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THE WAILING, 2016

  감독 - 나홍진

  출연 -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산골 마을 곡성에 의문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몸에 이상한 종기 같은 것이 생기면서 죽는 사건까지……. 야생 독버섯 때문일 수도 있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마을에 흘러들어와 혼자 살고 있는 일본인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얘기에 심드렁했던 경찰 ‘종구’였지만, 일본인의 집에서 자기 딸인 ‘효진’의 실내화가 발견되자 소문을 믿게 된다. 급기야 효진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자, 일본인의 집에 가서 난동을 부린다. 병원에 가도 딸의 병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그는 용하다는 무당인 ‘일광’을 부르기로 한다. 일광은 일본인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고 지목하고, 그를 제압하기 위해 굿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작품도 아주 조금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나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작품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도 나중에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모임을 나갔었는데, 사람들의 대화에 끼기가 힘들었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 다 재미있었다면서 각자의 해석을 얘기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애인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이 영화 얘기를 하는데, 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보기로 했다. 예정보다 빨리.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왜 사람들이 두세 번씩 봤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닫힌 결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열린 결말이라고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수많은 상징과 이미지, 복선과 암시로 가득한 영화였다. 작품 속에서는 일본인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유 신앙, 일광과 무명이 보여주는 한국 토속신앙, 그리고 이삼이 의미하는 가톨릭, 이렇게 세 개의 종교가 등장한다. 그리고 각각의 종교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상징과 기호들이 작품 속에 뒤섞여 드러난다. 그 때문에 어느 부분을 주의 깊게 보느냐에 따라 놓친 상징도 있고, 눈에 확 들어오는 기호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어, 난 그거 놓쳤는데?’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관람할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각자 본 것들을 맞춰가는 재미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명확한 결말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냥 그랬다. 거기에 상영 시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두 시간 반은 너무 한 거 아닌가? 게다가 너무 많은 힌트를 주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마치 관객들에게 ‘너희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넣어보았다.’는 것과 비슷했다. 아니면 감독이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넣어보겠어!’라는 생각을 한 걸까?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몰래 한국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외세와 그에 협조하는 매국노 그리고 희생당하는 한국 사람들과 이를 모른척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구도를 잡을 수도 있다. 또는 몰래 생체실험을 하는 사람과 그에 협조하는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악당과 거기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말이다. 어쩌면 그냥 귀신이 나오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믿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요즘은 너무도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그 중에는 진짜도 있지만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가짜도 있다. 그것을 구별해내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지금까지 갖고 왔던 자신의 가치관과 판단력밖에 없다. 너무 남의 말에 휘둘려도 안 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해도 좋지 않다. 심하면 팔랑귀가 되거나 아집에 갇힌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말대로 ‘무엇이 중한 지도 모르고’ 남의 말에 무조건 따르거나 자신의 믿음이 맞는다고 밀고 나가면 안 된다는 얘기다.

 

 

  종구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넘어가 일본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행패를 부렸다. 급기야 그의 개까지 때려죽였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광의 말에 혹해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한다. 그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인 무명의 경고를 무시했고, 끔찍한 참상을 목격하고 만다. 너무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그가 우왕좌왕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내가 그런 입장이었으면, 더 난리를 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네 병원에서 안 되면 서울에 있는 큰 대학 병원으로 가볼 생각은 안 해봤나요? 게다가 동네 병원에서도 그 정도로 이상한 증세가 여러 사람에게서 나타나면, 정부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여기 나온 배우 중에서 효진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에 본 ‘컨저링 2 The Conjuring 2, 2016 ’에서도 어린 배우가 엄청난 내공을 보여주더니,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아역배우들은 연기력이 대단하다.

 

 

  아, 맞다! 영화에 나오는 종교 중에 불교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랬다면 진정한 종교 전쟁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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