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鍵のかかった部屋, 2011

   작가 - 기시 유스케

 

 

 

 

 

  이상한 일이다. 전에 일본 드라마를 봤을 때는 ‘열쇠가 잠긴 방 鍵のかかった部屋, 2012’ 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책은 ‘자물쇠가 잠긴 방’이란다. 검색을 해보니 일본어로 열쇠와 자물쇠는 똑같은 한자를 쓴다. 갑자기 문을 열쇠로 잠그는 지 자물쇠로 잠그는지 헷갈린다.

 

  책은 변호사인 아오토 준코와 방범 전문 컨설턴트인 에노모토 케이가 팀을 이루어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예전에 읽은 ‘도깨비불의 집 狐火の家, 2010’과 이어진다. 미묘하게 엇나가는 준코의 추리와 정곡을 찌르는 케이의 밀실 깨기가 적절하게 어울려 재미를 주고 있다. 총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단편답게 사건 발생에 이어 현장 조사 그리고 해결이라는 순서로 쭉쭉 나간다. 그래도 최소한의 사건 배경이라든지 인물 소개가 들어있어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우선 『서 있는 남자』는 별장에서 발견된 장례 회사 사장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담고 있다. 밀실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현장에는 유언장까지 있어서 자살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 생각한 회사 고문의 의뢰로 준코 변호사와 케이가 사건을 맡기로 한다.

 

  『자물쇠가 잠긴 방』은 절도 혐의로 형기를 마치고 죽은 누나가 남긴 두 조카들을 찾아간 아이다. 하지만 그가 조카들을 만나러 가는 날, 큰조카가 자살을 한다. 아이다는 아이들의 새아버지가 재산을 노리고 조카를 죽였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아는 사이인 케이를 통해 준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비뚤어진 상자』는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집을 둘러싼 시공사와 집주인의 대립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된 시공회사 직원의 시체. 밖과 연결된 곳은 작은 구멍 하나밖에 없는 완벽한 밀실.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그를 죽인 걸까?

 

  『밀실 극장』은 예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름을 바꾼 한 극단의 공연장이 배경이다. 그 때의 인연으로 공연을 보러온 준코와 케이. 그런데 공연이 한창인 때, 무대 뒤 대기실에서 단원 한 명이 죽은 채 발견되는데…….

 

  이야기만으로 보면 밀실 사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자살이라고 의심이 되지만 타살 같은 시체, 누구도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 그리고 알리바이를 갖고 있는 용의자. 이 모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을 준다. 이 작품은 그런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방범 컨설턴트인 케이가 열쇠나 자물쇠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해서 몇 개 빼고는 잘 먹는 편인데, 케이가 얘기하는 건 진짜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림까지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지만, 도대체 이게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부분이 바로 밀실을 깨는 중요한 열쇠인데 말이다.

 

  그건 달리 생각하면 작가가 책을 쓰기위해 자료 수집을 철저히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충 이런 식으로 일어났다고 얼버무리는 것이 아닌, 완벽한 계산으로 수학 문제를 풀듯이 트릭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두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짧은 이야기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을 주고, 알차다는 기분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에 읽은 ‘검은 집 黑い家, 1997’은 읽으면서도 으스스하고 무서웠는데, 이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밝으면서도 살짝 그늘이 드리워지는 분위기다.

 

  이 두 주인공의 다른 이야기도 또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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