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octor Strange, 2016

   감독 - 스콧 데릭슨

   출연 - 베네딕 컴버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 매즈 미켈슨

 

 

 

 

 

 

 

 

 

 

 

  저번에 내 취향인 영화 ‘혼숨’을 보았기에, 이번에는 애인님 취향인 히어로물이다.

 

 

 

  ‘스트레인지’는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외과의사로, 누구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누구보다 정밀하고 빠르게 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하지만 교통사고 이후 손이 망가지면서,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실의에 빠졌던 그는 우연히 하반신 마비였다가 완벽히 나은 남자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그 남자가 갔던 길을 따라, 네팔로 간 스트레인지. 그곳에서 그는 ‘에인션트 원’이라는 신비한 존재가 이끄는 집단을 만난다. 처음에는 그들의 가르침에 반신반의했지만 수련을 해나가면서 스트레인지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낸다. 그러던 중, 에인션트 원의 가르침에 반발하고 나갔던 ‘케실리우스’ 일당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지구의 운명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어쩐지 보면서 ‘스타워즈 Star Wars : Episode IV - A New Hope, 1977’가 떠올랐다. 평범하게 살던 한 남자가 신비로운 힘을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 각성하게 되는, 그 중간에 약간의 로맨스도 있고, 주인공이 확실히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충격적인 이별도 있는 진행까지 비슷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스토리의 단순함과 진부함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는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효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영화 ‘인셉션 Inception, 2010’에서 보았던 장면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킨 영상들은 ‘와-’하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진짜 멋지고 아름답고 대단했다. 이보다 더 멋진 영상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좋았다.

 

 

 

  또한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개그 대사나 장면들도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 적절하게 잘 들어갔다. 특히 자아를 가진 망토는 행동만으로도 너무 귀여웠다. 음, 판타지 소설에서 보면 ‘에고 소드 Ego Sword’라고 해서 소유자와 말을 하는 칼이 있는데, 그런 류의 망토인 모양이다. 다만 자기 판단으로 행동은 하지만, 말은 못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이번에는 아쉬운 점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왜 에인션트 원은 자신의 속내를 스트레인지에게만 털어놓았을까? 그 말고도 에인션트 원에게는 오랫동안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헌신적인 ‘모르도’도 있었고, 책임감 넘치는 ‘웡’도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스트레인지는 신입 막내였다. 그런데 에인션트 원은 오직 스트레인지에게만 속사정을 털어놓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왜 그랬을까? 오직 스트레인지만이 자신을 이해할 것 같아서? 아니면 그만이 자신과 같은 백인이라서? 리더에게 문제가 있는데, 그걸 한 사람에게만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 문제를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 얘기해서 중재를 하거나 오해를 풀 능력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스트레인지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다. 과연 모든 것을 아는, 엄청난 지식과 지혜를 갖고 있다는 에인션트 원이 그걸 몰랐을까?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배신감을 느낀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케실리우스 때 그렇게 당했는데, 또 비슷한 실수를 하다니……. 그건 에인션트 원의 판단 미스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케실리우스가 지구로 끌어들인 어둠의 지배자 ‘도르마무’가 생각보다 무능력해서 실망스러웠다. 겨우 그걸로 힘들어 하다니! 우주와 차원을 넘나들면서 뭘 배운 거야? 자기 배만 채운건가? 최종 악당 보스라고 보기엔 실망 그 자체였다.

 

 

 

  CG 덕분에 눈이 즐거웠던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독 - 이두환

  출연 - 류덕환, 조복래, 이수빈, 홍예은





  몇 년 전에 인터넷 게시판에, ‘혼자 하는 숨바꼭질’이라는 글이 유행을 했었다. 줄여서 혼숨이라고 불리는 이 놀이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는데, 사실은 저주를 내리거나 귀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 영화는, 그러한 소문이 무성한 놀이를 소재로 하였다.


  아프리카 TV에서 공포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BJ 야광’과 ‘박PD’. 두 사람 최대의 꿈은 전설적인 방송을 찍어 이름을 크게 날리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제보한 사건사고들을 보던 중, 두 사람은 어느 지방 도서실에서 있었다는 사건을 접한다. 그곳에서 ‘혼숨’을 하던 여학생이 실종되고, 기이한 일이 연속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체모를 한 시청자가 그들에게 도서실 사건에서 사용된 인형을 찾아오면, 엄청난 돈을 주겠다는 제의까지 한다. 이제 두 사람은 일생일대의 방송을 하겠다며 도서실로 향하는데…….


  영화는 중후반까지는 좋았다. 야광과 박PD의 관계라든지, 도서실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어떻게 사건이 진행될까 상상하는 재미를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 그게 뭐였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장면을 넣음으로 지금까지 쌓아올린 영화의 구조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시작 부분에 제작진은 이 영화가 야광과 박PD 두 사람이 방송한 방영분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잡담이나 방송계획을 회의하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것은 미 방영분이라 생각했다. 그냥 둘이 찍은 영상을 찾아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이런 유의 영화에서 흔히 하는 기법으로, 나중에 찾은 카메라에 녹화되어있는 영상을 다 보여주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화면 옆에 보이는 채팅방을 보면, 이미 다 방송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이 다 방영분이라는 의미였다. 헐? 그러면 마지막 장면 역시 방영분이라는 얘기인가? 둘이 도서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한 짓도 다? 그러면 이건 ‘파운드 푸티지 (found footage)’ 장르가 아니란 말인가?


  아, 파운드 푸티지란 촬영자가 실종된 이후 영상만 발견되었다는 설정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시리즈가 있다.


  이것이 파운드 푸티지 장르라면 두 사람이 수다 떨고 현장 답사를 하는 모든 것이 다 밝혀진 이유는 미편집 영상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중간에 카메라 설치 장면과 마지막 장면 역시 방영되었냐는 의문이 든다. 방영한 것이라면 ‘왜?’라는 의문이 들고, 방영한 것이 아니라면 그 영상은 ‘누가? 왜’라는 의문이 든다.


  이런 유의 영화들은 찍힌 영상으로만 말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거나 인물들의 대화로 알려주는 편이다. 그래서 검색을 하거나 집안 곳곳에 CCTV를 설치해놓는다. 또는 숨겨진 비밀 때문에 다음 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작품 역시 그 때문에 도서실 곳곳에 카메라를 달고, 검색을 하고 현장 답사를 나가 관련자의 증언을 들었다. 심지어 드론까지 사용해서,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몇 장면들 때문에, 더 많은 힌트를 주려고 한 제작진의 열정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이 깨지고 말았다.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과한 것도 문제다.


  주연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예전에 드라마에서 본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둘이 다른 캐릭터인데, 자꾸만 겹쳐보였다.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문자가 왔다. 택배가 왔다고. 책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뭔가 이상하다.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가 와 있는 것이다. 이게 뭐지?

보낸 주소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나한테 온 게 맞나 봤는데, 맞았다.




박스를 열어보니 카드와 밤 한 봉지가 들어있었다.

진짜 이게 뭐지? 황당해하는데 지인도 나와 똑같은 걸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럼 설마?

이메일을 확인하니, 메일 한 통이 와 있었다.

아, 마스다 미리 공감단에서 2차 미션과 선물을 보낸다더니 밤이었구나.





막내 조카가 놀러온 토요일 오후, 어머니가 밤을 삶으셨다.

크기도 컸고, 무척이나 달았다.




문득 책에서 읽은, 유충일 때는 잔뜩 먹고 커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는 곤충이 떠올랐다. 아, 나도 그러면 힘들게 다이어트 할 필요 없는데……. 




그러면서 삶은 밤을 어머니와 막내 조카 그리고 나 셋이서 다 나누어 먹었다. 진짜 달달하니 맛 좋았다.

나중에 막내 조카는 오늘 먹은 밤을 기억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있을 때 잘 하자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Don't Breathe, 2016

  감독 - 페드 알바레즈

  출연 - 제인 레비, 딜런 미넷, 스티븐 랭, 다니엘 조바토

 

 

 

 

 

  주위에서 재미있다고 자꾸 얘기하는 영화가 있었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알아본 사람은 예전에 영화 ‘구스범스 Goosebumps, 2015’에서 보았던 ‘딜런 미넷’뿐이었다. 어찌어찌 미루다가 겨우 시간이 맞아 보러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극장에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고 다들 손에 팝콘 같은 먹거리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영화를 보는 내내 뒷자리나 옆자리에서 팝콘 먹는 소리라든지 소곤대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영화에 집중해서 못 들었거나, 사람들이 먹는 걸 잊을 정도로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자동차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는 도시 디트로이트. 그곳에서 빈집털이를 하는 록키, 머니, 알렉스의 소원은 캘리포니아로 가는 것이다. 그들은 딸의 사망사고로 받은 합의금이 엄청나다는 한 퇴역군인의 집을 털고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알렉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의 돈을 가로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어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짝사랑하는 록키의 요청에 결국 함께 하기로 한다. 겨우 노인의 집으로 들어간 세 사람. 하지만 약으로 잠재웠다 생각한 노인이 깨어나고, 그와 격투를 벌이던 머니가 어이없게 죽어버린다. 집에 갇혀버린 록키와 알렉스는 노인을 피해 밖으로 도망치려하지만…….

 

 

  대사가 두 줄 이상 있고 화면에 5분 이상 나오는 사람은 대여섯 명밖에 안되고, 주로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은 지하실이 있는 2층짜리 집이다. 그리고 내용의 대부분은 노인과 두 아이들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다였다. 또한 상영 시간이 88분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좋았다.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짧아서 뭔가 아쉽거나 빠진 것 같은 느낌도 없었다. 이건 배우와 제작진의 호흡이 딱 맞아떨어진 경우가 아닐까 싶다. 각본도 탄탄했고, 연출과 편집이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되었고, 배우들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노인 역을 맡은 배우는 진짜 앞을 못 보는 사람인 줄 알았다. 심지어 노인이 기르는 개조차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게다가 중간에 쓸데없는 장면도 없었고, 처음에 ‘왜 이걸 보여줄까?’하는 의문도 후반에 가면 다 풀렸다. 보면서 그럴 것 같다고 예상은 했었는데, 그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그뿐인가? 2층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참으로 알뜰하게 사용했다. 화장실, 옷장, 부엌, 지하실, 환풍구, 계단, 침실, 채광창 등등 어느 한 곳 그냥 지나친 곳이 없었다.

 

  은퇴한 노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만렙전사였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는 불행이었다. 처음부터 도둑질 같은 거 안 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나중에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노인에게 얼마나 심하게 당하는지, 애들이 불쌍하게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노인에게도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도둑질은 애교였다. 그래서 더욱더 아이들이 무사히 도망치기를 빌었던 것 같다. 애들이 한 짓은 주거침입과 절도였지만, 노인이 한 짓은……. 아, 그걸 말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테니 패스.

 

  원제가 ‘Don't Breathe’인데, 이건 쫓기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노인을 피해 숨도 못 쉬고 있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이 숨을 멈추게 되었다. 어쩐지 영화를 보면서 음료수를 소리 내 마시거나 과자 먹는 소리를 내면, 노인이 아이들은 버려두고 스크린을 뚫고 나와 노려볼 거 같았다.

 

 

  아, 영화에서 얻은 교훈은 ‘발 냄새에 신경 쓰자.’였다. 노인이 죽은 머니 말고 침입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이 발소리를 죽이려고 벗어놓은 신발에서 난 냄새를 맡으면서였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Ghost Theater, 劇場霊, 2015

  감독 - 나카타 히데오

  출연 - 시마자키 하루카, 아다치 리카, 타카다 리호, 마치다 케이타

 

 



 

 

  ‘사라’는 주로 단역만 맡아온, 아직은 무명인 연기자이다. 그러다 유명한 감독이 제작하는 바토리 백작을 소재로 한 연극에 지원해 조연으로 발탁된다. 연기에 대한 강한 열망과 성실함을 가진 사라. 하지만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연을 따낸 ‘아오이’는 그런 그녀를 질투하고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극에 등장하는 마네킹을 담당하던 소품 관리자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게다가 주연인 아오이마저 누군가의 습격에서 도망치다가 옥상에서 떨어지고 만다. 뒤를 이어 주연이 된 사라. 하지만 그녀도 아오이처럼 마네킹이 움직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감독의 성상납을 거절한 괘씸죄로 배역에서 탈락하고 만다. 사라는 무대 스태프인 ‘이즈미’와 마네킹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무서운 집’이라는 한국 영화가 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과 마네킹이 전부였지만, 상영 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었다. 귀신들린 마네킹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대응방식은 웃음을 주었고, 동시에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받을지 몰라 조마조마하면서 본 기억이 난다. 또한 주부의 단조로운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현대 핵가족 사회의 문제점과 끝없는 집안일의 무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공포와 사회 비판 그리고 코미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였다.

 

 

  갑자기 왜 그 작품 얘기를 꺼내냐면, 이 영화에도 마네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네킹의 모습은 진짜 굉장했다. 역시 ‘나카타 히데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특히 목이 돌아간 상태에서 움직이는 마네킹의 기괴함은 ‘혹시 이 장면을 위해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멋졌다.

 

 

  게다가 영화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었다. 연예계를 둘러싼 비리도 은근히 비꼬고 있었다. 아오이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한 이후, 감독은 그녀가 어떤 실수를 해도 봐주었다. 하지만 사라는 그의 저녁식사 요구와 성추행에 가까운 스킨십을 거부했다. 그 결과 연습 시간에 대놓고 핀잔을 받고, 급기야 배역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그냥 욕이 나왔다.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애한테 그러고 싶을까? 아주 자연스레 손이 내려가는 걸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래놓고 나중에 습격이 있자, 제일 먼저 도망간다. 치사한 놈.

 

 

  그 뿐만 아니라, 영화는 성공에 대해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로 지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게 되면서 그 관계는 파탄 나버렸다. 그토록 원했던 연예계에서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연 자리. 그것을 앞에 두고 모두의 마음에는 질투와 시기라는 싹이 무럭무럭 자랐다. 영화는 어린 소녀들의 그런 미묘하면서 시기어린 시선을 잘 포착했다.

 

 

  역시 나카다 히데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

.

.

.

.

.

.

.

.

.

.

.

.

.

.

.

.

.

.

.

  하아……. 위에 쓴 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여러분? 나카다 히데오가 왜 이런 영화를 만든 건지. 아직 감이 떨어질 때가 아닌데, 그의 감은 이미 떨어졌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