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쓰기를 내가 꼭 해야만 하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진 적이 여러 번 있었지.
2.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보태지 않아도 되는데 하고 말이야.
3. 하지만 말이야. 내가 반드시 세상을 위해서만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를 위해 글을 써야 할 필요도 있는 거잖아.
4.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지.
5. 우리는 인생의 중심을 어떤 일의 결과에 두길 좋아하는데 사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지 몰라. 결과에 대한 만족감은 짧은 시간밖에 차지하지 않아. 삶의 긴 시간은 과정에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자가 삶의 진정한 승리자라는 게 내 생각이야.
6. 이런 글을 읽었지.
르네 샤르의 말. “불가능, 우리는 여기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등불로 사용할 수는 있다.”
- 이성복, <고백의 형식들>, 248쪽.
7. 성취하지 못할 목표라 할지라도 그 목표가 등불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뜻으로 읽었지.
8. 어떤 사람은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열심히 썼어. 하지만 작가가 되지 못했어. 그 대신 글쓰기 강사가 되어 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일하며 만족하고 있지. 그에게는 좋은 등불이 있었던 거지.
9. 어떤 사람은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노래를 열심히 불렀어. 하지만 가수가 되지 못했어. 그 대신 여러 문화센터에서 ‘노래 교실’의 강사로 일하며 만족하고 있어. 그에게도 좋은 등불이 있었던 거지.
10. 나도 글쓰기가 삶의 등불이 되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
11. 어둠 속에서 어떤 길로 가야 할지를 몰라 이리저리 헤맬 뻔했는데, 환한 등불이 있어 내가 가야 할 길을 갈등 없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야.
12.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런 등불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