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Chupacabra Territory, 2016
감독 - 맷 맥윌리엄스
출연 - 사라 닉클린, 마이클 리드, 알렉스 하이에크, 브라이언트 잰슨
영화는 FBI의 정보 공개법에 따라, 노스 파인우드 숲에서 실종된 야영객이 남긴 영상을 공개한다는 안내문으로 시작한다. 숲 근처 마을 가축들이 원인 모를 공격으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네 명의 젊은이들은 그게 전설 속의 존재인 ‘추파카브라’의 짓이라 생각하고, 탐사를 떠난다. 입산을 막는 보안관 몰래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른 일행을 만난다. 하지만 그 날 밤 다른 일행의 텐트에 뭔가 침입하여 무참히 죽여 버린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주인공 일행은 급기야 영혼과 접신하는 의식을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그들 주위를 맴돌던 존재가 한명씩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만약에 소문으로만 전해지고, 실체를 본 사람이 거의 없는 존재를 찾으러 간다면 어떤 준비물을 가져가야 할까? 아니, 질문을 바꿔서. 휴가를 맞아 산으로 야영을 간다면 어떤 걸 가지고 가야 할까? 단! 그 산에는 가끔 먹이를 찾으러 늑대라든지 곰이 나온다는 조건이 있다. 물론 나 같으면 안 간다는 대답을 하겠지만, 그런 선택지가 없다고 하면? 우선 텐트와 물, 그리고 계곡물을 정제시킬 수 있는 간이 정수기, 비상식량, 무전기, 라디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무기? 그리고 벌레를 막을 수 있는 긴 팔 옷과 운동화는 필수일 것이다.
산은 보는 걸로 만족하는 나 같은 사람도 당장 이런저런 물품을 떠올리는데, 영화에 나오는 애들은 전혀 아니었다. 마을의 가축을 죽이는 괴생명체를 잡으러 가는데, 민소매에 짧은 바지는 기본에 간단한 무기 하나 챙기지도 않았다. 그냥 하루 계곡에 놀러온 여행객 같은 분위기였다. 뭔가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각자 머리에 붙이고 다니는데, 나중에 자기들이 뭘 찍었는지 돌려보지도 않는다. 그랬다면 뭔가가 지나가던 사람을 공격하는 걸 봤을 텐데. 게다가 섹스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친구가 공격받는 것도 모른다. 뭐 이런…….
시간 순서대로 영상이 편집되지 않고 그냥 발견된 영상의 파편을 보여주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영화감독이 편집을 엉망으로 한 것인지, 이야기의 흐름은 계속 끊긴다. 음, 전자로 생각하자. 설마 감독이 편집을 이따위로 했을 리가……. 하여간 영화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무지 따라잡기 힘들었다. 한참 섹스를 하더니만 하는 말이 “XX가 위험해. 가보자.”이다. 이건 뭐지? 좋게 봐주면 신기가 있는 친구가 신내림을 받아 위험을 알아차린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친구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이것도 전자라고 봐주자. 감독이나 각본가가 아무리 엉망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아직도 왜 추파카브라를 찾는데 숲의 정령을 부르고, 영혼과 접신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음, 그 괴물에게 살해당한 혼령을 불러 상황을 파악하려는 건가? 참신한 방법이긴 하지만, 뜬금없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 방법을 메인으로 놓고 밀어주던가.
그리고 위험하다는 걸 알면 제발 혼자 어디 다니지 말자. 그냥 텐트에서 눈치 없이 섹스하는 커플이 꼴 보기 싫어도, 그냥 캠프장에 있자. 그러다가 죽잖아, 이 XX들아! 친구가 다친 걸 보면! 울지만 말고! 치료약을 찾아! 울부짖는 소리에 가뜩이나 아픈 애! 더 아파하잖아!
하여간 왜 공포 영화에는 이리도 눈치 없이 구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보는 내내 답답하게 만들어서 관객들을 속 터져 죽이려는 의도일까? 눈치 빠르게 행동하지만 결국 죽는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 좀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