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하게 자랐고 지금도 (아마) 평범한 사람에 속할 것이다. 굴곡 많은 인생이 아니었다는 점은, 파란 많은 인생이 아니었다는 점은 글쓰기에서 ‘약점’일 것이다. 사회에서 다양하게 일을 해 보지 못함도 글쓰기에서 ‘약점’일 것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함도 글쓰기에서 ‘약점’일 것이다. 내 글이 작가적이지 않은 이유이다. 어쩌면 나는 끝까지 글을 피상적으로밖에 쓸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끝까지 만족스런 글쓰기를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요즘 내 머릿속을 빙빙 도는 생각. 내가 ‘글쓰기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체험 부족’ 때문이라는 것. (책을 읽어서)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해서) 가슴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 어떻게 다를까? 예를 들면 ‘슬픔’에 대해서라면, 그리고 ‘분노’에 대해서라면 그것을 가슴으로 깊이 앓고 난 사람들만이 그것의 본질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 그저 책을 통해서 슬픔이나 분노를 접한 사람은 그것의 본질에 눈을 뜨지 못하게 된다는 것. 그 결과 앎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 이 둘의 차이가 글을 쓸 때 얼마나 다르게 나타날까 하는 생각.
그래서 ‘체험 부족’을 ‘책을 깊게 읽기’로 뛰어넘어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가 정답일 것 같아 공부해야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책을 한 권 읽을 적마다 그 내용이 내게 재미만 주는 게 아니라 살과 뼈와 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살과 뼈와 피가 되는 독서를 할 때 나와 많이 다른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믿을 것이다. 믿을 수밖에 없다. 뾰족한 수가 없다.