮게 매스컴에 나오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동안 우리 동화 대부분은 동심천사주의적인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나쁜 아이였다가도 결국은 착해진다. 어른들도 모두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 책도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아니 작가가 아이들 일에 끼어 들고, 좋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동화보다는 훨씬 열린 결말이라는 것 또한 느꼈다. 괜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동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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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지구의 크기를 재다 -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 구석구석 세계 지리 이야기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 세상이야기 8
장수하늘소 지음, 이현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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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더니 아이들이 외친다.

"어, 이거 그...에 뭐라고 하는 사람 얘기 아니야?"

"맞아, 에라토스테네스!"

이름이 너무 길고 생소하니 외우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아무튼 읽었던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견하던지... 얼마 전에 에라토스테네스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 줬더니 아이들이 그것을 기억해 냈나 보다. 역시 책을 읽어 준 보람이 있군.

세계 지리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주로 지구에 대한 그 중에서도 지리와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지리에 관한 이야기라면 탐험 얘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 인류가 정착을 해서 살다가 차츰차츰 소유라는 개념으로 자리잡아 국가를 이루고 다음에는 땅을 넓히는 단계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아나서게 된 것이 바로 (좋게 말해)탐험이 된 것이다. 비록 한 때는 식민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땅을 찾아나섰지만 그럼으로써 새로운 길을 찾아냈고 지리학이 발전하기도 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우선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대한 자세하고 객관적인 설명이 나온 다음, 앞의 이야기에 더불어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법한 글이 짤막하게 나온다. 아이들이야 처음의 이야기가 재미있겠지만 부모들은 뒷부분의 설명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비단 나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실들을 기록할 때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 보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시 그 나라 입장에서는 개척이고 위대한 일이겠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침략이며 고난일텐데 그 부분을 짧게나마 언급하고 있다.

아무래도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탐험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진화나 엘니뇨, 나니냐, 황사, 화산 등 자연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풍수지리에 관한 에피소드와 알래스카 이야기였다. 물론 알래스카를 미국이 사고 나서 엄청난 가치가 있는 땅이라는 것이 밝혀져 러시아가 엄청 후회를 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어느 때인지 그리고 미국에서 처음 추진할 때 상황이 어땠는지는 알지 못했었다. 이 책은 세계사의 기본적인 흐름을 알고 읽는다면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짤막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자세한 것을 알고 싶으면 좀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면 한계상 너무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처음에 말했던 에라토스테네스 이야기의 경우 그냥 별다른 노력없이 지구 둘레를 잰 것이 아니다. 엄청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고민도 많이 해서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알렉산드리아와 시에네 간 거리도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보다가 결국은 왕의 도움을 얻어 거리를 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이용해서 재게 된 것이다. 다른 책으로 한 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한두 장으로 압축하다 보니 간략하게 핵심적인 이야기만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계기로 여러 방면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리고 어느 순간에 '어, 이 이야기 어디서 들어 봤던건데.'라고만 해도 책을 읽혀 준 보람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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