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을 찾아 주세요 - 정리 정돈을 안 하는 아이 이야기 생활그림책 5
이상교 지음, 윤정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란 어지르기를 좋아한다. 어디 아이들 뿐인가. 어른도 어질러진 모습이 싫어서 정리를 할 뿐이지 실은 누구나 정리하기 보다는 어지르기를 좋아할 것이다. 겉표지가 분홍색인 것이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제목은 삐뚤빼뚤 써져 있다. 방은 정신이 없는 상태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속으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제목에 로봇 팔이 들어가는 걸 보니 남자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보다. 책 표지를 넘기면 역시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보트 그림이 나온다. 제목이 시작됨과 동시에 아이가 무언가를 찾는 그림을 보니 어째 심상치 않다. 본격적으로 책으로 들어가면 방안 가득 어질러진 그림이 나온다. 그림도 색연필로 대충 칠한 듯한 것이 더 정신이 없다. 사실 주인공인 찬수만 이런 모습을 하고 노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 심지어는 방을 넘어서 거실까지 장난감이 점령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 때는 발로 바닥을 쓸 듯이 하며 지나다녀야 한다. 발을 바닥에서 떼면 다시 어디에 내려 놓아야 할지 한참을 방황해야 하니 그냥 떼지 않는 것이 속편하다.

이렇게 신나게 놀고 나서 더이상 늘어놓을 공간이 없으면 대개의 아이들은 다른 곳을 찾아 나선다. 이때 맘 좋은 엄마라면 아이들을 살살 구슬러서 아이들이 정리를 하도록 유도를 하던가 같이 정리를 한다. 반면 성질 급한 엄마는 일단 소리를 지르고 정리를 하게 만든다. 결과야 똑같지만 역시 과정은 틀리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지금은 아이들이 그 정도 나이는 지났기에 잊어버렸다는 것으로 과거를 묻어두고 싶다. 그런데 이 책에서 찬수 엄마는 전자인가 보다. 설명을 차근차근 한 다음에 같이 치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하고서...(어쩜 그리 나와 다를까.)

친구와 신나게 밖에서 놀다가 친구와 같이 들어온 찬수는 다시 원래의 그 혼돈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무질서 상태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니 당연하겠지. 그렇게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로봇팔을 찾기 위해 정리를 시작한다. 외팔이 로봇인 상태로 가지고 놀고 싶지는 않다는 일념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어째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과연 이렇게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정리 정돈을 안 하는 아이 이야기'라는 생활 그림책이니까, 정리를 잘 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책이니까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수긍을 하면서도 이처럼 순순히 엄마의 의도대로 따라 주는 아이가 아이다워 보이지 않는다. 어른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다른 결론이 좋다는 애기도 아니다. 어쨌거나 아이의 숩관을 좋은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책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니 말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아 부자연스럽든 어떻든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그냥 주인공 찬수에 자신을 대입한다. 이제 막 생활습관을 길들이는 아이라면 장난감을 정리할 때마다 '나도 찬수처럼 정리 잘 하지, 엄마!'하겠지. 그럼 이미 나이가 지나  버린 아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찬수 엄마처럼 우리 엄마가 했으면 나도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가 되었을거야.'라고 스스로를 변명하지나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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