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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1세 - 운명을 뛰어넘어 세상을 지배한 여왕 ㅣ 아이세움 역사 인물 6
마이라 웨더리 지음, 강미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흔히 인물을 이야기할 때 업적 위주로 그 사람을 이야기한다. 시대적인 배경이 물론 들어가겠지만 그것은 업적을 설명하기 위해 양념처럼 들어가는 것 뿐이다. 그리고 역사를 이야기 할 때는 그냥 전체적인 것만 죽 훑고 지나간다. 그 안에 있는 인물은 뭉뚱그려서 그 시대 안에서만 소개되어 진다. 그래서 어떤 때는 동시대의 인물임에도 기억 속에서는 따로 떨어져서 홀로 존재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두 인물이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알면 신비감에 휩싸이곤 한다. 역사란 홀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인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책은 아주 유용하기까지 하다.
어느 나라나 권력 앞에서는 똑같은가 보다. 부모자식간이든 형제간이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같이 존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엘리자베스 1세도 그러한 운명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암살 음모에 가담한 사촌을 죽여야 했으니까. 어찌보면 자신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엘리자베스는 무척 괴로워한다. 보통 다른 왕들 같으면 스스로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햇을 텐데...
엘리자베스1세 여왕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비록 딸로 태어났어도 왕위 계승자로 대접을 받다가 졸지에 지위가 강등되어 옷을 새로 해 입을 돈이 없을 정도까지 되었다. 거기다가 나중에 언니 메리가 여왕이 되었을 때는 감옥에 갇히기까지 한다. 이 때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사안에도 휘말리지 말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갖은 고초를 겪다가 언니 메리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드디어 왕위를 이어 받는다. 보통 자신이 고생하다가 어렵게 왕이 되면 권력을 남용하고 포악해지기도 하는데 엘리자베스 1세는 그렇지 않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고, 위협을 느끼며 숨죽여 지낼 때 많은 것을 느M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엘리자베스 1세를 중심으로 주변의 인물과 세계 정세를 같이 이야기하니까 더 재미있다. 특히 여왕의 좋은 점 뿐만 아니라 잘못한 점이나 무기력한 모습 그리고 때로는 이해 못할 모습까지도 그리고 있어서 오히려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나이 들어서는 천연두 자국이나 주름 진 피부를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진하게 하고 황갈색 가발과 화려한 옷으로 조금이나마 젊게 보이려 애썼다고 하는 걸 보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나이 드는 것을 받아들였으면 더 당당하게 정치에 임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자세한 역사를 기술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책도 아니다. 어느 한 인물을 그 시대의 역사 속에서 비춰보는 것이다. 따라서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다. 앞뒤 정황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을 객관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거나 인물을 다룸에 있어서 객관성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 없지만 이러한 문체는 독자가 책 속에 빠지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래를 알려주는 문장은 독자가 안심할 수 있게 만드는 반면 흥미가 반감된다. 이러한 문장을 너무 자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역사 마주보기는 시대적 배경을 요약 정리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느 한 사건은 그냥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계속 요구사항이 있다가 그것이 응집되되어 나타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는 르네상스가 그 예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 주변국들의 상황과 르네상스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책으로 세계사를 접하게 한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