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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ousebound, 2014

  감독 - 제라드 존스톤

  출연 - 모거나 오라일리, 리마 테 외아타, 글렌-폴 워루, 카메론 로데스

 

 

 



 

 

  은행 ATM기를 털려다 가택연금 선고를 받은 ‘카일리’.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에서 전자 발찌를 차고 지내야 한다. 그냥 8개월만 참으려고 했지만, 그런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 일들이 자꾸만 생긴다. 집에 귀신이 살고 있다고 믿는 엄마 ‘미리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새아버지, 가끔 와서 귀찮게 구는 보호관찰관 ‘아모스’와 법원 명령으로 상담을 하는 의사 ‘데니스’. 이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짜증나고, 인터넷이 느리고 컴퓨터가 고장 난 것도 화난다. 그리고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자기들 외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진다. 심령 현상에 관심이 많은 아모스와 조사를 하던 카일리는 자신의 집에서 예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처음에는 귀신이 나오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무섭겠지?’라는 기대로 영화를 보는 순간, 응? ATM 기계를 부수기 위해 망치를 내려치다 반동으로 자기가 맞고 쓰러지는 도둑을 보자마자 ‘이 영화, 코미디구나’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잘 만든 코믹 호러는 어설픈 공포보다 몇 배 더 나으니까, 기대를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이 계속 바뀌어서, 마치 ‘네가 A라고 생각할 거 같아서, C로 방향을 바꿔봤어.’라면서 감독이 깔깔대고 웃는 것 같았다. 귀신이 나오는 영화인 것처럼 흘러가다가, 갑자기 여자애의 망상인 것처럼 슬쩍 각도를 바꾸는 가 싶더니, 다시 원한 맺힌 귀신이 등장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스릴러로 돌진하는 진행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보는 내내 키득거리다가 어이없어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물론 보면서 ‘저거 저러면 안 될 텐데?’라든지 ‘음?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좀 있긴 했다. 뜬금없이 심령이 어쩌고 하면서 더 신나하는 아모스의 행동은 ‘왜 저렇게 오버하나? 라는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혹시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닐까라는 오해마저 할 정도였다. 그리고 옆집을 염탐하러 카일리와 같이 갔을 때 어떻게 도망쳤는지 나오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했고, 왜 그녀가 경찰에 잡혔을 때 변호해주지 않았는지도 의아했다. 음, 마지막 궁금증은 아마 자기 밥줄이 끊기면 안 되니까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건 중요한 문제니까.

 

 

  카일리의 시니컬한 표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집에서 머무르면서, 그녀는 왜 자기가 그렇게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기억을 떠올린다. 그렇다. 어렸을 때, 그녀도 집 안에 있는 어떤 존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돌아오기 싫었던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악몽과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 때문에 그녀의 표정은 펴질 일이 없었다. 주름을 더 그려 넣고, 모자가 달린 망토를 뒤집어쓰면 마녀 할멈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모습이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마치 ‘난 유령 따위 믿지 않아!’라고 얼굴로 말하는 것 같았다.

 

 

  격렬한 액션 장면 속에서도 깨알 개그를 넣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웃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피와 살이 튀어야 할 부분에서는 확실히 터졌다. 머리가……. 와, 진짜 그게 터질 줄은 몰랐다. 그냥 전기 감전이려니 예상했는데.

 

 

 

  그런데 가끔 우리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밤새 충전한 기기가 방전되고……. 응? 나 어제 밤에 꽂아놓은 보조 배터리가 아침에 보니 하나도 충전 안 돼 있었는데? 벽에서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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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람푸스
마이클 도허티 감독, 토니 콜렛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Krampus, 2015

  감독 - 마이클 도허티

  출연 - 아담 스콧, 토니 콜렛, 앨리슨 톨먼, 엠제이 안소니

 

 

 





 

 

  모두가 행복해야할 크리스마스지만, 여기 전혀 행복하지 않은 한 가족이 있다. ‘톰’과 ‘사라’ 부부는 자식인 ‘베스’, ‘맥스’ 남매 그리고 톰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명절을 맞아 사라의 여동생 ‘린다’와 남편 ‘하워드’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찾아온다. 문제는 두 가족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사촌간인 아이들은 서로 으르렁대면서 장난을 빙자하여 괴롭히기 일쑤이다. 게다가 사라와 사이가 아주 나쁜 이모까지 찾아오자,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 불화는 극에 달하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크람푸스’는 중부 유렵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존재로, 염소의 뿔을 가진 악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날, 일 년 동안 나쁜 일을 하거나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영화에서는 지하 세계로 끌고 간다고 나온다. 아마 산타와 함께 팀을 이뤄 ‘착한 경찰 나쁜 경찰’과 같은 역할분담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 착한 경찰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 전체가 다 일 년 내내 나쁜 짓만 했는지, 너나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 주인공 가족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폭설로 전기, 가스 심지어 전화마저 끊긴 상황에서 크람푸스와 부하 요정들의 무차별 공격에 시달린다. 가족들은 벽난로 불에 의지하여 버티게 되는데, 그 와중에서도 싸울 사람은 싸우고, 화해하고 싶은 사람은 화해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긴 할 일 없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할 수 있는 건 얘기밖에 없겠지.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의미, 일 년 동안 떨어져있던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눈다는 취지를 알게 되면 크람푸스가 용서해줄 거라 예상했는데 헐?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는 계속된다. 이거 좀 너무하잖아? 아동용 영화가 아니었나? 인형극으로 과거 회상 보여주고, 인형이나 눈사람이 공격해오는 게 어린이 취향 같았는데 아닌가보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데, 우와. 웬만해서는 아이들은 안 건드리는 게 불문율인데, 이 영화는 그런 거 없다. 꿈과 희망 따위는 사전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거 혹시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거 아닌가?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한 종교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 종교를 믿고 잘 살면 산타를 만나는 거고, 그러지 않으면 크람푸스가 찾아온다는 거잖아? 와,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너무하다. 호러 버전의 선교 영화잖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본 영화 ‘세인트 Sint, Saint, 2010’ 떠오른다. 거기서도 ‘신터클로스’라는 사악한 존재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 착한 산타는 하나밖에 없는데, 나쁜 산타는 둘이라니. 뭔가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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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ell, 2016

  감독 - 토드 윌리엄스

  출연 - 사무엘 L. 잭슨, 존 쿠색, 이사벨 펄먼, 스테이시 키치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아주 많이 고민을 했었다. 원작이 ‘스티븐 킹’이잖아, 당연히 봐야지. 하지만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치고 느낌을 잘 살린 적이 없었잖아? 실망만 했었지, ‘오오,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어? ‘오펀 천사의 비밀 Orphan, 2009’에 나왔던 꼬마가 나온다잖아, 괜찮을 거야. 아니야, 배우 목록을 봐. 주연이 ‘존 쿠삭’이잖아. 아, 이런……. 그럼 감독을 검색해보자. 뭘 만들었을까? 음, ‘파라노말 액티비티’ 2편? 아, 음……. 하지만 킹느님인데……. 그래, 결심했어! 보고 욕하자! 그래서 보았다.

 

 

  ‘존 쿠삭’은 공항에서 아내와 아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며 발작을 일으키더니, 폭력적으로 변하여 다른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존 쿠삭은 휴대 전화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공항은 죽고 죽이고 도망가고 쫓아가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존 쿠삭은 우연히 만난 ‘사무엘 잭슨’과 자신의 아파트로 가게 되는데, 그 와중에 본 도시는 이미 변해버린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파트에서 두 사람은 변해버린 엄마를 죽이고 패닉에 빠진 ‘이사벨 펄먼’을 만난다. 존 쿠삭은 아들을 찾으러가기로 하고, 다른 두 사람도 동행하기로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그가 쓴 ‘맥주를 마시고 이상하게 변한 인물’에 대한 단편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후 한동안 맥주에 대한 공포를 느껴 마시질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잘 때도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에 대한 악몽을 보여주고 있었다. 설마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게 킹느님의 목적일까?

 

  영화는 새로운 형태의 좀비를 보여주었다. 마치 어떤 존재에게 조종을 받는 것처럼 똑같이 행동하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무리지어 돌아다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떼를 지어 잠을 자기도 한다. 그럴 때는 건드려도 모른다. 마치 배터리를 충전하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영화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78’에 나오는 ‘꼬투리’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그 작품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뒤집어쓴 인간의 흉내를 내지만, 여기서는 그런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다 똑같은 행동을 할 뿐이다. 사람을 보면 공격을 하기에 좀비라고 말하지만, ‘조지 로메로’가 만든 좀비와는 좀 차이가 있다. 변질되고 세뇌 당했다고 보면 더 어울릴까?

 

  하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존 쿠삭이 나오는 작품답게, 영화는 갈수록 지지부진해져갔다. 초반에는 ‘오오~’하고 보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왜 들어있는지 모를 암시와 해결되지 않은 복선 그리고 모호함으로 가득한 화면을 보면서 ‘영화가 쓸데없이 길다…….’라든지 ‘왜 킹느님의 작품을 이딴 식으로 만든 거야!’라는 생각만 들었다.

 

 

  특히 운동장에 떼로 모여 자는 좀비들을 차로 깔아뭉개고 석유를 뿌려 죽이는 부분이 있다.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죽어가는 좀비들의 분노와 원망 같은 감정을 느끼는데, 그게 그냥 대사로만 처리되어 아쉬웠다. 그걸 좀 더 잘 처리했으면, 왜 살아남은 자들의 꿈에 똑같은 인물이 등장하는지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좀비들이 존 쿠삭에 대해 알았는지, 왜 그를 목표로 했는지 더 명확했을 것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을 읽어보라는 의도일까? 그래, 책을 읽어봐야겠다.

 

 

  하아, 킹느님 소설의 재미를 100% 살릴 수 있는 감독과 각본가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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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残穢 (ざんえ) 住んではいけない部屋, The Inerasable, 2015

  감독 -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 타케우치 유코, 하시모토 아이, 사카구치 켄타로, 타키토 켄이치

 

 

 

 

 

 

  ‘나’는 독자들이 보낸 괴담 실화를 받아 잡지에 단편 소설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어느 날 ‘쿠보’라는 대학생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맨션이 이상하다고 편지는 보내온다. 밤마다 방에서 누군가 다다미를 쓰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메일을 교환하게 되고, 나는 전에 받은 독자 편지 중에 쿠보가 사는 주소에서 온 것이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두 사람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션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맨션이 지어지기 전에 살았던 땅주인들에게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한동안 일본 공포 영화는 거의 ‘가야코’ 아니면 ‘사다코’와 같은 비슷한 소재로 이어졌기에, 예전과 달리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 작품도 개봉한다는 얘기를 듣고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대신, ‘보게 되면 보고, 안 되면 말아야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쓴 사람 이름을 보자,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사람은 바로 ‘오노 후유미’였다. 원작이 괜찮을 테니까, 아무리 망쳐놓아도 다른 공포 영화보다는 낫겠지……. 이런 생각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원작을 읽어보자!’였다.

 

 

  이 영화, 그렇게 오싹하거나 소름끼치는 내용은 아니었다. 귀신이 등장하는 몇 장면 좀 놀라는 정도였지, ‘아, 너무 무서워. 엄마랑 자야겠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극의 진행이 무척 느릿하게 흘러가서, 중간에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인공인 소설가와 대학생 쿠보, 두 사람의 조사는 이어 편집장에 괴담을 좋아하는 작가와 심령 마니아까지 가세하면서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런데 관청에 가서 토지 대장을 떼어오는 과정까지 보여주다 보니, 좀 심심했다. 필요한 장면이긴 했지만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단서들이 하나로 만나면서 괴담의 근원을 파헤치는 후반부에서는 ‘와-’하는 감탄이 나왔다. 이건 구성의 힘이었다. 어쩐지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결국 결제를 하고 말았다. 으음, 오노 후유미 의문의 1승이라고 해야 하나?

 

 

  제목인 ‘잔예(殘穢)’의 뜻은 ‘부정(不淨)을 탄 터에 재앙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이미 땅이 부정을 탔기에, 새로 건물을 짓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도 그 더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영화 ‘주온 Ju-on: The Grudge, 2002’이 떠올랐다. 주온에서도 그 집을 한발자국이라도 들어갔다 나오면 어김없이 ‘토시오’와 ‘가야코’의 방문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다른 집으로 이사 간 사람이 그곳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나온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한이 쌓이고 쌓여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뻗어갈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숙박업소의 객실이나 살해당한 사람이 있는 집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괴담이 꽤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집이나 방에서 나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괴담은 그곳을 벗어나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건 그냥 재수 없으면 죽는 거다. 돈이 없어서 좀 싼 집을 얻었는데,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급히 방을 구해야 해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는데, 그게 자기 목을 죄는 일이 되어버렸다. 와,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괴담이라니…….

 

 

  사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별로 무섭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잠을 자기 전에,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설마 우리 집에도 예전에? 옆집에서 자꾸 고양이가 우는데, 설마 그게 고양이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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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WAILING, 2016

  감독 - 나홍진

  출연 -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산골 마을 곡성에 의문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몸에 이상한 종기 같은 것이 생기면서 죽는 사건까지……. 야생 독버섯 때문일 수도 있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마을에 흘러들어와 혼자 살고 있는 일본인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얘기에 심드렁했던 경찰 ‘종구’였지만, 일본인의 집에서 자기 딸인 ‘효진’의 실내화가 발견되자 소문을 믿게 된다. 급기야 효진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자, 일본인의 집에 가서 난동을 부린다. 병원에 가도 딸의 병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그는 용하다는 무당인 ‘일광’을 부르기로 한다. 일광은 일본인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고 지목하고, 그를 제압하기 위해 굿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작품도 아주 조금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작품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도 나중에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모임을 나갔었는데, 사람들의 대화에 끼기가 힘들었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 다 재미있었다면서 각자의 해석을 얘기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애인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영화 얘기를 하는데, 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보기로 했다. 예정보다 빨리.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왜 사람들이 두세 번씩 봤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닫힌 결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열린 결말이라고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수많은 상징과 이미지, 복선과 암시로 가득한 영화였다. 작품 속에서는 일본인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유 신앙, 일광과 무명이 보여주는 한국 토속신앙, 그리고 이삼이 의미하는 가톨릭, 이렇게 세 개의 종교가 등장한다. 그리고 각각의 종교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상징과 기호들이 작품 속에 뒤섞여 드러난다. 그 때문에 어느 부분을 주의 깊게 보느냐에 따라 놓친 상징도 있고, 눈에 확 들어오는 기호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어, 난 그거 놓쳤는데?’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관람할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각자 본 것들을 맞춰가는 재미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명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냥 그랬다. 거기에 상영 시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두 시간 반은 너무 한 거 아닌가? 게다가 너무 많은 힌트를 주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마치 관객들에게 ‘너희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넣어보았다.’는 것과 비슷했다. 아니면 감독이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넣어보겠어!’라는 생각을 한 걸까?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몰래 한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외세와 그에 협조하는 매국노 그리고 희생당하는 한국 사람들과 이를 모른척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구도를 잡을 수도 있다. 또는 몰래 생체실험을 하는 사람과 그에 협조하는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악당과 거기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말이다. 어쩌면 그냥 귀신이 나오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믿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요즘은 너무도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그 중에는 진짜도 있지만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가짜도 있다. 그것을 구별해내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지금까지 갖고 왔던 자신의 가치관과 판단력밖에 없다. 너무 남의 말에 휘둘려도 안 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해도 좋지 않다. 심하면 팔랑귀가 되거나 아집에 갇힌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말대로 ‘무엇이 중한 지도 모르고’ 남의 말에 무조건 따르거나 자신의 믿음이 맞는다고 밀고 나가면 안 된다는 얘기다.

 

 

  종구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넘어가 일본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행패를 부렸다. 급기야 그의 개까지 때려죽였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광의 말에 혹해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한다. 그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인 무명의 경고를 무시했고, 끔찍한 참상을 목격하고 만다. 너무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그가 우왕좌왕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내가 그런 입장이었으면, 더 난리를 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네 병원에서 안 되면 서울에 있는 큰 대학 병원으로 가볼 생각은 안 해봤나요? 게다가 동네 병원에서도 그 정도로 이상한 증세가 여러 사람에게서 나타나면, 정부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여기 나온 배우 중에서 효진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에 본 ‘컨저링 2 The Conjuring 2, 2016 ’에서도 어린 배우가 엄청난 내공을 보여주더니,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아역배우들은 연기력이 대단하다.

 

 

  아, 맞다! 영화에 나오는 종교 중에 불교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랬다면 진정한 종교 전쟁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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