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부부 사이를 보여 주는 한 장면.
“내일 이불 커버 좀 다려주겠어?” 그녀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묻는다.
그는 속에 뒤틀리지만 애써 참는다. “내일은 금요일이야.” 그가 지적한다. “금요일에는 그런 건 당신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자 그녀가 올려다본다. 눈길이 싸늘하다. “그래, 알았어. 집안일은 내 일이지. 신경 쓰지 마. 물어봐서 미안.” 다시 책을 읽는다.
삐걱대고 할퀴는 이런 충돌은 노골적인 분노보다 더 사람을 지치게 한다.(193쪽)
-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둘이 달콤하게 연애하는 시간을 거쳐 결혼한 두 사람. 분명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 것 같은 두 사람이 어쩌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을까? 왜 기대에 부풀어서 결혼했다가 실망해 버리고 마는 걸까?
‘둘은 뜨겁게 사랑을 했고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게 아니고 ’둘은 뜨겁게 사랑을 했고 그래서 결혼했는데 삐걱대고 할퀴는 일이 일어난답니다.’라는 책이라서 좋다.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자신이 늘 유리한 입장에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고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있을 때가 많을 거라는 각오를 하고 결혼을 할 것.
내가 관심 갖는 것. 인간 감정의 변화, 인간관계에 대한 분석, 어떤 상황에 처할 때의 인간의 반응,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에 대한 고찰.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는다.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65쪽)
-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