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残穢 (ざんえ) 住んではいけない部屋, The Inerasable, 2015

  감독 -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 타케우치 유코, 하시모토 아이, 사카구치 켄타로, 타키토 켄이치

 

 

 

 

 

 

  ‘나’는 독자들이 보낸 괴담 실화를 받아 잡지에 단편 소설 형식으로 연재하고 있다. 어느 날 ‘쿠보’라는 대학생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맨션이 이상하다고 편지는 보내온다. 밤마다 방에서 누군가 다다미를 쓰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메일을 교환하게 되고, 나는 전에 받은 독자 편지 중에 쿠보가 사는 주소에서 온 것이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두 사람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션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맨션이 지어지기 전에 살았던 땅주인들에게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한동안 일본 공포 영화는 거의 ‘가야코’ 아니면 ‘사다코’와 같은 비슷한 소재로 이어졌기에, 예전과 달리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 작품도 개봉한다는 얘기를 듣고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대신, ‘보게 되면 보고, 안 되면 말아야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쓴 사람 이름을 보자,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사람은 바로 ‘오노 후유미’였다. 원작이 괜찮을 테니까, 아무리 망쳐놓아도 다른 공포 영화보다는 낫겠지……. 이런 생각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원작을 읽어보자!’였다.

 

 

  이 영화, 그렇게 오싹하거나 소름끼치는 내용은 아니었다. 귀신이 등장하는 몇 장면 좀 놀라는 정도였지, ‘아, 너무 무서워. 엄마랑 자야겠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극의 진행이 무척 느릿하게 흘러가서, 중간에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인공인 소설가와 대학생 쿠보, 두 사람의 조사는 이어 편집장에 괴담을 좋아하는 작가와 심령 마니아까지 가세하면서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런데 관청에 가서 토지 대장을 떼어오는 과정까지 보여주다 보니, 좀 심심했다. 필요한 장면이긴 했지만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단서들이 하나로 만나면서 괴담의 근원을 파헤치는 후반부에서는 ‘와-’하는 감탄이 나왔다. 이건 구성의 힘이었다. 어쩐지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결국 결제를 하고 말았다. 으음, 오노 후유미 의문의 1승이라고 해야 하나?

 

 

  제목인 ‘잔예(殘穢)’의 뜻은 ‘부정(不淨)을 탄 터에 재앙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이미 땅이 부정을 탔기에, 새로 건물을 짓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도 그 더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영화 ‘주온 Ju-on: The Grudge, 2002’이 떠올랐다. 주온에서도 그 집을 한발자국이라도 들어갔다 나오면 어김없이 ‘토시오’와 ‘가야코’의 방문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다른 집으로 이사 간 사람이 그곳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나온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한이 쌓이고 쌓여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뻗어갈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숙박업소의 객실이나 살해당한 사람이 있는 집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괴담이 꽤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집이나 방에서 나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괴담은 그곳을 벗어나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건 그냥 재수 없으면 죽는 거다. 돈이 없어서 좀 싼 집을 얻었는데,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급히 방을 구해야 해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는데, 그게 자기 목을 죄는 일이 되어버렸다. 와,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괴담이라니…….

 

 

  사실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별로 무섭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잠을 자기 전에,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설마 우리 집에도 예전에? 옆집에서 자꾸 고양이가 우는데, 설마 그게 고양이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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