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일상이 시작되고
길게만 느껴졌던 설날 연휴가 끝났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어 행복하다.
피로한 연휴였지만 끝이 있다는 게 새삼 좋았다.
끝.
끝이 있다는 것이 주는 위안.
2. 고통 그리고 비참
어떤 고통도 머지않아 끝나는, 예정된 시간이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우리는 삶을 견디기가 좀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은 얼마나 잔인한가.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고 가족이 죽거나 크게 다친 것을 겪는 일. 또 지진이 일어날까 봐 공포를 갖고 사는 일. 그들의 고통을 헤아려 본다.(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서.)
하지만 나는 범인(凡人)인지라 남의 고통을 헤아리는 것을 그치고 다시 생활 습관의 노예가 되어 내 삶에 충실해지고 만다. 한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런 내게 에밀 시오랑이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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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상에 비참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다. (···) 비참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음악이 있다는 것도 부끄럽다.(169쪽)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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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럽고 비참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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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 내 자신을 견딥니다.(53쪽)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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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름대로 견디고 있는 무엇이 있다.
내 삶에도 힘겨운 시간이 어찌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도 내 삶을 견디는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게 인생이므로.
우리가 힘겨운 인생길을 걷는 시간에도 천연덕스럽게 꽃은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